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법 개정안의 내년 2월 임시국회 상정을 앞두고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미 1년여 전 개정안을 마련해 놓고도 정통부 등의 반대에 부딪혀 개정 작업에 난항을 겪어온 행자부는 지난 9월 인터넷 민원서류 위·변조 문제 제기에 따른 법·제도적 대책 등을 보완, 이번에는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역시 행정전자서명 등 주요 쟁점에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양 부처의 의견차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행정전자서명 확대=행자부는 현행 전자정부법을 개정, 행정기관만 이용하던 기존 행정전자서명용 인증서(GPKI)를 공공·금융기관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남석 행자부 전자정부본부장은 “앞으로 행정 정보의 공유가 본격화되면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민간 금융기관에까지 각종 행정 정보가 유통된다”며 “따라서 이들 기관에도 GPKI를 확대 적용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직접 관장하는 자만이 행정전자서명을 이용토록 할 것이라는 게 행자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통부는 공공·민간기관까지 행정전자서명의 적용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공공·민간기관은 현재 정통부 주도로 발급중인 민간공인인증서(NPKI)를 쓰고 있다”며 “개정안대로라면 GPKI를 추가 발급받아야 하는 불편과 비용 증가 요인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 운용 주도권=개정안 제26조에 따르면 각 행정기관을 통합·연계하는 정보통신망의 구축과 운용은 행자부가 주도한다. 망 보안과 관련된 제27조 역시 행자부 장관이 정보통신망의 보안 대책을 국정원장과 협의해 수립토록 돼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이는 행자부 직제상에 적시돼 있는 업무고 이미 청와대의 재가도 받은 내용”이라며 “따라서 더는 논쟁 자체가 불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통부 생각은 다르다. 전자정부 통신망의 중복 구축에 따른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망의 구축·운용은 정통부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행자부는 망 보안과 관련해서는 국정원 업무 영역과 현행 정보통신기반보호법 등과의 상충 부분이 있다고 판단, 부처 조율 과정에서 더욱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자정부진흥원 설립=행자부의 숙원 과제인 진흥원의 설립 역시 정통부가 제동을 걸고 나서는 대목이다. 한국전산원의 영역과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11월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동일한 이유로 진흥원 설립이 유보된 마당에, 이를 굳이 개정안에 포함시킨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정통부 내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진흥원 설립을 반드시 관철시켜 전자정부 사업의 ‘추진 엔진’을 갖추겠다는 게 행자부의 의지다. 행자부 관계자는 “전자정부 사업이 정통부에서 이관된 뒤에도 관련 법·제도는 물론이고, 지원 조직이나 인력까지 여전히 정통부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국회 과기정위에서조차 전산원의 행자부 이첩을 주문하는 마당에 진흥원 설립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망=지난 26일까지 정통부·국정원 등 총 9개 부처로부터 개정안 검토 의견을 접수한 행자부는 이에 대한 분석 작업이 끝나는 대로, 내달 본격적인 실무 협의에 착수한다. 이후 법제처 심의와 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2월 열리는 국회에 개정안을 정식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양 부처 간 치열한 논리 공방이 예상되나 의외로 쉽게 해결책이 제시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실무진 차원에서의 논쟁은 사실 지난 1년여간 이미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다. 외부에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도 행자·정통부 모두에 압박이다.
따라서 장·차관 또는 청와대 선에서의 대승적 결단만 내려진다면 이번 문제는 간단히 정리될 수 있다는 게 관가 안팎의 분석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정치적 결단 따라 조기해결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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