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유선 통신 시장이 다시 한번 격변기를 맞을 전망이다.
올해 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진출로 이미 전초전을 치른 KT 등 주요 유선 통신사가 새해 투자 계획을 공세적으로 전환하면서 후발 주자들과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 합병 등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데이콤의 움직임을 비롯해 매각 의사를 밝힌 온세통신의 진로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외자가 경영 전면에 나선 하나로텔레콤의 매각 추진 여부 등과 맞물려 유선 통신 시장은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최대 관심사는 역시 KT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다. KT는 올해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을 만들고, 단순 유통에 해당되는 매출을 제외하고 ‘순매출’ 중심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증권가 예측에 따르면 KT의 올 매출은 지난해 수준인 11조8000억원 정도로 조정되며, 무엇보다 내년도 매출 목표가 11조2000억∼11조5000억원대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초고속인터넷 사업과 휴대인터넷(와이브로), IP 미디어 서비스 등의 전략사업에 3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이미 밝혔다. KT는 가입자망 부문의 고도화를 위해 올해 대비 33% 늘어난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핵심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경우 지역별 가입자를 5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공격적인 영업 목표를 세웠다.
후발 사업자들도 KT의 공격적인 투자에 맞춰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약 2000억원을 투자, 광랜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내년 투자의 상당수를 ‘광랜’에 쏟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광랜 가입자망(커버리지)을 전국 60%로 확대하고 기존 연립·단독주택에도 광랜(또는 FTTH, 100Mbps급 VDSL)을 보급하겠다는 이 계획은 회사 투자 여력을 소폭 상회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공격적인 수치다.
하나로는 이와 함께 내년 1월 1일 합병하는 두루넷 가입자에게 음성 번들링을 확대, 시내전화 시장도 공략할 방침이다. 11월 현재 6.8%에 머물고 있는 시내전화 시장은 최근 개정된 번호이동성제도 보완과 함께 두루넷 가입자를 끌어들어 최소한 내년 말까지 점유율 8%는 넘긴다는 계획이다.
파워콤은 마케팅비를 포함해 3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신규 아파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높은 가입자당매출(ARPU)을 기대할 수 있는 광랜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특히 새해부터 케이블모뎀 표준인 ‘닥시스2.0’ 보급을 본격화해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연말께는 ‘닥시스 3.0’을 통해 속도를 HFC망 수준인 최대 100Mbps급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데이콤은 KIDC 및 데이콤아메리카 합병에 따른 조직 개편을 연초부터 서두르고 양사 통합을 통해 e비즈니스 및 기존 전화 사업 강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데이콤의 e비즈니스 사업 상당수가 전화사업 및 전화 부가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규 진입한 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를 결합, 기업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 통신 전문 애널리스트는 “KT가 마이너스 경영 목표를 세우면서도 설비 투자나 마케팅 비용을 늘린다는 것은 스스로 시장 구조조정에 앞장서겠다는 선언과 같다”며 “초고속 서비스 시장에서 일대 혈전이 벌어지면서 내년에는 유선 통신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는 큰 사건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혜선·손재권기자@전자신문, shinhs·gj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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