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비의 반격과 대만 장비의 급성장.’
국내 디스플레이장비업계의 내년 최대 이슈는 대만시장 공략. 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국내 장비업계는 뼈를 깎는 독자기술 개발을 통해 지난해와 올해 선진기업의 ‘특허 공세’를 정면돌파하며 대만시장에 정착했다. 그러나 ‘엔화가치 하락’이라는 돌발 악재와 ‘대만의 장비 국산화’라는 예견된 악재 그리고 여진이 남은 ‘특허 분쟁’으로 힘겨운 한 해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급성장하는 대만 장비시장=국내외 조사자료에 따르면 내년 전세계 LCD장비시장은 2004년 이후 다시 100억달러대를 돌파하며, 올해 95억3000달러에서 13% 증가한 108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가운데 특히 대만은 AUO 7세대, CMO 5세대, HSD 6세대 등의 투자 진행으로 올해 대비 30% 이상 증가한 57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국내 장비업체는 ‘타이완 드림’을 꿈꾸며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돌발변수 ‘엔저(低)’=엔화가치가 2년 만에 미국 달러화 대비 118엔까지 하락해 연초 대비 하락률이 15%에 달했다. ‘1엔=10원’이라는 인식 속에 대만 수출에 페달을 밟아 온 국내 장비업계는 당황하고 있다.
검사장비업계 한 CEO는 “사실상 대만에서는 지금까지 일본업체와의 전면전을 전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일 경쟁이 치열했다”며 “대만 패널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달러가 아닌 엔화로 가격을 표시하라고 요청할 정도로 대만업체들은 한국과 일본 장비의 가격을 비교해 구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엔화 급락으로 일본장비 대비 가격경쟁력이 20% 이상 악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내년에는 이런 상황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예견된 악재=돌발변수인 ‘엔저’ 외에도 국내 장비업계에게는 대만시장에서의 일본 위상과 진출 역사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일본과의 수주 경쟁에서 한국이 승리할 때마다 일본의 반격이 언제 시작될지 신경을 곤두세운 것이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의 주요 장비업체가 장비 가격을 크게 낮추며 대대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며 “엔저까지 맞물리며 힘겨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은 대만에서 긴 업력을 갖고 있어 업체 간 관계가 돈독할 뿐 아니라, 많은 일본장비업체는 직접 대만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내에 입주해 있는 상태라 우리 기업에 비해 납품기간 단축과 AS 등에서 유리하다.
또 하나의 예견된 악재는 ‘대만 정부의 국산화 의지와 대만 기업들의 적극적인 국산화 노력’이다. 장비업계 CEO는 “공식적인 집계는 알 수 없지만 로테크(저급기술) 장비를 중심으로 대만이 급속히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대만 정부는 자국업체에 이 장비의 채택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만과 국교가 없는 상황도 국내 장비업계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력으로 승부=국내 장비업계는 이제 대만 장비시장도 로테크 장비로는 희망이 없다고 보고 있다. 또 노광장비 등 하이테크 장비는 업력이 긴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어 이 시장 또한 새롭게 뚫기는 쉽지 않다.
검사장비업체인 SNU프리시젼의 김진기 팀장은 “기술차별화만이 엔저 등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라며 “기존 장비의 업그레이드 수준이 아니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독특한 기술로 대만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