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제정 10년
주최: 전자신문·벤처포럼운영위원회
전자신문과 벤처포럼운영위원회는 2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한국 벤처산업 태동 10주년에 맞춰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제정 10년’이란 주제로 제49회 벤처포럼을 개최했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이 ‘벤처기업육성특별법 제정과 벤처기업협회’란 주제발표로 시작한 이날 포럼에는 지난 1999년 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장을 역임했던 이계형 표준협회장과 현 정영태 중기청 창업벤처국장 등이 발표자로 참석해, 벤처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토론을 펼쳤다. 이날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참석자
-고정석(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이계형(한국표준협회장)
-정영태(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조현정(벤처기업협회장)
-최병원(스틱IT투자 대표)
-최성(남서울대 컴퓨터학과 교수)
<가나다순>
-사회(배재광 ATG 대표)
◆패널토론
◇사회(배재광 ATG대표)=우리나라에 벤처산업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점검했으면 한다.
◇이계형(한국표준협회장)=벤처국장 역임 당시 가장 큰 관심은 IMF로 인해 융자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는 벤처기업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는가였다. 그래서 투자조합(펀드) 활성화 방안을 만들었다. 또 서울 양재동 주변에 SW업체들이 모이는 등 유사업체들이 모여 있는 것이 포착됐다. 이들 기업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인프라를 제공해야겠다고 판단해 만든 것이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개념이다.
◇정영태(중기청 창업벤처국장)=작년 12월 말 벤처활성화 대책을 시작으로 벤처대책이 잇따라 나왔다. 이제는 정책적 아이디어가 고갈됐을 정도다. 종합대책 발표 이후 계속 진행상황을 점검중이다. 작년 종합대책의 경우 40여개 정책 대부분이 완결됐다. 보완대책도 절반 이상 진행을 마쳤으며 나머지는 법 개정을 통해 반영된다. 이번 벤처정책의 큰 특징은 벤처 선별과 지원을 정부가 아닌 민간으로 넘겼다는 점이다.
◇조현정(벤처기업협회장)=우리나라 벤처 역사가 이제 겨우 10년으로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에서는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신기술창업기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판단이다. 성공 가능성이 큰 기업 뿐만 아니라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정영태=정부는 투자 의미를 확대해 사업성이 있는 기업을 평가해 융자를 제공하고 있다. 좋은 기술만 있으면 사업성만으로도 벤처기업이 될 수 있다.
◇사회=벤처기업들의 주식 거래시장인 프리보드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프리보드가 활성화되야 벤처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고정석(벤처캐피탈협회장)=프리보드가 경쟁매매가 아닌 것이 한 요인이다. 경쟁매매가 돼야 진정한 거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정영태=현재 상대매매시스템이 완전 경쟁매매시스템으로 갈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완전 경쟁 이전 단계에서 탄탄한 인프라가 갖춰진 다음에야 완전 경쟁체제로 가는게 가능할 것이다. 현재 모든 벤처기업들이 프리보드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초기 기업 경영자들이 프리보드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계형=프리보드를 젊은 대학생을 위한 시장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이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사이버 커뮤니티와 연결하면 정적이 아닌 동적인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벤처 창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최성(남서울대 교수)=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고 하지만 IT의 핵심인 컨설팅과 서버·스토리지 등은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 이제는 고부가가치의 핵심기술 쪽으로 유도를 해줘야 한다. 벤처캐피털도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정영태=핵심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창업을 해야 한다. 정부는 연구개발(R&D)사업 결과물의 사업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현재 고급인력 대부분이 대학과 연구소에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연구실적이나 아이디어들이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 캠퍼스에 창업기업들이 들어가서 영리사업을 하는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중이다.
◇조현정=일본도 창업보육센터(BI)에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추월당하면서 기술분야에 돈을 투입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를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목표로 보인다.
◇이계형=창업과 관련해서 아웃소싱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지원책이 나와야 하며 이래야만 창업 지원이 균형을 이룰 것이다.
◇최성=5년 전만 해도 창업보육센터에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공실률도 상당히 높다. 대책이 필요하다.
◇정영태=창업보육센터 통폐합 작업이 진행중이다. 창업보육센터가 내실화 있게 운영되도록 할 것이다. 창업의욕과 관련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 올해 순수 창업만 보면 창업률이 상당히 높다. 창업의욕과 아이템 부재 문제도 지적되지만, 창업 활성화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이들의 성공률이다. 성공률이 낮은 것은 사전에 충분히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고정석=국가 R&D과제의 사업화 비율이 16% 미만이다. 숨어 있는 기술들이 빨리 사업화되도록 지원하는게 중요하다. 기술과 사업화에 괴리가 있다고 본다. 벤처캐피털 입장에선 이를 위해 펀드를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장기화해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영태=펀드의 장기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출자자들의 규약이 관건이다.
◇최병원(스틱IT투자 대표)=창업뿐만 아니라 휴폐업 벤처기업에 대한 조사 및 현황파악도 필요하다. 2000년 전후 창업이 크게 활성화된 이후 많은 회사들이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문을 닫았다. 이들 기업들이 개발한 기술 중에서는 뛰어난 것도 많다. 이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회=올해 벤처 분식회계와 관련 불미스런 사건들이 있었다. 벤처건전화 방안은 없는가.
◇조현정=벤처 분식문제는 코스닥 주가가 계속 빠지면서 터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 회계제도가 강화되면서 발생했다. 모두 2000년 2001년에 발생했던 문제로 현 시스템에서는 분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정석=벤처캐피털업계도 투명성 확보를 위해 투자계약 매뉴얼을 만들었다. 남의 돈을 빌려쓰는 투자문화에선 꼭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계약문화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영태=벤처산업의 건전성을 위해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 그 정신으로 끊임없이 연구개발한다면 도덕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벤처 창업가들이 일정한 기업규모에 도달하면 최고경영자(CEO)가 될지 아니면 연구소장이 될지를 고민해야 한다.
◇최병원=벤처기업 투자심사를 하면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창업 초창기에 불평등 증자를 많이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인큐베이팅 과정에서 중요성을 많이 인식하지 못해서다. 이와 함께 벤처기업 CEO들이 코스닥 상장시 어느정도 자금을 챙길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상장과정에서 구주 매각을 불허하는 것을 풀어야 분식회계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정리=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주제발표:벤처기업특별법 제정과 벤처기업협회(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
198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 벤처산업이 태동할 당시만 해도 벤처기업 활동은 ‘사막에 나무심기’에 비유할 수 있다. 외국 벤처제도에 대한 무작정 벤치마킹만 있을 뿐 전략이라는 것이 없었다.
벤처기업협회가 설립되기 이전은 크게 80∼85년 초기 벤처탄생기와 86∼95년 선도 벤처탄생기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 벤처탄생기의 대표기업은 큐닉스컴퓨터, 미래산업, 비트컴퓨터, 메디슨 등을 꼽을 수 있다. 선도 벤처탄생기는 정부의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제정을 계기로 벤처캐피털업체가 대거 설립되면서 가시화된 것으로 터보테크, 휴맥스, 한글과컴퓨터, 핸디소프트 등 다수업체가 생겨났다.
정부의 지원으로 벤처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도 업계는 뭔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벤처에 대한 인식부족 및 관련 제도가 여전히 미미했으며 이는 자금 및 인력조달 한계 그리고 시장개척의 어려움으로 연결됐다. 결국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협회설립의 절박성이 커진 것이다.
벤처협회는 설립과 동시에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특히 벤처업계가 갖고 있는 문제인 자금·인력·입지 등 3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자원부에 협조를 요청했으며 이는 벤처기업특별법의 입법화로 이어졌다.
이 법이 미친 영향은 상당하다. 단적으로 입지부분을 보면 집적시설에 대한 내용이 많이 있는데 이것이 기초가 돼 벤처빌딩이 만들어지고 크게는 현재 서울 구로에 위치한 벤처타운이 들어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98년부터 2000년까지는 벤처기업특별법으로 벤처업계가 약진하던 시기다. IMF에 대해 여러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넘어가는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사회가 관리 중심에서 지식과 연구개발(R&D) 중심의 새로운 지식산업으로 도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IMF 극복을 위해서는 ‘벤처’가 대안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러면서도 과도한 기대감이 벤처 거품으로 이어졌고 벤처가 시련기를 맞게됐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벤처 시련기다. 코스닥이 급락하면서 좋은 회사들이 흔들린 것이다. 만약 2922까지 올라갔던 코스닥 지수가 1700∼1800 수준에서 멈췄다면 많은 벤처들이 지금도 건재했을 것으로 확신한다. 자본이 있으면 사기꾼이 있듯이 갑작스런 성장으로 작전세력이 대거 몰리면서 초토화된 것이다.
작년에 벤처활성화 대책이 나왔다. 정부가 벤처산업의 침체기에 계속 하락세를 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 ‘벤처 어게인(Again)’을 선택했다. 이는 벤처업계가 그동안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게 했다. 적자생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으며 산업구조도 의존에서 경쟁체제를 강화하도록 했다.
앞으로 새로운 10년은 벤처에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과거의 학습을 통한 시련으로 21세기의 진정한 차세대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벤처산업의 성장세가 매년 20%가 되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10년 후에는 국가 GNP의 2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투명한 기업문화 정착 및 선순환 발전을 공헌문화 확산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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