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자회사 설립 곳곳에 암초

출연연의 자회사 설립이 규정 미비로 난항을 겪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출연연의 자회사 설립이 규정 미비로 난항을 겪고 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올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소 기업(자회사) 설립이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한 해를 넘기게 됐다.

 26일 출연 연구기관에 따르면 자회사 설립에 의욕을 보였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 등 출연 연구기관들은 정부의 기술 사업화 정책에 부응해 올해 초부터 자회사 설립을 강력히 추진했으나 △자금 마련에 대한 명확한 규정 미비 △파견 인력의 처리 규정 미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회사 설립 무엇이 문제인가=올해 초 간부급 연구원들의 유관 벤처 주식 보유로 곤욕을 치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현행 시스템에서는 자회사 설립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현행법상 연구원들이 유관업체 주식에 투자할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를 벗을 수 없는 데다 출연연의 현금 출자 비율을 30%까지 허용하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기관의 예산을 돌려 쓸 기준이나 규정 자체가 없어 조항 자체가 ‘그림의 떡’이란 지적이다. 이와 함께 설립된 자회사가 실패할 경우 책임 소재에 관한 평가 및 판단 규정도 없어 자회사 설립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회사에 연구원을 파견하거나 겸직을 허용하는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내부 규정이 없기 때문에 상위법인 대덕연구개발특구법상에 명시 조항을 만들어 달라는 게 항공우주연구원의 요구다.

 한국화학연구원이나 생명공학연구원 등도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자회사 설립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을 뿐 별 진척은 없다.

 ◇묘책은 없나=정부출연 연구기관이 몰려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출연연의 기술 사업화를 견인할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차원에서 과학기술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않고 있다.

 출연연의 고위 관계자는 “어느 규정에서도 예산 확보를 어떻게 하라는 말을 찾아 볼 수 없다”며 “감사가 상시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 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과 의무만 있는 정책이라면 굳이 자회사 설립에 적극 나설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원본부 관계자는 “자회사 1호를 설립한 바 있는 원자력연구소의 사례에 비춰볼 때 출연연의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며 “자회사 자금 지원이나 설립에 대한 책임이 없을 경우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이 같은 문제를 포함해 과기부와 세부 지침을 놓고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출연연이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현금 및 기술 출자 비율을 30% 정도까지 허용키로 했으며 올해까지 2개의 연구소 기업을 시범 운영한 후 오는 2009년까지 총 50여개 기업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