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을 운영하는 K씨는 PC방을 타인에게 이전하는 과정에서 구입한 소프트웨어(SW) 처리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일부는 패키지 형태로, 일부는 사용권을 구매한 형태로 보유한 SW를 기존 구매 가격보다 저렴하게 인수자에게 양도하려는 데 과연 이것이 가능한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에는 PC방을 비롯해 업체의 파산·인수합병 등으로 인해 사용하지 않는 SW 라이선스를 양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영국의 할인 판매점에서 중고 볼륨 라이선스의 판매를 인정해 MS의 중고 SW 라이선스가 시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라이선스 양도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저작권사와 사용자 간 의견 차이 분명=SW 저작권사는 이용자가 SW에 대한 사용권을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오토데스크·매크로미디어·볼랜드코리아 등은 국내 라이선스에 대해 양도·양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다른 저작권사 역시 업체의 인수합병 상황을 제외하고는 양도·양수가 불가능하다. 다만 일부 패키지 제품에 대해서는 양도·재판매를 묵인한다.
서호익 한글과컴퓨터 마케팅 팀장은 “아래아한글이나 오피스 등 개인이 사용하는 제품은 양도·양수를 하더라도 제품 추적이 안 되기 때문에 관여할 바가 아니다”며 “그러나 사용계약을 한 경우에는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을 준 것이기 때문에 양도·양수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찬 한국MS 이사는 “완전한 패키지를 구매한 경우 1회에 한해서 양도가 가능하며 사용권한을 주는 사이트 라이선스는 오픈 라이선스라는 규정 하에서 제한적으로 양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사용자들은 SW도 기업의 자산이라고 본다면 양도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업에서는 SW를 구매할 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자산으로 잡는다”며 “당연히 회사가 파산하거나 매각·인수합병 시 SW를 양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확하지 않은 규정=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서는 SW의 양도에 대해 두 부분의 내용을 담고 있다.
컴보법 제17조에서는 ‘프로그램의 사용을 허락받은 자는 당해 프로그램에 대한 사용권리를 저작권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사의 주장은 이 내용에 근거를 둔다.
반면 같은 법 19조에서는 ‘원프로그램 또는 그 복제물을 판매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한 경우에는 이를 계속해 배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패키지와 같이 판매에 의해 거래되는 제품은 저작권사의 허락 없이도 사용자가 임의로 양도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해창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라이선스 담당 연구원은 “이 두 규정의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약관과 컴보법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 컴보법 내에서도 17조와 19조 가운데 어느 것에 비중을 둘지가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칙 만들어야=오병철 연세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일단 기업이 대규모 물량에 대해 사용허락 계약을 한 경우에는 양도가 어렵지만 이른바 패키지 형태로 최종 사용계약을 한 경우에는 임의로 양도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다수의 견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 같은 법적 공백을 없애기 위해 관련 내용을 담은 ‘디지털정보거래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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