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창업 열기가 우리 경제를 이끌 새로운 성장 동력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중소기업청과 함께 지난 4월부터 9개월간에 걸쳐 ‘신벤처요람 창업보육센터를 가다’시리즈를 기획 취재해 게재했다.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본지는 지난 20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기술창업지원단에서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결산 좌담회’를 갖고 국내의 창업보육 성과 및 향후 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내 창업보육사업이 그동안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고 평가하고 향후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현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창업보육센터(BI)의 자립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창업보육사업에도 ‘규모의 경제’ 개념을 도입, 창업클러스터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좌담회 참석자: 김양곤 화이버 옵틱코리아 사장, 김홍 호서대 교수, 장원철 단국대 교수, 정영태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가나다 순)
※사회=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2000년 당시 당시 여론의 향배는 벤처기업 육성에 치중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부가 창업보육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정부의 창업보육사업이 시작된 지도 벌써 5∼6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국내 창업보육사업의 현 주소에 대해 얘기해 달라.
△김홍 호서대 교수=양적인 팽창은 충분하다. 이제는 질적인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아시아 지역을 보더라도 우리 창업보육사업의 규모는 2위에 해당된다. 우리나라는 대학이 운영 주체인 경우가 80%다. 장점은 입주업체들이 센터에서 지원하고 있는 보육 지원 정책을 활용한 경우가 많다. 실제 기업들도 이런 측면을 잘 활용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대학생들에게는 기업가 정신과 창업 마인드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최근 대학들이 산·학협력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창보센터가 맡고 있다. 반면 현 창업보육사업의 문제점은 보육센터 단위당 입주기업 수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규모에 맞지 않는다. 보육 매니저의 전문성과 자질도 향후 과제가 될 듯하다.
△정영태 중기청 창업벤처국장=정부는 지난 98년도 이후 창업보육시설 건립 사업과 운영 사업 등 2가지 측면에서 지원해왔다. 양적인 측면에서는 전체 349개 창업보육시설에서 5135개의 창업초기 기업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작년 말 기준시 전체 벤처기업 7900여개 가운데 1500여개가 BI 입주 기업이다. 실상 국내 벤처 가운데 19%에 해당하는 기업이 BI를 통해 육성되고 있다. 이는 BI가 국내 벤처 육성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졸업기업 4000여개와 현 입주 기업 4280여개 등 총 8000여개의 기업이 BI를 통해 육성됐거나 육성되고 있다. 입주기업의 매출액은 1조3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고용 창출 효과도 뛰어나 현재 4만5000여명이 이곳에 종사하고 있다. 최근에는100억원대 매출 달성 창업기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그간의 땀방울이 성과로 이어지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보육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창업 열기를 반영하듯 올 하반기부터 창업센터 입주 경쟁률이 3배 이상 높아지고 있다.
△사회=국내 창업보육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장원철 단국대 교수=첫번째가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이러한 창업보육 사업의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기관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형식에 근거한 센터 유지는 안 된다. 대학 총장이 창업보육사업에 관심 갖는 시스템이 된다면 사업 자체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다. 또 현 창업보육 사업의 단점은 전문 매니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교수 인력 활용 시스템 갖춰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와 함께 예비 창업자 발굴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창업동아리 등을 통해 수요자 발굴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최근 대학·연구소 내 전문 매니저의 잦은 교체로 창업보육 사업 활성화에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부 경영인을 영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양곤 화이버옵틱코리아 사장=기업들은 BI로부터 다양한 도움을 받기 위해 입주한다. 하지만, 센터장이나 매니저의 전문화는 반드시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지 센터장과 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 상황은 순환보직 개념처럼 매니저가 자주 교체되는 단점이 있다. 국내 창업보육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전문인 영입은 꼭 필요하다. 현행 소규모의 센터를 통폐합해서 규모의 경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홍=센터 내 기업들의 자질이 향상될수록 전문 경영인 영입의 필요성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창업보육사업에 뛰어든 RPI 대학의 사례에 비춰보면 전문인 영입을 통해 지난 20년간 100여개의 기업을 보육해 10개를 나스닥에 상장시킨 경험이 있다. 이로 인해 대학 주변에 자연스럽게 클러스터가 형성돼 1개 기업이 무려18개 기업으로 분사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고액의 전문 경영인 영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창업보육사업에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창보센터 규모가 1500평∼2000평이 될 경우 자립이 가능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기관에서 독립돼야 하며 그럴 경우 더는 정부의 지원은 필요없게 된다. 향후 정부의 정책도 클러스터로 가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그 정도의 규모가 되는 기관이 일부 있다. 정부에서 초기 예산을 주고 시범적으로 조성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엔젤 펀드도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국내 창업보육사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는 ‘무늬만 센터’인 채로 부실하게 운영되는 BI들이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정영태=최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된 내용인데, 일부 부실 BI의 활성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후속조치로 과기부와 정통부 등 부처에 산재됐던 창보사업이 중기청으로 일원화되기도 했다. 앞으로 정부는 BI 간 경쟁체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보육 능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우수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확대하고, 자립가능한 수준으로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오는 2010년까지 자립 기업이 100개 이상 나올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철저한 경쟁 시스템을 내년부터 본격화할 생각이다. 현재 2개 부처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기관에 대해서는 통합토록 공고하고 있다. 중복지원을 받고 있는 57개 BI 가운데 51개는 통합이 조정된 상태다. 나머지 6개 기관에 대해서도 통합안 제출토록 하고 있다. 부실 센터에 대해서는 진단 결과 통해 강력한 구조조정이나 조정안 제출토록 하고 있다. 최후의 경우 전문가 평가나 자문을 거쳐 지정을 취소하고, 고의적인 경우 정부 출연금 회수 조치 통해 구조조정해 나갈 계획이다.
△사회=국내창업보육센터는 창업 및 기술 컨설팅 서비스 지원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판로 개척이나 투자자금 조달 기능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기업에서 보기에 가장 필요한 지원책은 무엇이고, 보완돼야 할 점은 무엇인가.
△김양곤=현 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에 봉착되는 부분이 마케팅과 판로 개척, 투자자금 유치 부문이다. 상업화 단계에서 가장 중요 이슈다. 앞으로 BI에선 이런 부분에 대해 현장밀착형의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부처별·기관별로 이뤄지고 있는 지원제도도 문제다. 기업에 필요한 지원 제도 자체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산재·중복된 경우가 많다. 부처 협의를 통해 단순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맞춤형 선택에 따른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
자금은 영원한 숙제다. 자금 지원기관들이 몸을 너무 사린다. 현행 이노비즈 제도나 벤처 지원 제도를 통해 기업들에 자금이 많이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부가 간접 대출을 하다 보니 마지막에 금융을 책임지고 해 줄 수 있는 기관이 많지 않다. 무담보 신용대출 지원제도 극히 드물다. 업체들에 직접적인 혜택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사회=창업보육센터도 이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센터당 입주기업이 30여개 돼야 한다고 하는데 전문가 견해는 어떤가.
△장원철=규모의 경제는 자립화가 전제 조건이 돼야 한다. 규모가 커지는 것만큼 전문성도 커져야 한다. 규모가 커질 경우 현 매니저들이 전문성이 떨어져 감당할 수 없다. 고도의 전략 기획팀이 필요하다. 지적·인적·물적 자원 등 백업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다른 전제조건으로 특성화도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포스트 BI 개념을 클러스터 개념으로 확대해야 한다.
△사회=정부에서 대학·연구소 중심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에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으며,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정영태=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학·연구소의 기관장들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내년부터 기관장 인터뷰를 강화해서 창업에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창업에 대한 기관의 문화를 평가하고 이를 위한 지표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도 주요 사업으로는 대학이 BI를 사업화의 전진기지로 자원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대학 캠퍼스를 외부 기업체들이 들어와 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치는 방안을 제도화할 계획이다. 대학 내부에서 모든 기업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캠퍼스 내 클러스터를 촉진·활성화해 나가겠다. 대학 인근에 부지를 확장할 수 있도록 농지·산지 전용 부담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공장설립 건축에 대한 특례 지원 혜택도 부여하겠다. 실험실 창업펀드 결성시 정부가 모태펀드에서 지원해주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대학연구소의 실험실 창업 촉진을 위해 창업보육실적을 연구 실적으로 인정하고, 실험실 창업 참여 학생에게는 학점 인정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신기술 창업 영리 전문회사를 대학이 설립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간 협의 마친 상태다.
실험실 벤처들이 국공립 재산 사용시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지적재산권도 전용 실시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중이다. 내년 초 법률 개정 작업 통해 늦어도 내년 7월 목표로 시행할 방침이다.
△사회=창업클러스터 운영 모델로 어떤 모델이 좋은가 비전을 제시해달라.
△김홍=운영 모델의 전제로 지역 특화산업과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 산자부·교육부 등이 추진하고 있는 산·학협력중심 사업과도 연계돼야 한다. BI 유인 효과 위해 초창기 투자 재원 시스템도 필요하다.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책 필요하다. 두번째로 재단법인화가 돼야 한다. 대학·연구소와 분리돼야만 한다. 다만, 초기 인프라 조성에 필요한 클러스터 내 본부 건물, 과전문 매니저, 신기술 창업펀드 투자 재원 등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리=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