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노태섭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

[이사람]노태섭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

 “디지털시대 저작권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법적·제도적 장치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작권 바로 알기 교육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생활 속의 저작권 인식을 높이는 광범위한 홍보활동입니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같은 이미지에 걸맞게 노태섭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53)이 강조하는 저작권 보호의 핵심은 ‘교육과 계도’다.

 노 위원장은 “지난해 위원회가 실시한 ‘국민 저작권 의식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저작권은 보호해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저작물을 무단 이용하는 ’의식 따로 행동 따로‘의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을 되짚었다.

 콘텐츠 이동이 자유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 침해행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화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저작권을 침해하는지 알려준다면 침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노 위원장은 설립 19년째를 맞는 내년 위원회의 주요 추진목표로 ‘교육·홍보 사업 강화’를 선정하고 이달 초 기획홍보팀, 교육연수팀을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저작권 관련 분쟁의 사후조정자’에서 ‘저작권 인식 전도사’로 성장하려는 것이다. 저작권진흥본부를 신설해 권리보호뿐 아니라 저작물 이용 활성화도 함께 도모키로 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7대 위원장이 된 지 불과 4개월여. 하지만 문화관광부가 문화산업국을 설치한 초기에 문화산업기획과장을 역임하고 예술국장과 문화재청장까지 이어지는 그의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노 위원장은 누구보다 저작권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노 위원장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처럼 권리자가 불법에 대응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정상적인 시장가격 이상의 과도한 손해배상 요구나 실제 저작권자가 아닌 전문적인 침해적발 대행업자의 등장 역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무조건적인 보호’보다는 사전 협의와 합리적인 이용허락 문화 정착, 다양한 이용 기준과 모델을 마련하는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작권은 사람의 창의와 창작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으로 그 근본은 인본주의에 맞닿아 있다”는 노 위원장은 “광속으로 변하는 디지털 환경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 길에서 사람의 창의적 노력의 가치가 무시된다면 내일의 문화 발전은 기대난망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세상의 가치 중심이 결국 사람에게 귀결되는 것이고 보면 ‘더디 가도 사람 생각’하는 의식·문화적 성숙이야말로 좀 더 튼실한 정보·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한다”며 국민 의식수준의 개선을 거듭 강조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