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통신 부문의 사장 및 임원 인사가 지난주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인사는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 등 이른바 ‘3콤’의 독자 생존 경쟁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그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홍식 데이콤 사장이 부회장 승진과 함께 대외활동에 주력하고 남용 LG텔레콤 사장, 박종응 데이콤 신임 사장, 이정식 파워콤 신임 사장 등이 그룹 통신사업의 3각체제를 구축한 게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홍식 부회장은 그동안 취약했던 3콤의 대외활동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한편, 유무선 통신 시장의 비대칭 규제 정책을 잇달아 끌어내기 위한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LG그룹 통신 3사는 특별한 대외 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안정기조 속에 회사별 자생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여 그동안 심심찮게 거론돼왔던 ‘통신사업 철수설’은 수면 아래로 잠복할 전망이다.
또 유임된 남용 사장이 LG그룹 통신사업 부문의 주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통신소그룹 총괄자 자격으로 영입된 정홍식 부회장이 현업에서 손을 떼면서 맏형 노릇을 하게 된 데다 최근 LG텔레콤의 두드러진 실적 향상 역시 이 같은 지위 격상을 점치게 하고 있다.
박종응 신임 사장은 남용 사장과 회장실에서 함께 근무한 데 이어 LG텔레콤에서 임원으로 재직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남 사장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LG텔레콤의 내부 인사 역시 정통 LG맨보다는 남 사장이 영입한 인물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도 그룹 내 남 사장의 입지를 반영한다. 강문석 부사장과 이번에 승진한 김철수 부사장은 남 사장이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들이다.
정홍식 부회장에게 주어진 대외 업무 강화 역할은 그동안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이 시장 자율로 옮겨가는 추세와 맞물려 유효경쟁 정책을 통한 보호막이 엷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3콤의 실적이 호전되고 나름대로 위상을 갖추면서 경쟁사에서는 정부의 유효경쟁 정책의 실효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정홍식 부회장, 박종응 사장, 이정식 사장 등 3인은 이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3인 모두 행정고시 10·18·24기 출신의 선후배로, 정·관·학계에 걸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일각에선 선임된 CEO 면면이 새로운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그룹 출신의 통신 전문가가 없는 상황에서 별다른 카드가 없었다는 평가도 내린다. 박종응 사장은 통신위원회의 제재로 촉발된 ‘파워콤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했으나, CEO로서는 이제 막 출발점에 선 셈이다. 또 이정식 사장은 파워콤 부사장 시절 법인 영업 경험은 있지만 전략과 기획, 사업권 획득 등의 업무를 주로 맡아 현장과 영업에는 취약하다는 약점도 지적받고 있다.
LG그룹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획기적인 통신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회사별 가치 증대 및 독자 생존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LG텔레콤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김철수 부사장의 승진과 남영우 전 KIDC 사장의 부사장 영입 등을 의결했다.
신혜선·서한기자@전자신문, shinhs·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