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IT 핫 이슈](1)독일 월드컵

 월드컵의 해가 밝았다.

 ‘꿈의 구현’ 월드컵은 이번에도 지구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갈 것이다. 공은 둥글고, 항상 이변은 있기 때문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 월드컵은 IT 업체들의 ‘장외 월드컵’으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전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월드컵이야말로 놓칠 수 없는 마케팅 무대이기 때문이다.

 2006 독일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현대자동차는 이미 월드컵 마케팅에 나섰고, 삼성전자·LG전자·KT·SK텔레콤 등 내로라하는 국내 IT 기업들도 본선 무대를 앞두고 ‘워밍업’에 돌입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경제효과는 모두 26조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기업 이미지 상승 효과는 14조7600억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의 경제 효과가 예상되는 독일월드컵의 승자는 누구일까. IT 월드컵 휘슬은 울렸다.

 ◇유럽 ‘길목’에서 한판 대결=한국의 대표 브랜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길목 마케팅’으로 IT 월드컵 서전을 장식한다. 유럽 주요 공항은 물론이고 유명 관광지, 명소 등 월드컵 인파가 몰리는 ‘길목’을 ‘삼성’과 ‘LG’ 브랜드로 아로새긴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유럽 4대 공항 중 하나인 네덜란드 스키폴국제공항에 40인치와 46인치 LCD 모니터를 공급했다.

 월드컵이 열릴 독일 함부르크·뮌헨·슈투트가르트 등 6대 전략 도시를 선정해 문화재 복원 사업도 진행중이다. 특히 베를린의 샤를로텐부르크 관문과 프랑크푸르트 돔 성당 등의 문화재 복원 현장을 삼성전자의 초대형 광고로 덮어서 광고 효과를 거두고 있다.

 LG전자는 월드컵 기간 가장 많은 인파가 붐빌 프랑크푸르트공항 곳곳을 LG 로고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공항 대합실에 42인치 PDP TV 110대를 설치해 간접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 주요 다리에 LG전자 광고물을 내거는 등 이른바 ‘브리지 마케팅’도 전략적으로 추진중이다.

 ◇후원 마케팅도 ‘후끈’=명문 축구단과 응원단을 후원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KTF와 KT는 한국대표팀 공식 후원 업체로 나서 한국 축구와 공동 운명체임을 강조하고 있다. KTF는 나아가 ‘붉은 악마’까지 공식 후원하는 등 열혈 축구팬들과 한국팀 응원에 나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을 모델로 내세워 ‘타임머신 TV’ 바람을 일으킨 LG전자도 월드컵을 겨냥한 발빠른 후원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LG전자는 우승 후보로 꼽히는 독일·그리스 등을 비롯해 6개국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고, 영국의 명문구단 ‘리버풀 FC’ 등 전세계 유명 프로축구 구단 7곳을 동시에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와 5년간 약 1000억원의 후원 계약을 했고, 최근 브라질 프로 축구리그에서 우승한 코린치아스를 후원하기도 했다.

 축구팬을 위한 후원 마케팅도 잇따를 전망이다. KT는 고객 300명에 독일월드컵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빅 이벤트’를 추진중이며, SK텔레콤은 붉은 악마와 연계한 거리 응원전과 응원 콘서트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축구 스타 모시기 경쟁=스포츠 스타를 모델로 활용한 이미지 광고도 쏟아진다. 삼성전자는 아드보카트 국가대표팀 감독과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을 나란히 CF 모델로 내세우기로 했다. 세계 최고 감독의 명성을 초일류 기업의 이미지로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두 감독을 내세운 스페셜 에디션 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팬사인회 등 투톱 모델을 활용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추진중이다.

 박지성으로 광고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는 LG전자는 독일월드컵 대표팀을 광고 모델로 활용해 독일 시장 공략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KT·SK텔레콤 등 통신 업체들도 월드컵에서 뜬 국내외 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월드 스타들이 경기장뿐 아니라 브라운관도 종횡무진할 전망이다.

 KTF 관계자는 “지난 2002년 월드컵 공식 후원 업체로 활동하면서 펜스 광고로만 1조2000억원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며 “월드컵 마케팅을 잘 활용하면 KTF가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 업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케팅 효과 얼마나

 지난 2002년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 활약한 KT와 KTF의 마케팅 효과는 얼마나 될까.

 KT그룹은 우선 역대 최고 IT 인프라를 갖춘 2002 한·일월드컵에 IT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세계적인 통신 업체로서 이름을 높였다.

 특히 KTF는 월드컵 기간에 미국의 경제 전문 잡지 ‘비즈니스위크’가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와 함께 조사한 전세계 IT 100대 기업 중 4위를 차지했으며, 27개 통신 서비스 업체 가운데 당당히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경쟁 업체인 SKT가 9위에 머문 것과는 좋은 대조를 보였다. 또 전세계 조사 대상자의 74.4%가 KTF가 대한민국 대표 이동통신 업체라는 이미지에 대해 동의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KTF는 월드컵 마케팅 효과를 돈으로 환산하면 펜스 광고로만 1조2000억원 이상의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밖에 TV 중계방송에 노출, 내외신 TV의 보도, 인쇄 매체 보도, 거리 간판, 현수막 등의 매체 노출량을 광고 효과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월드컵 공식 후원사 참여에 따른 기업 호감도 제고, 브랜드 가치 상승 등 계량화할 수 없는 효과까지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마케팅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2006 월드컵에는 현대자동차가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한 공식 후원 업체로 이 같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삼성전자·LG전자 등 IT 기업들이 공식 후원 업체 못지않게 많은 후원과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어 굳이 공식 후원사가 아니더라도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기대되는 특수상품

 독일월드컵은 다양한 ‘IT 히트상품’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은 2006 독일월드컵 특수 상품으로 PDP와 LCD TV 등 고화질 디스플레이 제품과 최근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DMB용 단말기를 꼽았다.

 경기장을 직접 찾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TV 중계가 대리 만족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PDP와 LCD TV 등 디지털 TV는 최근 가격 인하 추세와 맞물려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된다. 고선명(HD)과 대화면 제품에 대한 대기 수요가 월드컵 시즌에 맞춰져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디지털 TV 수요를 촉발할 대규모 판촉전도 기획중이어서 사상 유례없는 호황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와 함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DMB단말기와 DMB폰 수요도 잇따를 전망이다.

 디지털방송 수신을 가능하게 해줄 셋톱박스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셋톱박스는 방송 디지털 전환이 급류를 타고 있는 북미와 유럽에서도 수요가 늘어 수출 효자품목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