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다시보기]­(10)인증 문제

ETRI의 홈네트워크 기술은 세계적이다.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갈란(David Garlan)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 공학부 교수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디지털홈연구단을 방문, 연구성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ETRI의 홈네트워크 기술은 세계적이다.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드 갈란(David Garlan)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 공학부 교수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디지털홈연구단을 방문, 연구성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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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네트워크 사업은 앞선 정보가전산업과 통신서비스, 인터넷 산업 전반을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는 종합 사업이다. 이미 선진 대열에 진입한 이 기술들은 국내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확대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이런 조건이 결합, 다양한 형태의 서비로 구현되려면 홈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기기 및 서비스간의 상호 운용성이 보장돼야 한다. 독보적인 첨단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표준과 표준이 결합된 홈네트워크 특성상 어느 제조업체가 만든 기기라도 상호 연동돼야만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홈네트워크 서비스에서 기기나 서비스 인증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참여 정부가 미래 수종사업으로 기획한 홈네트워크 서비스는 2007년 목표가입자수는 1000만명이다. 홈네트워크가 가정을 중심으로 이뤄짐을 전제로 한다면 1000만 가입자는 대한민국 홈네트워크의 대중화를 의미한다. ‘두 집 건너 한 집, 아니면 네 집 건너 한 집’ 정도는 홈네트워크 서비스 수혜대상이 됐어야 한다. 그러나 홈네트워크 시범서비스를 추진중인 사업자들은 아직도 ‘시범사업’에 머무르고 있다. 중소기업 현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아직 미흡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도 마지노선인 ‘최소 7만세대’를 유치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고 불평이 대단하다. 국내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지만 그것도 만만찮다.

 ◇정확한 수요 예측이 출발선=정부는 최근 홈네트워크 서비스의 보편화 시기를 2010년 으로 연기했다. 당분간 홈오토메이션과 제어 서비스 중심으로 홈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이후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소비자 지향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초기에는 유선망 중심의 기술구현이, 후기에는 무선망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2010년에는 지그비나 센서 기반의 다양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가 나오고, 여기에 대형 디스플레이 기반의 T커머스와 콘텐츠가 연동된 가정내 기가바이트급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이같은 서비스 예측은 전적으로 기술 발전 흐름에 의존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와 연계된 오토메이션 서비스가 추진되고, 이후 다양한 무선 네트워크 기술과 센서 기술이 조합되면서 시장 확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그러나 앞서 수차례 강조했 듯 홈네트워크 서비스는 단순한 기술과 기술의 조합을 통해 이뤄내는 사업이 아니다. 홈네트워크 사업은 기술을 전제로 기업과 기업간의 컨소시엄 구성과 전략적 제휴, 다양한 상품의 결합, 제도와 제도간의 통폐합을 통해 이뤄내는 종합 사업이다.

 홈네트워크에서 수요 예측은 향후 업계 투자를 위해, 정부 차원의 홈네트워크 관련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필요하다.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에 대한 정확한 수요 예측없이 우리 홈네트워크 관련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홈네트워크 인증은 핵심= 2007년 1000만 가입자 예측 목표는 벗어났다. 그 바탕에는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 이 정도 가입자가 나올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이 있었다. 홈네트워크 1000만 가입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도 필요하지만, 이를 이끌어내는 정부와 관련 기관간의 용의주도한 정책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 그 핵심 중 하나가 인증문제다.

 홈네트워크 수요 예측이 빗나간 가장 큰 원인은 홈네트워크를 이끌어나가는 주체가 통일화된 인증절차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증의 주체는 역시 홈네트워크를 추진하는 정부다. 홈네트워크는 모든 가전기기와 서비스가 연동돼 인간이 거주하는 가정을 디지털 기술로 편안하고 즐겁게 만드는데 목적이 있다. ‘모든 기기와 서비스의 연동’이라는 표현은 홈네트워크의 표준화와 인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 말이다.

 표준화와 인증문제의 핵심은 홈네트워크를 통제하는 최상위 기관의 정책적 판단을 근거로 한다. 업체마다 수년동안 개발해온 핵심기술에 대해 어떤 기술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판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IEEE나 ISO나 다양한 기구들의 표준화 과정에는 현재 개발된 기술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쉽지 않다. 국제 표준화기구에서 아무리 좋은 기술을 글로벌 표준으로 확정시켰다 해도 이것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CDMA를 선택한 것도, 일본이 비디오에서 베타 표준을 택한 것도 바로 그 이유다. 거기에는 국가와 기업의 이익이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장하는 홈네트워크 표준은 다양하다. 업체들은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표준화 기구, 건설·콘텐츠·서비스 사업자 등 민간업체 중심의 기구가 마련됐고, 다양한 형태의 정부 의지를 담은 정책을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업체간 홈네트워크 관련 표준화와 장비간 상호 호환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홈네트워크에 필요한 각종 전자상거래 규정과 각종 소비자 보호규정, 요금 규정도 혼란상태다. 인증 제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능을 갖는다.

 ◇인증은 규제이자 활성화 대책=홈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다양한 표준은 기술발전을 도모한다. 표준과 표준의 경쟁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이에따라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다양한 표준들이 통합되지 못하고 각기 목소리만을 높일때 다. 이들 모두를 표준으로 인정할 때 단말간, 서비스간, 사업주체간 각기 다른 형태의 서비스 구조를 띄게 되며,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홈네트워크에서 인증문제는 이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합법적 규제다.

 그 주체는 정부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는 정보통신부 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술 관련 부문은 물론 주택, 전기, 서비스, 전자상거래 관련 규제를 시행할 수 있는 모든 기구를 의미한다.

 정통부는 현재 홈네트워크 사업의 표준연구와 단말기, 서비스간 인증을 담당할 국가 차원의 인증센터 설립을 준비중이다. 업계의 장비와 서비스를 인증해 다양한 제품간 상호호환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계와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해 정보가전 기기의 유무선 통신, QoS, 댁내 보안기술등 홈네트워크에 필요한 다양한 인증절차를 마련, 인증을 통과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물론 인증기준은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 등 국제 표준관련 단체와 연관해 글로벌 제품간 상호연동이 가능해 서비스 확장이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늦었지만 단호해야 한다.

◆탐방­-한국전자통신연구원 디지털홈연구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디지털홈연구단(단장 김채규)은 대한민국 홈네트워크 기술의 산실이다. 이 곳에서 연구개발된 홈네트워크 기술은 세계적인 선도기술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ETRI가 개발한 홈네트워크 기술은 아주 생활과 밀접하다. 이 연구소는 TDX 전전자교환기, CDMA 교환시스템 등 서비스와 밀접한 기술을 주로 개발해왔다. 그만큼 소비자를 알고, 사업 주체의 입장 파악이 빠르다. 이곳에서 정의하는 홈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정의는 기술 개발자 입장보다는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 가깝다.

 ETRI는 홈네트워크를 “집안의 가전기기 및 시스템을 상호 또는 외부 인터넷상의 정보 기기와 연결해 각각의 기기 및 시스템에 대한 원격접근과 제어가 가능하고, 음악, 비디오, 데이터 등과 같은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양방향 통신 서비스 환경을 구현하는 기술”로 정의한다. ‘집안의 가전기기 및 시스템을 인터넷상 정보기기와 연결한다’는 것은 기술, ‘원격접근과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은 방법, ‘음악과 비디오, 데이터 등 콘텐츠를 사용하는 양방향 통신서비스 환경’은 서비스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앞의 두 부분은 개발자 영역이지만, 맨 마지막은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실제 구현되는 핵심내용이다.

 ETRI는 연구개발과정에서 앞부분을 담당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어느 사용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까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는 홈네트워크 서비스 사업자가 갖춰야할 중요한 자세이기도 하다.

 ◇모든 기기와 다양한 서비스=ETRI는 우리나라 홈네트워크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바로미터다. 그들은 홈네트워크에 대해 대상을 ‘가정 내의 모든 정보가전기기’로, 네트워크는 ‘유·무선’, 사용자는 ‘누구나’, 사용시간과 장소는 ‘언제 어디서나’로 규정한다.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 네트워크 망을 이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연구개발 목적이다. 여기에는 디지털 TV와 지능형 로봇, 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 콘텐츠, SW 산업도 함께 포함된다.

 ◇1394 기술 적용, 동영상 전소기술 성공=ETRI는 최근 삼성종기원과 공동으로 UWB(Ultra Wideband) 칩셋을 개발, 세계 최초로 무선 1394를 이용한 디지털 HD 캠코더 동영상 전송 및 2개의 HD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데 성공했다. UWB 칩셋은 53/110/200Mbps 전송모드의 모뎀 및 RF 칩으로 모두 CMOS 공정으로 개발됐다. 저가격 단일칩이 개발될 경우 대용량의 HD급 영상을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는 있어, 무선 홈네트워크 서비스 구현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술은 ETRI가 지향하는 홈네트워크의 궁극적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디지털 캠코더와 HDTV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디지털 캠코더 영상을 HDTV로 보여주는 무선 서비스. ETRI 디지털홈연구단은 이런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가공, 전송하는 단계를 홈네트워크 시장을 증폭시키는 시기로 보고 있다.

◆인터뷰-김채규 디지털홈 연구단장

▲ETRI 홈네트워크 연구의 특징은

=사용자가 콘텐츠 생산자가 된다는 점이다. 네트워크의 연결과 연결이 중요한게 아니라 사용자 사회적, 물리적 위치가 어떻게 변화되는가가 핵심이다. 홈네트워크 서비스는 사업자 중심이 아니다. 사용자 중심이다.

▲홈네트워크 사업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홈네트워크를 위해서는 TV포털 구축이 제일 시급하다. TV는 홈네트워크에서 디스플레이로, 그속에 오고가는 콘텐츠는 사용자가 만든 것으로 채워진다. 홈오토메이션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포탈이 우선이다.

▲세계적 기구들과 연대는.

=홈네트워크는 우리가 최대의 강점을 갖고 있다. 다양한 기구들과 공동으로 홈네트워크 전선을 구축중이다. 2006년 1월에 열리는 CES 2006 전시회에 UWB 고품질 비디오 무선전송을 선보일 계획이다.

▲우리나라 홈네트워크 전략은

=이제 시작이다. 홈네트워크 서비스 특성을 주도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홈네트워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적 문제는 엔지니어의 문제다. 해결책은 얼마나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만드냐에 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