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출신의 A씨. SW 개발 분야에서 15년째 종사, 이 분야에서 고급기술자로 인정받고 있다. A씨는 최근 전문대를 졸업했다. 그러자 A씨의 기술 등급은 초급으로 뚝 떨어졌다. 그동안의 경력은 인정되지 않고, 단지 A씨가 전문대 졸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커리어’가 확 낮아진 것이다.
이는 현재의 개발자 등급이 졸업 학력만을 절대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W 기술자 등급 적용이 주먹구구식”이라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마침 정부는 조만간 ‘2006년 SW 사업 기술자의 등급 및 자격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SW 산업 특성 무시=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정통부가 고시한 ‘SW 사업 대가기준’을 근거로 매년 ‘SW 사업 기술자의 등급 및 자격기준’을 발표하고 있다.
정통부 사업 대가 기준은 SW 개발비 산정 기준이 엔지니어링 사업 대가 기준을 준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SW 기술자에 대해 직무군(PM·컨설턴트·개발자·기술지원·운영관리 등)과 직무수준(고급·중급·초급 등) 기준 없이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을 따르고 있다.
한창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팀장은 “엔지니어링과 SW 산업은 본질적으로 사업 형태나 추진 과정이 다르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 할 기준이 없어 엔지니어링의 잣대를 준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기술자가 졸지에 초급으로 전락=고졸 경력 15년 이상의 고급기술자가 전문대학을 졸업하면 기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초급기술자로 떨어진다. 새로운 학력을 취득하면 기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규정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같은 개발자지만 발주기관 A에 경력증명을 제출하면 고급기술자로 판정받고, 발주기관 B에서는 초급기술자로 평가받는 우수운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업체 관계자는 “물론 개발자는 새로운 학력을 포기하고 고급기술 등급을 주장할 수 있지만 발주 측에서는 학력을 기준으로 초급을 적용, 양측 간 마찰이 발생 한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SW 단체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는 이 같은 불합리에 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고졸 학력으로는 특급기술자와 기술사 등급을 받지 못하는 ‘학력 제한’과 세계적 SW 업체들이 부여하는 자격증을 등급에 반영하지 않는 점도 풀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SW 노임 단가는 상한선 아닌 하한선=가장 큰 문제는 노임 단가 적용시, 발주처는 이 기준을 인건비 지출의 상한선으로 본다. 당초 이 기준은 해당 등급을 보유한 기술자가 최소한 받아야 할 기준으로 고시됐다. 하지만 이를 적용하는 발주기관에서 반대로 이를 상한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등급의 노임 단가보다 낮은 단가 적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관련단체들이 이 같은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내년 중점 사업으로 노임 단가 개선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건설이나 건축사처럼 엔지니어링 노임 단가를 준용치 않는 사례 연구에 착수했다.
협회 측은 “특히 학력 중심 체계를 경력과 업무 중심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상위 학력을 취득하더라도 과거 경험을 70% 정도 인정해주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방안을 마련, 관련 부처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도 이와 관련해 최근 업체들을 대상으로 ’SW 직무 및 수준 분류’ 작업을 위한 설문을 실시하고 최근 분류 기준을 제시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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