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늘어나던 전자부품의 중국 수출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 수출은 제자리 걸음을 걸었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전자부품 수입은 계속 증가, 국내 전자부품 업계의 달러 박스인 중국 시장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자부품 경쟁력이 예전과 다르게 높아졌기 때문에 국내 전자부품 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수출 부진은 물론이고 나아가서는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 우려=24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대중국 전자 부품 수출은 15억7300만달러를 기록, 작년 동기 15억8200만달러에 비해 0.5% 줄었다. 아직 11월과 12월이 남아 있기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수출이 늘더라도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 94년 이후 전자부품의 중국 수출은 매년 크게 증가했으며 작년에도 2003년 대비 19% 성장했다.
전자부품 수출 추이를 품목별로 살펴보면 전자관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3억6100만달러 분량이 수출돼 작년 동기 6억4500만달러 대비 44%나 줄어들었다. 또 콘덴서 등의 기타 전자부품도 2억2500만달러에서 1억6100만달러로 28.4% 감소했다. 그나마 디스플레이 부품이나 인쇄회로기판 등이 40% 이상 증가, 대중국 수출액이 현상 유지했다.
반면 중국산 전자부품 수입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지속했다. 올해 10월까지 중국으로부터의 전자 부품 수입은 9억4800만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5% 늘었다. 이는 작년 전체 수입액 9억6200만달러에 거의 버금가는 수치다.
품목별로는 인쇄회로기판이 무려 102.6%나 증가했으며 저항기가 33.1%, 기타 전자부품이 22.7% 늘어났다.
◇전자부품 무역수지 악화 우려=이처럼 국내 전자부품의 중국 수출이 저조한 것은 중국의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부가가치 제품뿐 아니라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전자부품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이덕근 부품소재진흥원 전략기획본부장은 “중국의 전자부품 자급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어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이미 저부가가치 전자부품은 중국과 우리의 기술 차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또 “정확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사 및 분석 팀을 내달 중국에 파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출은 정체를 보이지만 수입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전자부품 업체의 생산시설 중국 이전도 이어지고 있는데다 중국 업체가 특유의 저가 공세로 국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한 부품 업체의 사장은 “국내 업체의 중국 이전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문제는 중국 업체의 국내 시장 공략”이라며 “자칫하면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 공세에 포위를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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