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
◇16기가 낸드플래시, 와이브로 대표적=삼성전자는 지난 9월 세계최초로 50나노 16기가 낸드플래시 개발을 공식 발표했다. 50나노(1나노는 10억분의1m), 즉 머리카락 굵기의 2000분의 1에 해당하는 선폭으로 손톱만한 칩 안에 164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용량이다. 16기가 낸드플래시를 이용하면 최대 32기가바이트(GB) 메모리카드 제작이 가능하다. 이 용량은 영화 20편 이상의 동영상(32시간 분량)이나 MP3 음악파일 기준으로 8000곡(670시간), 일간지 200년치 분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의 낸드플래시는 산업자원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에 꼽혔고 과학기술부가 뽑은 올해 10대 뉴스에도 포함되는 등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초고속 휴대인터넷서비스 와이브로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대표 통신기술이다. 삼성이 베네수엘라 케이블TV 업체인 옴니비전과 와이브로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2006년에는 해외 서비스도 시작될 예정이다. 국제전기전자학회(IEEE)가 와이브로 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이른바 모바일 와이맥스(802.16e) 규격을 국제 표준으로 최종 선정하는 등 우리나라는 휴대인터넷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평가받게 됐다. 와이브로는 지난 11월 APEC 기간 동안에도 각국 정상으로부터 크게 각광받기도 했다.
◇세계시장 주도권 장악의 첫걸음=이처럼 IT강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 세계 최고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앞선 IT인프라와 높은 국민적 공감대 속에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분야가 늘고 있다는 평가다. 대한민국 10대 신기술 선정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이장무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 세계 최고급의 세계시장 기술트렌드를 이끌어 갈 첨단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며 “세계시장에서 선진국 기업과의 대등한 경쟁이 가능한 것은 물론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올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플래시 없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는 ‘나노 이미지센서 칩 기술’을 선보였다. 소니·샤프 등 일본 업체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7조원 규모의 세계 이미지센서 칩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당장 연간 1조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운 0.1럭스(lux) 이하의 어두운 장소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기술로 이는 디지털카메라, CCTV 등은 물론 의료·군사·자동차·산업용기기·환경산업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개발·마케팅·국제특허 동시 진행해야=LS산전이 올해 초 내놓은 오픈 네트워크 기반 초고속 프로그래머블로직컨트롤러(PLC)는 기존 제품대비 최고 수십배의 처리 속도를 자랑하는 FA장비다. 일본·독일 제품이 주도하는 FA시장에서 모처럼 토종 제품의 개가로 평가받고 있다. 0.028㎲(100만분의 1초)의 명령 처리속도를 구현한다. 1건의 명령을 처리하는 데 10억분의 28초가 걸린다는 의미로 이는 지금까지 개발된 PLC 가운데 가장 빠른 처리속도다.
유력한 차세대메모리로 부상하고 있는 저항변화메모리(Re램·Resistance Random Access Memory)의 핵심 기술도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산자부 차세대비휘발성메모리사업단 연구팀은 Re램 소자의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 지난 12월 미국 국제전자소자회의(IDEM)에서 공식 발표했다. Re램은 현 주력 비휘발성메모리인 플래시메모리의 속도 및 대용량화의 한계를 모두 극복하는 ‘포스트 플래시메모리’ 제품군의 하나여서 이번 기술에 반도체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우리가 세계 최초로 만든 기술,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우리 기술을 국제 표준으로 제정하기 위한 노력 등도 필요하다는 것.
산자부 김용래 기술사업화팀장은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며 “특히 최근에는 기술 개발단계에서부터 시장과 마케팅 기획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물론 초기부터 국제 표준을 선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etnews.co.kr
◆인터뷰-이영준 LS산전 연구위원·상무
“차세대 PLC에 24개월의 시간과 총 48억원의 개발비가 투자됐습니다. 제품 기획단계부터 세계 최고급 제품을 지향했습니다.”
LS산전의 XGT는 세계최고 수준의 처리속도를 구현하며 올해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도 선정됐다. LS산전 이영준 연구위원은 “그동안 자동화장비는 국내외에서 모두 일본·독일 제품이 월등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이번 개발한 XGT는 이런 개념을 바꿔놓을 수 있는 장비로 기존 최고급 외산제품대비 120% 이상의 효율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빠른 처리속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산업용 네트워크의 대세인 이더넷 기반의 오픈 네트워크를 전면 채택함으로써 통신의 호환성 및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가 잘하고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 이외에 국내 기술로 충분히 도전 가능한 아이템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기술수준에 도달한 분야도 있지만 여전히 외국 선진기업에 텃밭을 빼앗기고 있는 분야도 적지않다”며 “기업들이 기술 개발의 주체로 적극 나서야 하며 정부차원에서도 가능성 있는 분야의 기초 기술 확보에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김훈 전자부품연구원 나노광전소자연구센터장
“세계 최초·최고 기술 개발에는 적잖은 산통이 있게 마련입니다. 중간 단계마다 적절한 시험 테스트와 성과 분석을 통해 우수한 최종 결과물을 얻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훈 전자부품연구원 나노광전소자연구센터장은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서도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나노이미지센서 개발을 지휘했다. 나노이미지센서는 일본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세계 이미지센서 칩 시장의 주도권을 우리 쪽으로 돌려 놓을 수 있는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주변의 의문을 풀어줘야 할 때도 있었고 내부 인력이 이탈하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발생했다”며 “연구원, 개발자가 주변의 신뢰를 얻으면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풍토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핵심 연구인력이 연구개발 이외에 관리업무에 투자해야 할 시간이 늘고 있는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나노이미지 센서는 국내·외 많은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상용화 시기 역시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게 그의 자체 진단이다.
김훈 센터장은 “나노이미지 센서 기술 개발후 많은 기관·기업체를 대상으로 기술 시연을 했고 많은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어 실제 보통사람들이 상용 제품으로 활용할 시기가 멀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다시 공간을 인식하는 3D 입체 이미지 센서와 바이오 분야에서의 응용제품 등을 차기작으로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10대 신기술 개발 현황
‘우리나라 신기술의 원천은 디지털’
산업자원부는 해마다 한해동안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기술중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세계 최초·최고급 10대 신기술을 지정하고 있다. 지난 99년이후 2005년까지 선정된 70대 기술을 보면 전자정보 26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기계·부품류가 22개, 화학·첨단 신소재가 17개 선정됐다. 그밖에 바이오생명공학과 건설기술이 각각 4건, 1건이다. 전자정보와 첨단신소재는 물론, 기계와 건설관련 기술들도 모두 기존 굴뚝 산업에 IT가 추가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첨단 신기술은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제품화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실제 실용화가 완료된 국내 원천 기술에 비중을 둬 국내 산업 기술 개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05년에는 중소기업 기술이 6건, 대기업의 기술이 4건 선정되는 등 중소기업에 대한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중소기업의 10개술 선정은 지난 2002년 2건, 2003년 3건, 2004년에는 1건에 그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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