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중국 현지 법인을 설립한 안철수연구소는 그 해 투자한 금액을 전부 회수했다. 중국 사업이 3년째 접어든 지금은 누적 순익이 40억원을 넘는다. 대단한 성공은 아니지만 그 어렵다는 중국 백신 시장에서 그 가치는 단순 수치 이상이다.
김철수 사장은 “자신감이 붙은만큼 내년에는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의 ‘작지만 소중한 성공’은 3년이라는 사전 준비 기간과 체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벤처업계의 중국 진출 10년을 맞아 이제는 진출 전략과 모델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동안 개별 진출, 즉흥적인 계획, 안면에 의한 접근 등이 주류를 이뤄왔다면 앞으로는 네트워크 진출, 장기 전략 수립, 사업 모델 기반 접근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오형근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은 “벤처기업의 중국 진출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욱 체계적인 진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협회도 벤처의 해외 진출 지원을 내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중국에 대한 차별된 수출 마케팅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기업 개별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중국에서 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 창신(이노스타)그룹 래리 유 부사장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 사례를 유심히 지켜봤다”며 “대부분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초기 큰 부담을 안고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기 부담이 클수록 빨리 회수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이 단독으로 중국 시장에 들어오려면 실제 비즈니스 관련 업무 이외에도 사무실 구입, 현지 직원 채용 등 기본적인 준비 사항이 많아 어림잡아 20만∼30만달러의 비용과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신뢰성 없는 파트너를 만났을 경우 자칫하면 투자 금액을 모두 날릴 수 있는 위험 요인도 잠복해 있어 부담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신뢰성 있는 파트너사의 확보, 전문기관을 통한 사전 시장 파악 등을 거쳐 리스크를 충분히 줄인 후 본격적인 진출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중국 진출 컨설팅 기관인 동북아기술경제연구소 김병중 소장은 “해외 진출은 어느 지역이나 어려움이 있겠지만 특히 중국은 언어 문제에서부터 현지 법률과 규정, 파트너사 물색 등 복잡한 측면이 많다”며 “신뢰성 있는 대중국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관련 기관의 수출 지원도 체계적으로 바뀌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달 마련한 한·중 베세토 IT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의 성과가 나름대로 컸다고 보고 앞으로 협회가 주도해 중국 주요 기관 및 기업을 국내 벤처기업과 매칭시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전자거래협회도 앞으로 e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을 모아 네트워크화된 방식으로 진출하는 버추얼 e비즈 종합상사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 가운데서도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는 컨설팅 및 비즈니스 센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중국 시장 내 업종별 리서치에서부터 시장 경쟁 분석을 진행하는 MMA사를 비롯해 창신그룹의 토털 차이나 비즈니스 솔루션(TCBS)과 같이 미국식 벤처 비즈니스 센터 모델에 중국식 비즈니스 문화를 접목한 인큐베이팅 사업 모델도 나오고 있다.
벤처기업도 스스로 이제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조심스런 접근을 하고 있다. 중국 진출을 위해 3년 장기 계획을 세운 비투비인터넷은 초기에 투자는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에이스텔 역시 중국 파트너와 비즈니스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성급하게 투자하기보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