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현(41) 한국오라클 상무는 어디서나 눈에 띈다. 화려한 옷차림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의 머리 스타일이 먼저 눈길을 붙잡는다. 스킨 헤드. 앞머리 상단 일부를 제외하곤 반짝이리 만큼 머리를 관리한다. 기자가 “가끔 일부 기업 임원들이 염색한 것은 본 적이 있어도 이처럼 파격적인 헤어 스타일을 본 적 없다”고 하자 그는 “그렇지 않아도 한국오라클 입사 면접 때 머리 모양을 문제 삼더군요. 길러 볼 의사가 있냐고도 물어보고요. 하지만 사람이 양보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능력이 중요하지 외모가 뭐 그리 중요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역곡절끝에 한국오라클에 둥지를 틀었다. 세계적인 홍보대행사 직원에서 개인 사업가로 다시 외국계 기업의 홍보 임원으로 변모하면서 남모를 고생도 많이 했다. 어렵사리 차렸던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직원들을 다른 곳에 모두 취직시켜주고 본인은 백수가 된 사연도 눈물겹다.
한국오라클의 생활도 쉽지는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쏟아지는 일과 싸우느라 밤을 세우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을 갈고 닦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5년 11월. 한국오라클 입사 후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컴퓨팅업계를 대표하는 ‘홍보쟁이’로 떠올랐다.
철두철미한 일처리와 원만한 대인관계로 회사의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모셨던 김일호 전 사장이나 현재 표삼수 사장 모두 그에 대해 후한 평가를 한다.
“홍보의 일 중 하나가 최고경영자(CEO)를 보필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그들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과거 조금이나마 사업을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부족하지만 사장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와 일 해 본 사람들은 혀를 내두른다. 워커홀릭과 같은 업무량과 일처리 스타일 때문이다. 그가 홍보 책임을 맡은 이후 한국오라클의 홍보대행사들은 쏟아지는 그의 주문을 맞추느라 자정을 넘기기가 일쑤다. 성과를 중시하는 그의 일처리 스타일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인간적인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인연을 천금처럼 중요하기 여긴다. “3류 소설같은 얘기지만 저는 의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의리는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야 합니다. 의리있는 친구 셋이면 못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는 요즘 운전면허증을 따느라 새벽에 집을 나선다. 일에 파묻혀 사느라 그 흔한 운전면허증조차 아직 갖지 못했다. “면허증을 따면 고속도로를 달려보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곧 실현될 것이라며 기자한테 드라이브를 시켰주겠다고 한다. 그의 홍보 인생은 이미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듯 하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