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IT산업 결산](3)디지털산업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행진은 계속됐다. 세계 최고의 기록을 갈아 치우며 반도체강국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휴대 단말기의 성장세 주춤에 따라 휴대폰 부품업계가 다소 위축되기는 했지만 디스플레이부품업계는 활황세를 지속했다. 로봇산업이 시동을 걸고 다소 느린 행보를 걷고 있지만 잇단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보가전은 수출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내수에서는 프리미엄급의 호조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전자수출 1000억 달러의 주역들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 정보가전들의 선전이 돋보이는 한해였다. 디지털산업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올해 세계 반도체업계의 이슈는 한 때 ‘회생불가’ 판정까지 나왔던 하이닉스반도체의 부활, 그리고 메모리 중심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용 300밀리 팹 가동을 꼽을 수 있다. 또 카메라 폰에 이어 DMB시장 개화와 함께 성공 사례가 속출한 팹리스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업계의 빠른 행보도 메모리 위주 국내 반도체 산업의 체질 변화를 가속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지난 4월, 당초 예정인 2006년 12월 31일보다 1년 8개월이나 앞당겨 워크아웃을 졸업한 하이닉스의 행보는 세계 반도체업계의 신화로 기록됐다. 특히 하이닉스는 올해 ‘세계 최대 생산량(월 13만장 투입)의 팹’을 3개 이상 확보하면서 많은 세계 최초 기록을 갈아 치웠다. 가트너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전년대비 23.4%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매출 57억3600만달러를 기록, 올해 처음으로 세계 10위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2위로 178억달러 매출에 9.7%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성장율은 올해 전체 반도체시장 성장율 6%대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성장에는 당초 기대보다 큰 폭의 수요 증가를 실현한 낸드플래시가 자리잡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경쟁이 시너지를 창출하며, 일본을 따돌리고 떠오르는 대만 돌풍을 잠재웠다. 디스플레이 산업 호조에 힘입어 장비·부품·재료 산업도 성장의 기반을 한층 다졌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기반을 다진 한 해였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문은 올해 연 매출 100억달러(약 10조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울 것이 확실시된다. 11월 말 현재 대형 LCD 누적 생산기준 4000만대를 돌파하면서 대형LCD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 등 시장 추정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0월 LCD 전체 매출에서 12억2000만달러를 달성했으며, 전체 매출 및 출하량 모두에서 올해 세계 1위를 일궈냈다. 10인치 이상 대형 LCD 매출에서도 업계 최초로 10억5600만달러를, 출하에서는 440만개로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확실한 업계 리더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였다.

LG필립스LCD는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한 8조원 후반대의 매출이 예상된다. 영업이익도 1분기 적자에서 3분기 2270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강한 회복세를 보여 올해 전체 흑자 경영이 예상된다. LG필립스LCD는 올해 대형 LCD 세계시장 점유율 20%대를 돌파하며, 이 분야 세계 1위를 탈환했다. 특히 올해는 LPL이 내년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시대’ 개막을 ‘준비한’ 한해로, 고속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일반부품 = 부품 업계는 올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삼성전기 등, 국내를 대표하는 종합 부품 업체가 최근 뚜렷한 실적개선에 성공했다. 대표적 부품 업종인 휴대폰 부품 업계는 상반기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하반기 들어 호조를 보이고 원가 절감과 신기술 개발 효과가 반영되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휴대폰 부품 업계가 조정 국면을 거친 반면 디스플레이 부품 업계는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백라이트유닛업체들은 올해 초까지 단가하락으로 침체를 면치 못했지만 2분기부터는 매출과 이익 모두 최고실적을 달성했다. 백라이트유닛을 비롯한 LCD 부품업체들은 향후 TV용 LCD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이 분야 선점을 위해 공장 증설 등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PDP나 LCD 전원장치 업체들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전자소재 시장은 7세대 LCD 라인과 300㎜ 웨이퍼 라인의 본격 가동에 따라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한편 업체간 경쟁은 격화되고 단가 인하 압력도 거셌다.

잉크젯프린팅 기술이나 나노임프린트, 컬러필터 없는 LCD 등 신공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소재 자체의 변화 방향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내년으로 예정된 유럽연합(EU)의 RoHS 발효를 앞두고 친환경 부품소재 개발 노력도 활기를 띄었다.

주요 화학 대기업들의 전자소재 산업 진출 추세는 올해도 이어졌고 폴리이미드필름, 연성동박적층필름, 프리즘시트 등 핵심 소재도 속속 국산화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우리 정부가 부품 소재 산업 육성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산자부는 매출 2000억원, 수출 1억 달러 이상의 중핵 기업 300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또 부품소재 육성 정책을 최일선에서 집행할 부품소재진흥원도 만들었다.

◇산업전자= 올해 전력·에너지분야에서는 전력IT사업 과제를 선정한 것이 단연 눈길을 끈다. 전력IT는 보수적인 전력산업에 첨단 IT를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자는 국가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9개의 과제를 선정했으며 여기에는 정부는 물론 총 80여개의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체가 참가하게 된다. 향후 5년간 투자되는 금액만도 2500억원(인력양성 및 표준화에 별도 200억원 추가 배정)에 달한다.

올해 국내 RFID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 1236억원에 비해 1700여 억원이 늘어난 29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RFID 관련 매출을 올린 기업 수는 지난해 74개에서 56개가 늘어난 130개로 확인됐다. 각 기업들의 관련 매출액은 △태그 420억원 △리더 650억원 △소프트웨어 280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또, SI분야는 지난해 530억원이었으나 내년에는 183%가 증가한 153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계산업은 올해 만성 적자산업에서 탈피 무역수지 흑자산업으로 발판을 다지는 한 해를 보냈다. 일반기계 수출은 연말까지는 222억 4200만달러, 수입은 179억 3400만달러로 연간 43억 800만달러의 흑자를 달성할 전망이다. 지난해에 비해 수출은 32.1%, 수입은 10.7% 각각 늘어난 실적이다. 이중 공작기계 분야는 올해 10억 달러 수출로 사상 첫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로봇분야는 산업용 로봇이 3200억원, 지능형 서비스로봇이 500억원 시장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능형서비스로봇을 차세대 국가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이 마련됐다.

상반기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였던 생체인식 솔루션 업체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상반기 침체를 극복했다. 니트젠과 슈프리마 등은 20여개국에 솔루션을 수출했으며, 홍채전문 아이리텍의 고유기술은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생체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향후 국내 시장을 여는 발판이 구축됐다.

◇정보가전= 고유가, 원화강세 등으로 수출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내수 회복세가 뚜렷했다. 특히 양문형냉장고, 드럼세탁기, 디지털TV 등 프리미엄급 제품이 국내 판매량의 65∼80%를 차지하며, 일반 제품과 세대교체를 이루는 양상이었다.

반면 수출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년대비 10∼15% 마이너스 성장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만 해외에서도 드럼세탁기, 양문형냉장고 등 프리미엄 제품 매출이 15∼20% 성장해 수익성이 조금씩 개선됐다.

가전유통가에서는 소비 양극화가 심화돼 가전제품 모델별 부침현상도 뚜렷했다. 프리미엄 제품의 강세에도 절전형 가전과 저가형 제품도 불황여파에 여전히 불티나게 팔렸다. 유통가에선 소비 촉진을 위한 가격인하 공세도 두드러졌다. 연초 PDP TV보다 40%나 비싸던 LCD TV는 연이은 가격인하로 PDP와 가격격차가 거의 없어졌으며, 100만원 미만의 노트북이 출시되면서 불붙은 PC시장에서 가격파괴는 20만원대 저가형 PC까지 등장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품목별로는 LCD와 PDP TV 등 디지털TV 판매가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0인치 이상 대형 LCD TV의 경우 지난해보다 무려 300∼500%나 늘어났으며, PDP TV시장도 50∼80% 가량 신장했다. 또 100년만의 무더위 예보 여파로 에어컨 시장이 전년보다 25%로 증가했으며, 김치파동으로 김치냉장고는 판매량이 30%나 폭증하기도 했다.

MP3시장에서는 ‘아이팟 셔플’과 ‘아이팟 나노’ 등 애플의 저가 공세에 MP3 종주국인 한국 업체들이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저가 공세에 맞대응한 국내 업체들은 매출은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떨어지는 아픔을 맛봐야 했고, 애플의 대량 낸드 플래시 메모리 구매로 극심한 부품 수급난을 겪어야 했다. 5일 근무가 확산되면서 내비게이션, PMP 등 여행용 디지털 가전 수요도 급증한 것도 하나의 트렌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