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게임산업 트렌드

12월은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며 주판알을 튕기는 시기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게임업계의 격동의 시기였다. 게임시장이 포화기를 맞은데다 신작들은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업계의 노력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했다. 그러나, ‘뜻이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업계는 올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 회생의 대안을 찾은 소중한 한해로 기록될 것 같다. 게임업계의 주요 트렌드를 테마별로 점검했다.

# 수익모델 다양화

‘박리다매’를 기본으로 하는 캐주얼 바람의 여파일까. 현재 게임업계 수익모델의 주류는 부분유료화이다. 캐주얼게임은 물론 FPS·RPG 등 하드코어 게임들까지 정액제를 포기하고, 대부분 이런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현재 정액제를 채탁하고 있는 게임은 ‘리니지’ 리니지2’ ‘뮤’ ‘RF온라인’ ‘WOW’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 최근 CJ인터넷의 ‘대항해시대’가 ‘WOW’ 이후에 끊겼던 정액제의 맥을 살린게 고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는 각 게임에 맞는 최적의 수익모델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아바타나 아이템 판매가 주수익원인 캐주얼게임업계는 유저당 아이템 구입 비용(ARPU)을 높이기 위한 묘안 찾기에 분주하다. MMORPG업계는 정액제와 부분 유료화의 장점을 결합한 프리미엄 정액제, 저가 정액제 등 유저의 반발을 줄이면서 매출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는 묘안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엔씨소프트 ‘길드워’처럼 패키지형 유료화모델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이나 내년초에 상용화가 예정된 ‘로한’ ‘썬’ ‘그라나도 에스파다’ ‘제라’ 등 블록버스터 대작들을 중심으로 정액제가 다시 붐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 가자! 해외로

이처럼 국내 시장에 공급 과잉과 수익 모델 수립에 애로가 많아지면서 업계는 해외 시장 개척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작년까지만해도 중국, 일본, 대만 등에 집중됐던 수출 지역이 북미, 유럽, 동남아를 거쳐 남미까지 확대됐다. 이에따라 세계 40개국 이상에 진출한 ‘라그나로크’ 외에도 두 나라 이상에서 해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이 줄을 이었다.

일본의 부상도 매우 인상적이다. 일본은 수 년전부터 정부차원에서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 브로드밴드 가입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올들어 국내 게임업계 수출의 핵심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불법 서버의 속출과 정부 규제, 수익 회수등의 어려움으로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중국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일본 게임포털시장을 평정한 NHN을 비롯해 넥슨, 그라비티, CJ인터넷, 한빛소프트, 삼성전자 등 대형업체들이 일본에서 본격적인 수확기로 접어들었다.

# 대세는 ‘퓨전 장르’

전략 시뮬레이션과 롤플레잉 게임 중심의 온라인게임 패러다임이 완전히 무너지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개발된 것도 특기할만한 현상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MMORPG 등 특정 인기 장르가 일부 게임이 탄탄한 독과점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게이머들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특히 여러 장르를 혼합한 이른바 ‘퓨전 게임’의 등장은 2005년 게임 시장의 트렌드를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스포츠, RPG, 액션, 슈팅 등 다양한 장르게 상황에 맞게 버무려져 독특한 게임의 색깔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캐주얼 게임의 붐업으로 하드코어류 게임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도 퓨전화의 영향 탓이다. 캐주얼적 빌로퍼가 개발중인 ‘헬게이트­’ 역시 FPS와 RPG를 섞어놓은 것이란 점에서 이미 온라인 게임의 퓨전화는 세계적인 대세다.아마도 전 분야를 망라할때 올해 최고의 키워드는 ‘황우석’이란 세글자일 것이다.

MBC ‘PD수첩’을 통해 황우석 박사의 ‘모럴 헤저드’설이 터져나오고, 이후 MBC측의 무리한 취재 과정이 공개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게임이 생활의 일부인 G세대들이 주류인 네티즌들의 최고 관심사는 역시 게임이다.

다음이 올 한해 동안 ‘다음검색’을 이용한 네티즌들의 검색 행태를 분석,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인기 검색어 ‘톱 20’에서 3년 연속 ‘로또’가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게임 관련 검색어가 전체의 25%를 점유했다. 2, 3위를 차지한 국민게임 ‘카트라이더’와 ‘리니지’를 필두로 ‘메이플스토리’(8위), ‘WOW’(11위), ‘스페셜포스’(13위), ‘프리스타일’(14위) 등 인기 온라인 게임이 톱 20에 들었다.

대박을 추구하며 인생 역전의 희망을 품고 사는 서민들의 솔직한 심정을 대변한 것일까. 로또는 3년 연속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라 주목을 끌었다. 게임은 작년에도 네이버 검색어 톱20에 44%를 차지하는 등 전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했음을 계속 데이터로 입증해보이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