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IT산업 결산](1)통신·방송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 행사에서 KT는 와이브로를 세계 최초로 시연해 보여 귀빈들과 외신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KT가 APEC 행사장인 벡스코 앞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연하는 모습.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 행사에서 KT는 와이브로를 세계 최초로 시연해 보여 귀빈들과 외신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KT가 APEC 행사장인 벡스코 앞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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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전자·정보통신·정보기술(IT) 산업계는 여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세계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 우리나라 디지털전자 수출은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며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환율 불안과 유가 인상 등 대외적인 경제 환경은 어느 때보다 불투명했다. 올해 전자·정보통신·IT 시장은 어떠했는지, 산업계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시리즈로 살펴본다.<편집자>

 

 최근 정체 국면에 접어든 통신 서비스 시장은 새로운 컨버전스 영역으로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사업자들의 위기의식이 곳곳에서 드러난 한해였다. 지난 2년간 끌었던 와이브로 사업권 허가가 마무리된 것을 비롯해 부산 APEC에서 성공적인 와이브로 시연, BcN서비스 사업자의 시범 서비스 시작, 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사업 진출 등이 긍정적인 뉴스였다면, 공정거래위원회 및 통신위원회의 강도 높은 사업자 제재조치를 비롯해 주요 통신사의 대표이사 교체와 구조조정, 그리고 단말기 보조금 연장 및 IPTV 입법화를 둘러싼 정책 공방은 올 통신 시장을 달군 최대 이슈였다.

 ◇유선 서비스=무엇보다 KT와 하나로통신의 경영진 교체가 빅 뉴스였다. 통신 시장 중심에 서 있는 KT는 남중수 사장 체제로 전환, 민영화 2기를 준비하는 새로운 판짜기에 본격 진행되는 해였다. KT는 임원진을 비롯, 자회사 사장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와이브로 사업권을 반납한 하나로텔레콤은 윤창번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에 이어 자체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내·외자 경영진, 그리고 노사갈등을 겪어야 했다.

 규제기관의 칼날도 어느 때보다 매서운 해였다. KT는 유선사업자 요금담합건으로 공정위로부터, PCS재판매 위반으로 통신위로부터 과징금을 부여받았다. 데이콤의 초고속인터넷 소매사업을 이관받은 파워콤 역시 출발은 좋았으나, 사업 시작 한 달 만에 AS 문제로 통신위로부터 ‘영업정지’라는 조치를 당했다. 이밖에 법정관리 상태의 온세통신은 매각 의사를 공식화해, 유선 시장의 새로운 경쟁사가 누가 될지 주목받았다.

 올 한해 유선통신 서비스 시장 규모는 데이콤과 파워콤이 지난해 대비 일부 실적이 호전된 것을 제외하고, 시장을 견인하는 KT의 매출 정체 등으로 지난해 수준에 머물 것으로 파악되며, 특히 유선 시장이 동인이었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 역시 가입자 정체 국면으로 본격 접어들었다.

 ◇이동통신 시장=약보합 성장세를 유지한 가운데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된 번호이동성 제도가 본격 정착된 해로 평가된다. 또한 시장 정체 속에 가입자 유치경쟁이 사그라들긴 했지만 보조금 위반과 KT PCS 재판매, 공정위의 요금담합 조사 등으로 상징되는 각종 규제 여파에 몸살을 앓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신성장 엔진을 찾기 위해 해외 진출을 비롯해 각종 신규 사업에 적극 나서기도 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한 채 내년을 기약하는 상황이다.

 올해 이동전화 시장 전체적으로는 약 180만명 가까운 가입자 증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이동전화 총 가입자 수 규모도 연말까지는 총 384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내년이면 이동전화 인구 4000만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별로는 역시 이동전화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연말까지 총 1950만명을 무난히 넘어서고, KTF는 1240만명, LG텔레콤은 6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번호이동성 시행 2년이 지나면서 예전의 쏠림 현상도 많이 둔화됐다. 지난 11월 말 현재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0.9%, 32.2%, 16.8%로 점유율이 분산됐다. 올해 전체 매출을 보면 SK텔레콤이 10조2000억원, KTF가 4조9000억원, LG텔레콤이 2조5000억원을 각각 예상, 시장 전체규모가 18조원을 넘보는 수준이다.

 ◇방송 시장=올해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최대 화두였다. 지난 5월 티유미디어가 위성DMB 서비스를 상용화한 데 이어 이달부터 지상파DMB도 세계 최초로 본방송을 시작하며, 우리나라는 휴대이동방송시장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방송의 디지털화는 올 한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상파 방송국의 디지털 전환은 대부분 일정대로 진행돼 송출시설의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 다만 일부 시군지역 방송국의 전환은 내년으로 넘어갔다.

 케이블TV 시장에서는 CJ케이블넷, BSI 등이 디지털케이블 본방송을 시작했다. 이어 KDMC는 이달 19일부터, 씨앤앰은 내년 1월부터 본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일정은 지난해 예상보다 많이 지연된 것이며, 디지털 전환 가입자 수도 기대보다 훨씬 못 미쳐 연말까지 5∼6만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제공하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두각을 나타냈다. 상당수 지역에서 SO가 KT에 이어 2위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로 올라서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을 통해 인터넷전화(VoIP) 사업까지 시작할 예정이어서 본격적인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를 앞세운 SO들의 내년 행보가 주목된다.

 한편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SO들은 자본력을 갖춘 KT가 방송시장에 진입하면 SO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KT의 IPTV 서비스 시작을 반대하고 있다.

◆통신·방송 장비

 올해 통신·방송장비 업계는 투자 위축과 수출 시대 개막, 인수합병 등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연초 예상과 달리 실제 장비수요도 많이 축소됐다. WCDMA 발주는 시작됐지만 실질적인 집행실적이 부족했으며 와이브로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IPTV, 종량제 이슈 등에 의해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도 상당수 연기됐다. 물론 내년 후속 투자를 기대할 수는 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차세대 네트워크 장비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네덜란드 통신사업자인 버사텔에 턴키방식으로 3억4000만달러 규모 차세대네트워크(NGN) 장비를 공급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와이브로 시험 장비도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1월 LG전자와 노텔네트웍스가 합작사 설립 조인식 체결 후 10여개월만인 11월 공식출범했다. 양사는 합병 발표 후 이미 WCDMA 장비 수주 증가 등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와 어바이어 제휴설도 꾸준히 나돌았다.

 방송장비 시장에서는 디지털케이블 전환, DMB 시스템 구축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대부분 종료되면서 장비·솔루션 업계의 해외진출 시도와 사업다각화가 눈에 띄었다. 씨아이에스테크놀로지·에이스텔·코난테크놀로지 등은 올해 해외진출을 위해 해외 업체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고, 지사를 설립했다. 아직 진출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내년엔 구체적인 성과를 일궈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LG전자·퍼스텔·지티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과 하드웨어 타입의 인코더를 개발한 온타임텍·픽스트리도 국내에서는 지상파DMB 상용서비스를 지원하고, 해외에서는 각종 시연과 시험방송에 참여하며 지상파DMB 홍보에 큰 몫을 했다. 이들 업체들은 해외에서 지상파DMB가 채택될 경우 수출 전망도 밝다.

 방송장비 업체들의 콘텐츠 사업 강화도 주목받았다. 컴텍코리아는 이관희 프로덕션과 업무협력 제휴를 체결했다. 미래온라인은 직업관련 채널인 ‘잡(JOB)TV’를 위탁운영하고, 콘텐츠 물류센터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며 콘텐츠 분야를 강화했다.

 

◆휴대폰 시장

 2005년 글로벌 휴대폰 시장은 연초 5%대의 저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5% 대의 고성장을 기록했다.특히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 등 국내 빅3 업체들의 휴대폰 매출도 총 34조원에 달하는 등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규모는 약 7억6000∼7억70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교체수요와 함께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카메라폰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업체별로는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중저가 단말기 시장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각각 1억대, 5600여만대를 판매하면서 선전을 펼쳤다.

 이로 인해 세계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 노키아·모토로라 등 글로벌 빅4의 시장점유율이 70%에 육박했다. 스카이텔레텍을 인수한 팬택계열의 경우, 유럽 GSM 시장 등 해외 수출이 예상외로 지연되면서 상대적으로 부진을 보였다.

 국내 휴대폰 시장은 통신위의 보조금 규제 강화에 따른 이통사들의 마케팅 위축 등의 영향으로 2004년 대비 30% 가량 감소한 1300∼1400만대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내수 시장에 활력을 불러일으켰던 번호이동성 제도와 같은 호재가 없었을 뿐 아니라 기대를 모았던 위성DMB폰, WCDMA폰 시장이 예상외로 더딘 성장을 보였다.

 올해 휴대폰 시장의 화두는 단연 초슬림폰. 모토로라의 레이저(RAZR) 등장 이후 초슬림폰 경쟁이 거세게 불었다. 삼성전자 블루블랙폰(D-500)도 올 휴대폰 시장에 블랙 컬러를 유행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들 두 제품은 휴대폰 시장에 ‘디자인 기술경쟁력’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는 한편 휴대폰 키패드, 도료산업 등 연관산업 발전도 견인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1억대 판매기록 수립과 함께 와이브로 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가시적 성과를 냈다. LG전자 역시 2분기 한 때 실적악화로 고전했지만, 3분기 이후 안정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팬택계열 은 SK그룹과의 빅딜을 무난히 성사시키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