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홍성흔(29)선수는 스포츠계 최고의 게임 마니아로 꼽힌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그가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즐긴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런 그가 7년간 애정을 쏟아부은 게임이 바로 ‘리니지’다.
실제로 그는 ‘리니지’가 ‘에피소드1: 말하는 섬’으로 상용화된 99년부터 ‘에피소드4:히스토리&메모리’가 업데이트 된 지금까지 ‘리니지’와 함께 한 ‘리니지’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런 그가 오랜 기간 품어온 소망이 ‘리니지’ 개발자들과의 만남이었다. 지난 7일 드디어 홍성흔 선수는 오랜 소망을 이루고야 말았다. 부인 김정임씨와 함께 엔씨소프트를 방문한 현장 모습을 엔씨소프트의 이재은대리가 전해 왔다.
# 부부가 함께 누비는 ‘리니지’ 월드
그의 기사 캐릭터는 무려 70레벨에 달한다. 지난 7년간 키워온 캐릭터이니 그 정도는 돼야 정상이다. 더구나 그는 부인 김정임씨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 취미이자 낙이다. 그가 ‘리니지’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또다른 이유였다.
‘리니지’로 인한 해프닝도 많았다. 연애시절 동갑인줄 알았던 정임씨가 3살 연상이라는 충격적(?)사실도 ‘리니지’를 통해 처음 알게됐다. “와이프를 처음에는 소개팅으로 만났어요. 동갑인 줄 알았구요. 뜨개질이 취미였던 아내에게 ‘리니지’를 계속 권해서 같이 하게 되었죠. 그런데, 계정을 만들기 위해 주민번호를 물어봤더니 아내가 갑자기 울먹이다 눈물을 흘리는 거에요. 아! 그때까지만 해도 동갑인 줄 알았던 아내가 알고 보니 세 살이나 연상이었지 뭐에요. 그렇게 우리 연애사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 지나갔지요”
그러나, 두 사람은 오프라인에서뿐 아니라 ‘리니지’안에서 함께 게임을 즐기며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갔고 결국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당시 언제나 함께 ‘리니지’ 월드를 누비는 귀여운 요정 캐릭터와 기사 캐릭터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고 한다.
“우리는 결혼도 게임 안에서 먼저 했어요. 성당에서 친한 캐릭터들을 초대해서 색색깔 불꽃도 팡팡 쏘면서요. 결국 한 사람과 결혼을 두 번이나 한 셈이 되나요? (웃음)” 그 후로도 홍 선수와 아내 정임씨는 지금까지 다정하게 ‘리니지’ 월드를 누비며 모험을 계속 하고 있다.
# 개발자와 만나다
‘리니지’를 만든 엔씨소프트가 어떤 곳일까라는 생각에 회사 근처를 배회한적도 있다고 고백하는 홍 선수는 개발자와의 만남이 결정된 순간 ‘온 몸이 떨렸다’고 설레였던 당시 심정을 표현했다.
홍 선수와 부인 정임씨는 이번 만남을 위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올 정도로 개발자와의 만남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홍 선수와 만남을 가진 ‘리니지’ 개발자는 배경 팀의 김현주 과장, 디자인 팀의 김규호 대리였다. 두 사람은 게임 개발에 있어서는 엔씨소프트에서도 손꼽히는 프로페셔널로 ‘리니지’ 월드를 직접 만든 신의 손(?)들이다.
“마운드에 올라섰을 때보다 더 떨리는 것 같았어요” 홍 선수는 개발자들을 만난 순간 그가 느낀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리니지의 어떤 점이 가장 재미있었느냐는 개발자들의 질문에 “아, 그야 물론 내 캐릭터를 점점 강하게 키워나가는 거죠. 공성전도 빼놓을 수 없고요. 무기를 인챈트(업그레이드) 하는 스릴도 빼먹을 수 없지요. 정말 하늘에 운을 맡긴다는 심정으로 인챈트를 해요”라며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답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부인 정임씨가 살짝 한 마디 거든다. “이 사람 평소에 안 이러거든요? 지금 굉장히 흥분한 거에요”
홍 선수만이 아니라 부인 김정임 씨도 할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레벨56의 요정을 키우고 있다는 그녀는 처음 홍 선수에게 ‘리니지’를 배웠을 때를 떠올리며 새삼 손사래를 쳤다. “처음에 이 이가 게임 시스템에 대해 차근히 설명해 주질 않았어요. 그냥 ‘무조건 몬스터 때리다가, 바닥에 뭐 떨어져 있으면 F4눌러서 먹어. 알았지? 그리고 맞으면 도망가는 거야!’ 그러는 거에요” 부인 정임 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폭소가 터져나왔다.
“홍 선수께서 정말 터프하게 가르쳐 주셨군요”. “아, 예, 사실 제가 자상하게 가르쳐 주는 타입이 아니라…” 말끝이 흐려짐과 동시에 정임씨는 “정말 자상하지 않아요”라는 말로 다시한번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 ‘리니지’는 유용한 소통수단
홍 선수의 경우 해외 전지 훈련이 많다. 정기리그가 끝난 후 어김없이 찾아오는 해외 전지 훈련은 부인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때 홍 선수와 정임씨가 주로 이용하는 것은 ‘리니지’다.
“해외로 전지훈련 갔을 때는 ‘리니지’가 핸드폰보다 더 유용한 소통수단이라니까요. 값도 싸고(웃음) 친구들에게 한꺼번에 얘기할 수도 있구요.” “맞아요, 이 이가 하와이에 갔을 때도 ‘리니지’로 이야기를 했어요”
이렇게 ‘리니지’ 상에서 부인과 대화를 하는 홍 선수를 보는 주변 친구들은 부러운 시선을 보낸단다. “저는 주변의 동료들에게 ‘리니지’를 적극 권해요. 사실 우리 같은 운동선수들은 술이나 담배 같은 것을 하면 좋지 않잖아요? 그런 면에서 ‘리니지’는 제게 딱 맞는 취미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홍 선수가 얼마나 많은 포교(?)에 성공했을까? 홍 선수는 이에 대해 현재 진행중이라고 답했다.“현재진행중이에요. 하지만 한가지만 말씀 드리면 저는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은 무조건 ‘리니지’ 티셔츠를 입게해요. 이게 저희 집 유니폼이라고 하면서요”
홍 선수의 ‘리니지’에 대한 사랑이 큰만큼 그는 개발자들에게 건의할 것도 많은 모양이다. 차분해진 그는 우선 초보 플레이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춰주길 요구했다. “초보들이 좀 더 빨리 기존의 유저들과 화합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승엽이도 끌어들이죠.(웃음) 지금 계속 꼬시고 있다니까요”
이에 개발자들은 “초보분을 위한 여러 가지 효과적 시스템을 계속해서 정비해 나가야겠네요”라며 홍 선수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는 사이에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왔다. 홍선수는 “저, 다음에 또 와도 되는 거죠? 오늘 시간이 정말 빨리 간 것 같아요”라며 아쉬움을 남긴채 ‘리니지’ 개발자들과의 만남을 정리했다.
<필자 = 엔씨소프트 이재은대리 noonoo@ncsof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