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 특구가 기술 상용화의 ‘성공 신화’를 새로 쓰고 있다.
화합과 교류, 그리고 세계 초일류 클러스터를 지향하는 대덕특구가 기술 상용화 초석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과학기술 및 산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출연연과 벤처기업, 나아가 일반 국민까지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문을 연지 2개월 째를 맞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원본부(이사장 박인철)는 우리나라 최초의 ‘특구’ 시험모델을 창조해 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매일 밤을 낮처럼 밝히며 산·학·연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아이디어 하나하나에는 ‘산·학·연 클러스터의 성공신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과학기술 상용화 지도’야말로 짧게는 10년 길게는 100년 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클러스터의 초석을 놓는 일입니다. 지금은 고공비행을 위해 기체 점검을 끝내고 활주로에 올라와 있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비행이 시작될 것입니다.”
기술 상용화 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원본부 박인철 이사장의 특구에 대한 기본 인식이다.
올해 내 ‘비상’할 준비를 모두 마무리 지을 대덕특구는 그래서 인력 구성도 각양각색의 전문가가 고루 포진해 있다.
KTB인큐베이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송낙경 사업지원단장을 중심으로 IBM에서 일하다 자리를 옮긴 김경제 기술사업화 팀장과 표준과학연구원 및 지질자원연구원을 거친 김유숙 기획홍보팀장을 위시해 SK· LG· 삼성전자· 데이콤· 기술보증기금· 언론사 출신 등 초일류 급으로 구성했다.
송낙경 단장은 “우선 벤처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줄 아이템부터 발굴하려 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도움을 줘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온 아이템이 특구 전용벤처펀드 조성이다. 과학기술진흥기금에서 일차 투자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본래 200억 원 규모로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송 단장의 의지로 민간펀드까지 참여시켜 400억 원대까지 늘릴 생각이다.
우수 상용기술 공모도 조만간 시행할 계획이다. 스타기술과 스타벤처를 발굴하기 위한 기획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 공모기관에 대한 기술 평가 방안도 세워 놓았다.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특구는 벤처기업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20여 명의 프로젝트 매니저(PM)를 포함한 30여 명이 기존에 겪었던 꽉 짜인 틀을 버리고, 모든 것을 새로 심어가고 있습니다.”
‘벤처 정신’을 기반으로 현장 중심형 시스템을 구축중인 김경제 팀장의 말이다.
대덕특구는 또 마케팅과 CEO 교육, 창업스쿨 등 기술 사업화 전문가 양성을 위해 KAIST와 충남대, 한밭대 등과 공동으로 교육 수요를 파악중이다. 맞춤형 교육을 통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공급하는 일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판단에서다.
대덕특구는 국내용만이 아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인 ‘UCSD’의 산·학·연 클러스터 ‘커넥트’와 올해 내 교류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이달 초엔 유럽 최대 과학단지인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 내 IT클럽 ‘텔레콤 밸리’와 향후 공동 연구 및 교류를 주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내년엔 핀란드의 IT클러스터인 울루 테크노폴리스와 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 등 세계 각 지역의 성공 클러스터가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모두 순조롭게 일이 추진되는 것만은 아니다. 많은 일을 ‘속사포’로, 단기간에 처리하다 보니 실수도 나온다.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의도에서 참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PM들이 일일이 참여해 어느 BI가 좋은지 투표까지 해가며 임시 안을 만들고 최종 결정을 앞둔 시점이었죠. 느닷없이 표절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그때처럼 당혹스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최근 만든 BI와 관련해 결코 잊지 못할 김유숙 팀장이 던진 한마디다.
“퇴근 시간을 잊고 밤을 낮 삼아 벤처 기업가 처럼 산다”는 기획홍보팀 한상문 PM의 말대로 대덕특구의 불패신화는 일하는 대로, 일하는 만큼 역사가 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