[신봉구의 놈투 이야기](5)최초는 역시 어렵다

게임을 통해 외계에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 실제 구현에 많은 진통이 따랐다. 외계에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을 넣는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이 사람 제 정신이 아니구나’ 하는 반응이었다. 또 ‘설마 농담이겠지…’, ‘진짜로 보내지는 않겠지…’ 등등. 그러나 나 자신은 실제로 보내야만 한다는 생각을 굳힌지 이미 오래였다.

바로 회의에 들어갔다. 몇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첫째는 그냥 보내주는 것처럼 연출만 하자는 의견이었다. ‘놈’ 마네킹 조형물을 만들고 손에 접시 안테나를 들게 한 후 그냥 코믹하게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이 의견은 곧바로 거부됐다. 실제로 보내야 진정 쑈킹한 일이 되기 때문에 이런 연출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 번째로 도인복 같은 것을 걸쳐 입고 앉아서 마치 텔레파시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꾸미자는 것이었다. ‘하 하 하’ 당연히 ‘안된다’였다.

세 번째는 직접 우리 회사 옥상에 안테나를 설치하고 전파를 쏘자는 아이디어였다. 뭔가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전파와 관련된 사항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아주 복잡하고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전파 시설물 허가를 받아야 하고 관련 자격증이 있는 인력이 항시 붙어있어야 했다.

네 번째로 나온 아이디어가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을 빌려서 위탁으로 전파를 송출하자였다. ‘굿~!’이었다. 일단 비용이 얼마나 들던 간에 무조건 해 보기로 결정했다.

가장 가까운 천문대를 검색한 결과 서울대 관악산에 관악 천문대가 있었고 그 곳에는 지름 6m 전파망원경이 있었다. 곧바로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와 접촉을 시도했고 미팅 날짜를 잡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황당하게 들린 것 같은 우리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걱정이 됐다. 하지만 교수님은 큰 흥미를 느끼고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일단은 그렇게 관악천문대를 이용해 전파를 송출하기로 잠정적으로 확정이 됐다. 전파의 스펙이나 별의 위치 등 전문적인 이야기가 오가면서 우리는 정말 하루 하루를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보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전파를 쏘기 위해서는 관련해 허가 받아야 할 사안이 있었다. 여기서 딱 막히고 말았다. 국내에서는 외계에 전파를 쏘는데 적용할 전파법이 없었고, 힘들겠지만 만약에 그런 법을 만든다 해도 5년 이상 걸렸다. 우리는 여기서 좌절 직전까지 갔다. 외계에 실제로 메시지를 쏠 수 없다면 ‘놈투’ 자체를 론칭하지 않을 생각까지 했던 터라 이 사태는 매우 매우 큰 문제였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게임을 만들기는 해야 되고, 그러나 메시지 송출 건은 풀리지 않고, 불안하고 애타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가 지나갔다. 그러던 중에 예상치 못했던 메일 하나가 왔다. 희소식이 담겨있는 교수님의 메일이었다.

<신봉구 bong@gamev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