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 국내 IT산업을 견인하는 주역으로 떠올랐다. 과거 국내 업체와 경쟁관계였다면 이제는 시장을 함께 키우고 새로운 기술을 같이 만드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 산업 성장 요인인 기술·시장·인력 등 어느 분야에서건 이제 글로벌 기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내에서 글로벌 기업의 활약상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은 국내 어느 기업 못지않게 많은 세금을 낸다. 고용 창출 면에서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수출 전선에서도 활약이 눈부시다.
‘2004년 외국인 투자 기업 경영 실태’를 살펴보면 글로벌 기업의 국민경제 기여도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 전체 매출은 2003년 115조원으로 국내 총매출의 11.6%를 차지했으며, 수출액은 278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14.3%를, 수입은 246억달러로 전체 수입의 13.7%를 차지해 무역수지로 32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는 임직원은 27만5000명으로 국내 고용의 6.6%를 차지했다.
글로벌 IT기업의 대표 주자인 한국IBM과 한국HP는 이미 10여년 전에 각각 5억달러와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이들은 수백개의 국내 협력업체에서 매년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제품과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
IT산업 외형뿐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데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척박한 우리 토양에 첨단 IT기술을 소개하고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며 국내 업체에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본사 입장에서 전세계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우고 첨단 기술 확보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4년 3월 인텔이 R&D센터를 발표한 이후 국내에 설립되는 글로벌 IT기업의 R&D센터 건수는 총 9건에 이른다. 여기에 센터 설립 예정인 SAP·사이베이스·오라클 등을 합치면 그 건수는 12건으로 늘어난다. 이들 대부분은 모바일·전자태그(RFID) 등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
IBM ‘유비쿼터스 컴퓨팅 랩(UCL)’과 HP ‘개발센터(KDC)는 포괄적인 유비쿼터스 환경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선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과 시스템 소프트웨어(SW)를 주력 분야로 삼고 있다. 선의 자바 리서치 센터는 아시아지역 주요 휴대폰 업체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도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국IBM은 지난해 7월 끝난 1차연도에 3건의 공동 프로젝트를 완료한 데 이어 6건의 특허를 조만간 출원할 계획이다.
글로벌 IT기업은 올해도 국내 기업과 상생함과 아울러 내부적으로 공격 경영을 통해 지속 성장을 달성할 예정이다. 특히 컴퓨팅업체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분야 대표 업체인 한국오라클은 올해 중견 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IT시스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전열을 새로 정비하고 있다. 오라클의 2006년 경영 핵심 키워드는 그리드 컴퓨팅 확산, 중견 중소기업 시장 공략, 특화 애플리케이션 사업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에 특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국IBM은 ‘온 디맨드 비즈니스’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비즈니스 성공에 기여하는 ‘신뢰 받는 가치 파트너’ 정립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 이슈를 통찰하고 산업별 전문 지식과 서비스 역량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비즈니스 가치’와 최고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가치’를 결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HP도 국내 PC시장에서 최강자 위치에 올라설 준비를 갖췄다. 먼저 소비자용 PC 부분은 미디어센터 등 첨단 제품을 주력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업용 PC 시장에서는 태블릿 PC와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해 의료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서버 부문은 유닉스 서버가 메인프레임을 대체하는 시장 요구에 맞춰 금융과 제조 시장에서 장악력을 높일 방침이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적극적인 영업 전략과 마케팅 강화로 공격 수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수익 창출, 성장, 고객 확대, 파트너 지원 확대, 비즈니스 단순화 등에 중점을 두어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경쟁력을 가진 신제품 발표와 함께 개발자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실행할 계획이다. 또 파트너사와 영업·마케팅 협력 활동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통신, 반도체 등 다국적 IT기업들도 올해 국내 법인의 입지를 더욱 높여 ‘코리아 리더십’을 확보하는 한편, IT산업의 동반 성장 주체로 자리잡아 새로운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유감없이 보여줄 방침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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