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 평가 `안하나`못하나`

평가 주체 교체…의욕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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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부터 추진돼 온 전자정부 31대 로드맵 사업에 대한 평가는 체계화된 관련 시스템의 부재로 기존 ‘정보화 평가’와 혼합된 개념이 전부였다. 이에 정부는 작년 말부터 전자정부만의 독자 평가 시스템을 시행한다는 방침을 정해 추진 일정 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애써 만들어놓은 평가 시스템과 그에 따른 추진 일정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왜 평가하나=올해만 2202억원이 투입된 전자정부 사업은 오는 2007년까지 9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지원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다. 하지만 인터넷 민원서류 위·변조 논란 등 특정 사안이 발생했을 때 감사가 이뤄지거나 정기적인 점검 회의가 열리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에 따라 당해 연도 사업의 목표 달성 정도를 평가, 다음 연도의 사업 계획 등에 반영할 수 있는 객관적인 의사 결정 자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기획예산처가 ‘용역 기간이 다음 연도로 이월되는 모든 사업에는 예산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나선 것도 평가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게 기획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 전자정부 과제는 구축 단계이기 때문에 평가가 급한 것은 아니다”며 “확산 단계에 진입하는 내년부터 평가해도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혁신위가 발표한 ‘전자정부 수준 평가 결과’에서도 입증됐듯이 현재와 같이 기관 간 전자정부 수준차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이들 기관이 수행하는 각 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왜 평가 안 하나=전자정부 성과 평가의 주체가 행자부에서 혁신위로 바뀌면서 당초 계획이 틀어져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정부의 해명이다.

 행자부는 지난 2월 발표한 ‘2005년도 전자정부 추진 방향’을 통해 평가 방법과 일정 등을 각 부처에 고지했다. 4월에는 전자정부 로드맵 성과 관리 및 점검 방안을 최종 확정한 바 있다. 하지만 새롭게 평가 업무를 맡게 된 혁신위는 준비 부족을 이유로 한 해가 다 가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평가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권헌영 혁신위 전자정부팀 연구위원은 “기존 평가 지표를 무시하고 신규 지표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며 “사업에 대한 연내 평가는 물리적으로 힘들지만, 내년부터는 성과 평가 등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 작업에 대한 의지 자체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전자정부 사업 주관부처 관계자는 “평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와 같아 하는 쪽도 받는 쪽도 피하고 싶은 게 사실”이라며 “특히 정권 후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힘빠진 혁신위가 평가에 의욕을 갖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31대 로드맵 사업 중 12개를 주관하는 행자부가 앞장서는 것도 우스운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망=올해 마련된 계획에 따른 공식적인 성과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연초부터 평가 분야에 대한 강도 높은 추진이 예상된다. 하지만 평가 작업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는 여전히 숙제다.

 강동석 한국전산원 전자정부지원단장은 “올해까지는 대다수 로드맵 사업이 개발과 구축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면, 내년에는 보급과 확산이 주안점”이라며 “따라서 각종 성과 평가와 그에 따른 차등 지원 등이 전자정부 사업의 핵심 현안으로 지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