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불 무역시대, 그 중심에 IT가 우뚝 선다.’
지난 IMF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내수시장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재론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IT는 비단 내수시장뿐 아니라 수출 산업의 핵심 영역으로 명확히 자리를 잡았으며, 이제는 ‘3만불 국민소득 시대’를 여는데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기대감은 IT수출 규모가 꾸준히 늘어나는 지표 외에도 수출 품목이 서비스와 같은 지식산업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식산업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수출을 통한 ‘로열티 벌이’에 대한 가능성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IT수출 비중, 이제 50%를 향한다=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출(10월 누계 기준)은 2331억달러를 넘었다. 이 중 IT(전기전자)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37.7%. 이미 2003년 40%, 2004년 39.5%로 2000년 들어 전체 수출에서 IT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작년의 경우 아직 연말까지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9∼11월 3개월까지의 월별 IT 수출 규모가 석 달 연속 최대 수출 기록을 갱신하며 신기원을 연 만큼 2004년도 수준에는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9월 9억1000만달러 규모의 IT수출액은 10월 71억3000만달러, 11월 72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이후 최초이며, 특히 주요 IT제품의 수출단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값진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국내 수출에서 IT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년대 후반 들어 25∼30%까지 성장한 후, 2000년 이후 5년 연속 37∼40%를 안정적으로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앞을 내다보는 현 시점, IT수출 품목은 국내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산업 전체의 50%를 차지할 날이 머지 않은 것이다.
◇반도체·휴대폰서 3G 통신 등으로 다양화=국내 수출산업에서 IT 산업의 위상이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되는 새로운 징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서비스가 장비는 물론 서비스 자체의 수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
관련 장비 산업의 중심에 서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베네수엘라 케이블TV 업체와 와이브로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쾌거를 올렸다. 베네수엘라의 옴니비전은 삼성전자로부터 와이브로 장비와 단말기를 공급받기로 전략제휴를 체결, 내년 3분기쯤 수도 카라카스 지역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옴니비전 측은 오는 2010년까지 전국 7개 대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어서 더 많은 장비 및 단말기 수출이 기대된다.
장비 진영뿐 아니라 KT나 SK텔레콤·KTF 등 통신서비스 업체들도 동남아시아와 남미 국가 등을 대상으로 각사의 통신 서비스 기술을 수출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제는 로열티를 받자=“세계 각국이 와이브로를 상용화하면 CDMA의 퀄컴처럼 한국 기업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이 와이브로 장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말이다.
IT수출에 거는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는 이처럼 제품 판매 자체가 아닌 우리가 확보한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를 받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와이브로의 경우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한데 이어 또 다른 흐름인 와이맥스 표준에 우리 와이브로 표준이 적용되면서 단일 IT품목으로서 로열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회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원천기술 확보와 국제표준 반영 등에 좀 더 관심을 갖는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말 출범한 IT지재권센터의 고충권 센터장은 “IT 일등국가로 도약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국제적인 특허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IT지재권센터가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 경계령에 전략적 접근도 시급=IT수출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그에 따른 체계적인 전략 수립도 더욱 필요하다.
한 예로 2004년 중국 IT산업의 수출규모는 전년 대비 46% 증가한 2075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IT품목이 중국 최대의 수출 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는 징후로 해석했다. 당시 중국의 IT 관련 제품 수입 역시 지난해 전년 대비 37% 증가한 1809억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3분의 1에 육박했다.
무역협회 측은 “중국의 산업 중심이 1, 2차에서 2, 3차로 급속히 이전하고 있다”며 “IT산업 수출에서 중국은 안전한 시장이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아시아의 최대 시장인 동시에 최대 경쟁국인 대 중국전략이 개별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좀더 세밀하게 수립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특히 IT수출에 대한 관점을 하드웨어 일변도에서 벗어나 SW와 서비스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도 높다. 이미 정통부는 SW산업을 IT839 핵심 품목으로 포함했고, SW 수출액을 50억달러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SW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임베디드 SW는 언어나 문화적 환경으로 인해 국가 경계를 넘기 힘든 것과 달리 더욱 더 중요해지는 영역”이라며 “SW산업 발전 및 수출 확대에서 임베디드 산업 투자와 육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인터뷰-김선배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장
“과거 몇 년간 집중적으로 준비했던 미래 먹거리 산업이 결실을 맺을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합니다. IT839의 가시적인 적용과 성과가 올해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해 2007년에는 관련 세계 시장의 흐름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선배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ICA) 원장은 이동통신, 반도체 등 기존의 핵심 수출동력과 함께 정통부의 IT839 전략 추진의 결실인 와이브로, DMB 등의 해외 진출도 본격화되면서 올해 우리나라 IT산업은 ‘제2의 중흥기’를 맞게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원장은 “IT산업이 국민소득 2만불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산업이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며 “특히 융·복합시대를 맞아 IT산업은 그 자체뿐 아니라 다른 산업의 발전에 있어서도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견했다.
이와 함께 김 원장은 “정부와 유관기관 그리고 기업들은 향후 융·복합되고 있는 산업 전반의 흐름을 반영한 포스트 IT산업(BT, NT 등)의 선도를 통해 이를 이어갈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준비된 미래를 맞는다는 것이 얼마나 유리한지 이미 IT839 정책의 계획과 실행을 통해 우리는 경험할 수 있었다”며 “과거산업과 표준화, 상품화 등과 같은 시장으로의 진출방법이 확연히 다른 첨단 IT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뒷받침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올해 ICA는 정보통신부를 도와 IT산업 해외진출과 국제협력을 담당하는 지원기관으로서 대표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업들에게 첨단IT산업 해외진출 관련 원스톱(One-Stop)서비스를 더욱 확대,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5년 수출입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