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성장동력원으로 기대됐던 디지털케이블 방송이 내년에 50만 가입 가구 확보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의 내년도 사업 계획에 따르면 태광산업계열MSO를 비롯해 씨앤앰커뮤니케이션·CJ케이블넷·큐릭스 등이 10만 가입 가구를 목표로 내걸었고, HCN이 5만1000가구, 드림씨티방송이 4만 가구, 강남케이블TV가 2만5000가구를 전망했다. 따라서 이들이 모두 목표에 도달하고 온미디어계열MSO·아름방송·제주케이블TV·서경방송 등 다른 사업자도 약진을 해야 50만 디지털 가입 가구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1대·2대 사업자 본방송 시작=국내 최대 MSO인 태광MSO와 서울지역 최대인 씨앤앰이 내년 1월 본방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견 MSO인 큐릭스도 내년 2월 본방송에 나서는 등 내년 상반기엔 기존 상용 서비스 사업자인 CJ케이블넷·HCN·드림씨티방송·강남케이블TV·제주케이블TV 등을 포함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디지털 본방송을 시작하는 셈이다.
당초 대부분의 사업자는 올해 본방송을 계획했으나 기술적인 문제와 시장 환경에 따른 고심으로 잇달아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한 상황이다.
◇사업자 현실은 ‘적자’=MSO로선 기존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를 디지털방송으로 전환시키는 데 막대한 적자를 떠안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일각에서 SO의 비즈니스는 아날로그 기반일 뿐 디지털은 오히려 손해이자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한 이유다. 올 2월 국내 최초 본방송을 시작한 CJ케이블넷의 경우 1가구 확보에 10만원 정도의 손실을 기록한 상황이다.
이를 반영, 태광MSO·씨앤앰·CJ케이블넷 등은 내년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 100억원 정도의 적자를 예상하고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큐릭스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내년 디지털 분야에서 60억원 정도의 손실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태광MSO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의지 목표로 디지털 20만 가구를 내걸지만 10만 가구만 확보해도 성공적”이라고 밝혔다.
◇타격, 관련 업계로=내년에 100만 이상의 디지털케이블 가입 가구를 기대했던 관련 업계는 피해를 감수해야 할 처지다. 일단 삼성전자·휴맥스 등 디지털 셋톱박스 업체들로선 본격적인 국내 시장 개화 시기를 마냥 기다려야 한다. 케이블망 솔루션 업계도 SO들이 당초 계획보다 망 고도화 작업에 투자를 줄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국내 방송 환경의 디지털 전환 일정이 상당 부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시청 가구의 70% 이상이 케이블TV 가입자인 상황에서 디지털 케이블 가입 가구 확대는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와도 연동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2010년 국내 디지털 방송 환경 정착은 현재로선 요원한 상황이다.
◇뒷짐 진 방송위와 정통부=사업자들은 방송위와 정통부가 거창한 그림만 제시할 뿐 제반 문제 해결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두 가지 문제는 △아날로그 방송 이용약관 변경 △고가의 디지털 셋톱박스 가격이다.
MSO 한 관계자는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들이 디지털 상품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일테면 6000원에 60채널을 보는 현재 아날로그 상품 가입자가 2만원대 100채널의 디지털 방송으로 쉽게 옮겨가지 않는다”며 “방송위는 이 같은 저가의 아날로그 상품 이용약관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 사업자의 디지털 전환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자들은 디지털 셋톱박스 비용 부담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요구중이다. MSO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 SD셋톱박스가 22만5000원 정도, HD셋톱박스가 40만원 정도인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이를 모두 구매해선 전환 속도를 내기 어렵다”며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MSO의 내년 디지털케이블 가입자 확보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