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PC방 전면 금연구역 지정 파장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인터넷PC방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키로 함에 따라 전국의 PC방 업주들이 초긴장하고 있다. PC방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당장 매출이 큰폭으로 하락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PC방 업계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IPCA·회장 박광식)는 기자회견 갖고 서명운동 돌입, 보건복지부 항의방문 등 PC방 완전금연구역 입법화 저지를 위한 다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일선 업소의 업주들은 보건복지부, IPCA 게시판 등을 통해 연일 금연구역 지정의 불가함를 외치고 있고 협회의 대처가 미흡하다며 성토하고 있다. 또 일부 지부에서는 위헌소송 및 PC방 금연구역 시행 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투쟁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C방 업주들이 전면금연구역 지정을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PC방 업주들이 PC방 전면 금연구역 지정에 대해 결사 반대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대부분의 PC방 이용객들이 흡연자이기 때문에 PC방에서 담배를 못 피게한다면 결국 손님들에게 ‘PC방에 오지 말라’는 것과 똑같다는 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당장 큰 폭의 영업손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논리다.

아직까지 정확하게 PC방 이용객의 흡연비율에 대해 조사된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IPCA·회장 박광식)측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바탕으로 흡연고객이 전체 고객중 약 80% 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따라서 PC방이 전문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이용객의 급감은 물론 이용객당 평균 이용시간도 대폭 줄어 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뚝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의 전면금연 조치에 따른 매상 분석 결과를 내세우며 전면금연이 매상에 결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IPCA는 정부의 조사가 식당의 사례만을 분석한 것이며 이를 전혀 성격이 다른 업종인 PC방과 비교한다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하고 있다.

# 유예기간은 미봉책일 뿐

“요즘 PC 가격이 크게 떨어져 가정집 PC의 성능도 이제 PC방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인터넷 속도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담배도 못 피게 하는데 누가 PC방을 찾겠습니까.”

가뜩이나 갈수록 손님이 줄어 어려운 판국에 금연구역 지정 문제까지 겹쳐 고민이라는 한 업주의 말은 이들이 얼마나 절박한 심정인지를 잘 대변해준다.

PC방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매출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은 보건복지부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금연구역 지정에 대해 2년간 유예기간을 두어 업소들이 이 기간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다. 하지만 PC방 업주들은 유예기간은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업주 입장에서 손님한테 담배 피우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러면 손님 다 떨어지고 결국 문닫아야죠.”

PC방 업주들은 전면 금연구역 지정 이전에 보건복지부가 금연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 자연스럽게 금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요금시비 우려도

PC방 업주들은 전면 금연구역 지정은 매출 하락 이외에도 여러 문제점을 가져올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PC방이 후불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흡연을 핑계로 외부로 나간 후 재입장하지 않는 얌체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이에 따른 요금시비가 벌어지는 경우도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3년 3월 개정돼 같은 해 7월 시행에 들어간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석 50% 확보를 위해 칸막이 설치, 별도의 냉난방 시설 공사 등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했던 업주들의 법적인 대응도 예상할 수 있다. 이들은 이번에 시행령이 통과하면 불과 2년여만에 다시 칸막이 제거 등 추가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IPCA측에서는 만일 전면금연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시행령에 흡연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업주와 이용객간 시비를 막기 위해 반드시 흡연부스 설치 등에 대한 예외조항이 삽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PCA의 이같은 요구는 받아들여질 공산이 큰다. 보건복지부는 소방방재청에 문의한 결과 칸막이 설치에 대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IPCA측에 밝혔기 때문이다.

# ‘PC방 3D업종 면한다’ 일부선 환영

물론 모든 PC방 업주들이 금연구역 지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일각에서는 PC방이 전문금연 구역으로 지정되면 ▲실내 공기가 좋아져 PC방이 3D 업종에서 벗어나게 돼 아르바이트구하기가 쉬워지고 ▲컴퓨터의 잔고장이 줄어 수명이 길어지며 ▲담뱃불로 인한 인테리어·장비 등의 손상이 줄어 경비도 줄고 ▲PC방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해소되는 등의 장점이 있다며 찬성하고 있다.

어쨌든 PC방의 전면 금연구역 지정은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정부가 국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금연관련 국제협약을 비준해 오는 2010년까지 모든 건물의 실내를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 업계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혐연권과 흡연권은 물론 업주들의 생존권까지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묘안을 만들어내야 할 때다.

 <표> PC방 전면금연구역 지정 관련 일지

2003년 3월 PC방에 2분의 1 이상의 금연구역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7월 1일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

2005년 5월 16일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담배규제기본협약비준 국회통과

11월 11일 보건복지부, 인터넷PC방·게임장·만화방 등을 전면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 입법예고(안)’ 공고

11월 3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IPCA),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외 8개 단체 공동으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개정 반대 공동기자회견 개최

11월 4일 IPCA, 전국 100만인 서명운동 돌입

11월 10일 IPCA 중앙회 임원단,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

11월 14일 IPCA 중앙회,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공동으로 임원단,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

11월 21일 IPCA, 복지부에 100만인 서명서, 업계 의견서 제출 계획

2006년1월 보건복지부, 시행규칙 개정 예정(PC방 전면 금연구역 지정 2년 유예 가능성 커. 이 경우, 2008년 1월부터 PC방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