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노트북제품이 PC 시장의 ‘지형’을 바꿔 놓았다. 경기 불황으로 움츠린 PC수요의 활력소가 됐으며 할인점·인터넷 몰 등 용산 전자상가에 비해 인지도가 취약했던 유통 채널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가트너 코리아와 주요 업체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 PC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6.3%, 지난 2분기 대비 7.6% 성장한 100만6000대 규모를 형성하면서 PC수요의 ‘청신호’를 예고했다. 플랫폼 별로는 데스크톱 시장이 79만2000대로 지난 분기에 비해 7.7%, 지난 해와 비교해 32.2%로 성장했다. 노트북의 성장 폭은 더욱 커 21만4000대로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53.5%, 2분기와 비교해서도 7.3% 상승했다.
업체 점유율은 데스크톱의 경우 삼성전자·주연테크·LG전자· HP· 삼보컴퓨터 순으로 집계돼 지난 2분기에 이어 주연테크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법정 관리 전 줄곧 2, 3위를 유지하던 삼보는 5위 권으로 물러났다.
노트북 점유율은 삼성전자·LG전자·HP·삼보컴퓨터·도시바 순으로 조사됐다. 노트북 시장에서는 LG전자가 ‘두각’을 보였다. LG는 데스크톱에서 지난 해 LG IBM 시절과 비교해도 55%, 노트북은 무려 146%로 성장하면서 PC시장의 ‘LG 돌풍’을 예고했다. 반면 삼성은 지난 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 HP는 63%의 성장을 이루었다. 노트북 시장에서는 삼성을 제외하고 2∼5위 권의 수량 차이가 3만 대에 불과해 아직도 치열한 ‘2위 다툼’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PC 수요의 견인차는 역시 ‘보급형’ 노트북이었다. 150만 원 이하 저가 제품은 2003년 1분기 당시에는 22%에 그쳤으나 올 3분기에는 64%로 전체 노트북 판매 대수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특히 지난 해 3분기와 비교해 무려 285%의 성장률을 보여 일부 대기업의 ‘견제’에도 보급형 제품은 이제 노트북 시장의 대세로 굳어졌음을 확인해 주었다. 이미 대기업과 중견 브랜드는 물론 명품 제품으로 알려진 외산 브랜드도 보급형 라인 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저가 제품의 득세는 유통망에도 변화를 주었다. PC판매의 메인 채널이었던 용산 등 오프라인 전자상가의 위세가 주춤한 반면 할인점과 인터넷 몰 ·TV홈쇼핑이 이 자리를 급속하게 대체해 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홈쇼핑과 인터넷 몰에 관심이 없었던 삼성전자가 TV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LG전자도 인터넷 몰을 통한 판매 비중을 늘려 나가고 있다. 보급형 노트북을 할인점 ‘이마트’에 독점 공급하면서 공급 부족 사태까지 발생한 삼보컴퓨터의 사례가 알려 지면서 주요 브랜드도 집객력이 뛰어난 할인점 채널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 밖에 CPU 별로는 AMD 계열 제품이 데스크톱 13.3%, 노트북 7%로 전체 시장에서 12%의 점유율을 보여 지난 해에 비해 68% 성장했다.
가트너코리아는 올해 PC 시장 규모를 지난 분기 예측치인 12.6%(전년 대비)에서 이번 분기에 24%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합친 전체 PC 판매 대수는 404만 대로 예상된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그래프) 분기 별 국내 PC 시장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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