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다시보기](5)방송을 버리자

올 6월에 열린 홈네트워크 전시회 모습. 터치스크린 형태의 단말기로 가정내 다양한 기기제어와 콘텐츠를 즐길수 있도록 만들었다.
올 6월에 열린 홈네트워크 전시회 모습. 터치스크린 형태의 단말기로 가정내 다양한 기기제어와 콘텐츠를 즐길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우리나라 통신·방송 규제기구 및 내용

 규제의 시대다.

도로를 건널 때는 건널목으로 건너야 하고, 자신보다 높은 사람을 보면 먼저 인사해야 한다. 전화기에는 ‘*·#’이 있어야 하고, 이동통신서비스는 반드시 해당주파수 대역에서만 써야 한다. 이동통신요금은 사업자들이 낸 이용약관에 명시돼야하고, 새로운 유료 서비스가 나올 경우 심의 또는 허가, 등록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탈법·교양 없는 사람이 된다. 바로 규제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나 법인은 다양한 규제를 받는다. 규제는 인간의 행동 양식을 규정하는 제도인 동시에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정의한다. 규제는 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가 아니라, 그것을 지켜냄으로써 인간의 삶이 윤택하고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제도다. 산업정책에 대한 규제는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규제여야 한다.◇컨버전스 시대의 규제=디지털 컨버전스가 일어나면서 인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단말기기와 서비스 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산업과 산업 간의 경쟁, 기업과 기업의 경쟁, 부서와 부서 간의 경쟁, 국가와 국가간의 경쟁이 그것이다. 유선서비스와 무선서비스 영역도 구분할 수 없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기업도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심지어 인터넷 속에서는 남녀간의 성별마저도, 연령마저도 구분되지 않는다.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경쟁도 더 확산됐다. 말 그대로 무한 경쟁이다.

디지털화된 IT·가전시장에서 더욱 경계가 모호하다. 휴대폰은 MP3플레이어와 디지털카메라, 디지털 캠코더 기능마저 해낸다. PDA는 휴대폰, 카메라, 정보저장장치, 노트북 역할을 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휴대폰은 MP3플레이어·디지털캠코더·디지털카메라가 결합한 컨버전스 단말기가 됐다. TV가 PC인지, PC가 TV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다. 케이블 사업자(SO)가 방송사업자인지, 통신사업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프로그램 재전송, 초고속인터넷, 쌍방향 네트워크, 광고사업,VoIP 등 사업 영역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 프로그램을 자체제작하는 프로덕션이 되기도 한다. 케이블 사업자가 규제를 받는다면 통신사업자, 방송사업자, 프로그램 제작업체, 시내외·국제전화 사업자, 초고속인터넷사업자로서 규제를 받아야 한다.

IPTV가 논란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술상 구분되지 않는데, 기존의 사고방식과 법제도에서 편 가르기를 하려니 답답해 질 수 밖에 없다. 통방융합에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만든 ‘정보미디어법’도 소비자가 콘텐츠 생산자인 컨버전스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해, 소비자를 규제 대상으로 넣는 우를 범했다. 정보생산자로서의 소비자는 대형 콘텐츠 업체가 만든 프로그램보다 더 재미있고, 더 다양하고, 파괴력 있는 것을 제작, 보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홈네트워크 시대의 규제=홈네트워크서비스는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위를 디지털 신호로 처리한다는 특징이 있다. 나아가 가정 내에서 인간의 행위를 디지털 신호로 가공하고, 살포, 확산시키기도 한다. 디지털 신호는 가정과 가족 구성원이 사회로 향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 일 수 있다. 네트워크가 구축된 어느 곳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홈네트워크는 커뮤니케이션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홈네트워크는 가족과 사회를 연결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가족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사회와 공유하고, 사회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받아들이고 재가공하는 대상이자, 생산주체다. 엄밀히 보면 쌍방향 네트워크의 영역이다. 홈네트워크를 둘러싼 통신과 방송의 영역다툼은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매스미디어와 텔레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의 혼란이 바로 그것이다. 매스미디어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텔레커뮤니케이션에 동영상이 부가되면서 혼란이 왔다. 통방 융합에서 규제기구 간의 알력 다툼의 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IPTV는 TV이므로 방송위원회가 규제해야 한다든지, 외형만 TV이지 사실은 PC모니터나 디스플레이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통부가 규제해야 한다든지 하는 논쟁이 그것이다. 그러나 논쟁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취질 뿐이다. 이미 소비자는 네트워크로 다운로드받아 TV로 감상하는 일을 천연덕 스럽게 해내고 있다.

◇방송을 버리자=홈네트워크 업계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전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네트워크로 홈네트워크 시범서비스를 하다 보니, 만만찮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시행착오는 홈네트워크에 매달린 수많은 기업들의 경영위기를 가져왔다.

홈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시행착오는 ‘방송’에서 비롯됐다. 홈네트워크 서비스 주체들이 킬러애플리케이션으로 방송콘텐츠를 지목, 방송사와 접촉을 시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때문에 홈네트워크서비스와 관련해 IP셋톱·IPTV논쟁이 불거졌고, 급기야는 IPTV가 방송영역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게 됐다.

홈네트워크 시범서비스 사업자인 KT와 SKT가 사용자에게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 하려다보니 방송사의 콘텐츠가 필요했고, 방송사는 도도해질 수 밖에 없었다. 쌍방향 네트워크 사업의 주체가 단방향 지상파 방송사와 그를 규제하는 방송위원회의 눈치를 보게 됐다.

홈네트워크 서비스사업은 사용자에게 ‘프로그램 제공’하는 일이 아니다. 홈네트워크는 소비자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유’하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홈네트워크 서비스에 접속해 TV를 보지 않을 수도 있다. TV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TV중심적이다. 방송사나 프로덕션이 만든 콘텐츠보다 더 많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을 경우 그렇다. 인터넷에 들어가 방송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것처럼, 홈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소비자가 만든 다양한 콘텐츠가 널려 있다. 사업주체는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면 된다. ‘방송을 버리자’라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기업탐방

 ‘홈넷(HomNet)’은 LG전자(대표 김쌍수 www.lge.com)의 토털 홈네트워크 솔루션이다. 가정 내 다양한 디지털기기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안전하며 즐겁고 윤택한 생활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가정 내의 모든 네트워크, 그것이 홈넷이다. LG전자는 가정 내 모든 기기를 다양한 네트워크로 제어하고,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지칭한다.

LG전자는 99년이 후 꾸준한 홈네트워크 제품을 내놓고 있다. 2000년 인터넷 냉장고를 세계 처음으로 내놓았고, 에어컨, 전자레인지, 세탁기, TV, 식기세척기, 가스오븐레인지,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을 속속 출시했다. 최근 나온 제품은 거의 대부분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이들 제품은 LnCP(Living Network Control Protocol)라는 규격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설업체, 포탈업체 등과 제휴를 맺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국내뿐 만 아니라 미국, 영국, 스페인, 호주, 멕시코, 등 해외 22개국에 홈네트워크 제품을 출시했다. 중국의 바이스다(百仕達) 실업 유한공사의 고급 홈넷 아파트 수주등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LG전자의 강점은 강한 파트너십이다. LG전자는 그간 SK텔레콤을 비롯한 30여 개 업체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 디지털 홈 시범사업을 주도해왔다. 지난 5월에는 40여 개 업체와 함께 LnCP 컨소시엄을 창립했다. LG전자는 컨소시엄을 통해 한 이후 업체들과 기술과 마케팅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컨소시엄에 대한 결속력도 경쟁업체에 비해 높은 편이다. 경상남도가 추진중인 지능형 홈 산업 육성에도 참여, 창원 정보가전 사업장과 연계한 홈네트워크 지원프로그램을 가동중이다.

LG전자는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와 서비스 시장 및 이동기기, 헬스케어 분야에 중심을 두고 있다.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는 게 1차 목표다. 2차 목표는 ‘제품 간·사업간 컨버전스, 핵심부품 및 SoC, 솔루션과 서비스 분야로의 사업영역 확장’을 위해 이종 업체간의 협력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단말기에 충실하되, 새로운 영역을 위한 다양한 컨소시엄 구성과 유지가 기본 전략이다.

◆인터뷰-LG전자 홈넷사업팀 고범석 상무

-내년도 계획은

▲아직 예산이 확정되지 않았다. 전년과 비교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홈네트워크 사업에서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가능성은 크다.

-올해의 성과를 말해달라.

▲다양한 시험을 시도했고, 가능성을 찾았다. 홈네트워크는 킬러애플리케이션의 문제가 아니라 킬러 비즈니스를 찾는 게 중요하다. 장안동 현대 홈타운, 잠원동 롯데캐슬, 분당SK뷰, LG 방배자이 등 여러 아파트 및 주상 복합 등에 홈네트워크를 설치했다. 실제 수주가 이뤄지면서 사업이 어떻게 추진되는지 경험을 쌓았다.

-LG홈넷(HomNet)이라는 이름이 서비스 이름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 같은데

▲동감이다.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이름을 구상중이다. 서비스 내용은 물론 고객에게 친근감 있는 이름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내년도 중점 전략은

▲홈네트워크서비스에서 핵심이 되는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해당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홈네트워크 표준과 30여 개에 이르는 관련업체와의 기술과 마케팅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