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이 시작되면서 항공 수송에 의존하는 IT제품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세계적인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휴대폰 등의 수출물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상당한 수출 피해가 우려된다.
무역협회·KOTRA 등 수출 지원기관에 따르면 8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으로 화물기의 경우 전체 노선의 70%가 감축 운항되는 등 수출화물의 수송이 일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선 화물기 전체 31편중 프랑크푸르트, 오사카, 텐진, 상하이, LA 노선을 제외한 24편(77%)이 결항돼 심각한 수송 차질이 빚어졌다. 특히 수출기업들은 대체 수송기를 이용하거나 전세기를 이용해 화물 수송에 나서고 있으나 유럽이나 동남아 노선의 경우 KAL 수송 의존도가 워낙 높아 대체 수송에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IT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국제 화물수송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데다 휴대폰, 반도체 등 IT주력 수출품의 항공 수송 의존도가 특히 높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1∼5월 기준 반도체의 항공 수출 비중은 35%로 가장 높았으며 휴대폰·부품도 28% 내외로 항공 수출 비중이 크다. 이외 모니터(CRT)와 LCD도 각각 5.86%와 3% 가량을 항공 수송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업계는 파업 초기단계부터 긴급 조정권 발동을 통한 강력한 대처와 함께 대체 수송기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 외국적 차터기 이용시 인허가 절차를 간소시켜주는 것도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히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 파업시 여객 및 화물 수송 차질로 인해 약 3233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고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한다는 입장이다.
무역협회 한 관계자는 “이번 파업이 장기화되서는 안되겠지만 수출기업들도 비상 대체 수송수단을 물색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업계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업계는 우선 1단계로 아시아나와 외국 항공사를 대체 항공수단으로 확보하고, 2단계로는 경유 노선, 전세기를 통한 물류운송도 검토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문은 반도체·LCD·휴대폰 등 대부분 항공물류로 수출되는 품목들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휴대폰의 수출물량 100%를, LCD는 70%를 항공화물로 처리하고 있다. 수출 항공노선은 대한항공이 45%, 아시아나 20%, 외국 항공사 35%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한 제품을 모두 현지로 보낸 상태여서 큰 영향이 없으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항공편이 적은 유럽지역에서 휴대폰 등 주요 수출품목의 판매 시기를 놓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에 따라 타 항공사 및 여객기 등으로 대체 수송계획을 수립하고, 장기화될 때에 대비해 전세기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LG전자는 휴대폰의 95% 이상을, PDP·LCD TV 소량을 항공편을 통해 수송하고 있다. LG전자의 대한항공을 통한 운송 비율은 30∼40% 수준. LG전자는 삼성과 마찬가지로 현재까지는 피해는 없지만, 장기화에 대비해 대체항공사를 확보해 두고 있다.
LG전자는 우선 대한항공 물량을 아시아나 항공과 외국항공사 등을 통해 분산 처리하며, 직항노선 확보가 어려울 경우 경유노선을 검토중이다. 특히 파업이 장기화되는 경우, 물량이나 일정을 바이어와 협의해 조정하거나, 아예 다른 항공편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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