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인! 과연 누구일까.
황우석 교수의 거짓 논문 파문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과학적 희망이 사라진 듯 침울하지만 과학기술입국을 실현할 불씨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중 하나, 우리 과학기술과 산업의 역동성을 온몸으로 보여줄 새해 진객(珍客), 우주인이다.
뜨거운 국민 시선만큼이나 ‘전시 행정’이라는 복병도 있다. 또 크라스노프 러시아 우주청 유인우주국장이 최근 “미국이 2007년 4월에 러시아 우주선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중인 미국 우주인을 교대하려 하는데, 기본협정에 따라 회원국(미국)의 탑승 요청에 우선권을 부여할 의무가 있다”며 한국 우주인 탑승 시기 조정을 요구해오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부도 황 교수의 거짓 논문 사태와 러시아 우주청의 미묘한 태도 변화를 감안, “지금은 때가 아닐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지난 11월 말로 예정했던 우주인 선발 공고를 언제쯤 낼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우주인 후보 선발조건, 훈련방식 등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장보현 과기부 우주인사업전담팀장은 “너무 서두르다 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며, “선발조건·과학(실험)임무·훈련일정 등을 차분하게 준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장 팀장은 특히 “무엇보다 러시아 측과 비용 문제를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훈련 및 탑승 비용, 인공위성 탑재체와 발사체 기술 개발 협력 등 제반 조건이 신통치 않을 경우 아예 협력처를 바꿀 수도 있다”며 “러시아 측의 과도한 장삿속 요구를 경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지금 정해진 것은 △키 150∼190㎝ △앉은 키 80∼99㎝ △몸무게 50∼95㎏ △발 크기 29.5㎝ 이하가 전부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오는 2007년 4월께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 티엠에이(Soyuz TMA)’에 탈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밖에는 그야말로 베일에 싸였고,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셈이다.
우주인은 21세기 우주시대를 여는 첫 걸음임이 분명하다. 국민 자긍심을 높이고 대통합을 이루는 가늠키 힘든 효과를 뒤로 제쳐놓는다손 치더라도 우주인을 통해 실현할 ‘대한민국 첫 우주 과학실험’이 소중하다는 게 학계와 연구계 시각이다. 우주인 자체도 바라볼 수 있는 만큼, 갈 수 있는 만큼의 우주 영토를 향한 한민족의 첫 현지 적응 실험 대상이라는 것.
정부는 올 상반기 중에 학계·연구계 전문가들과 함께 우주인의 우주 과학임무를 개발할 계획이다. 식물 씨앗 발아, 새우알 부화 등 비교적 간단한 과학실험으로부터 휴대전화·디지털카메라·캠코더·MP3플레이어 등을 시연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무가 주어질 예정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탁구 경기를 하는 것도 국민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또 상표를 카메라 쪽으로 뚜렷하게 드러낸 상태에서 음료수 한두 개 정도를 마셔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서는 제품 홍보와 같은 비교적 단순한 임무뿐만 아니라 지상에서 수행할 수 없었던 정보기술·생명공학기술 관련 시험을 우주 공간에서 검증해 볼 수 있도록 관련 실험용 하드웨어(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협력할 예정이다. 특히 우주인 선발·훈련 과정과 우주 활동 기간을 상업용 제품에 우주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계기로 삼을 태세다.
1961년 이후 베트남·몽고·아프카니스탄을 포함한 34개 국가에서 우주인 420여명이 탄생했다. 중국은 2003년 10월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 2005년 10월 6호를 잇달아 발사하며 그들만의 영웅 셋(우주인)을 탄생시켰다.
과연 2006년 대한민국에서 탄생할 첫 우주인 후보 2명은 어떤 모습일까.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선발 시나리오
한국 첫 우주인 선발 사업은 처음부터 영상물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시나리오다. 과학기술부는 우주인 선발 과정으로부터 훈련, 우주선 탑승, 우주정거장 체류, 지구 귀환에 이르기까지를 다큐멘터리 형태로 담아 활용할 계획이다.
영상물 제작자는 정부(과기부), 감독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다. 제작자와 감독이 최근까지 확보한 재원은 60억원 정도다. 제작자와 감독은 러시아 측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국내 굴지 기업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우주 영상물을 촬영할 세트는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훈련 과정), 에네르기아사(소유스 제작 및 발사) 등이 제공할 것이다. 제목이 ‘한국인 우주로 가다’ 정도가 될 것 같은 영상물의 주인공 후보는 2명이 될 전망이다.
◇선발·관리=국내 공군 및 민간 항공조종사 선발 기준을 벤치마킹하되 러시아 ‘소유스 티엠에이’가 탑승 기준의 정점이다. 소유스 티엠에이가 2∼3명이 탈 수 있기 때문에 몸무게·앉은키 등이 매우 중요하다.
만 19세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300명 정도를 1차로 뽑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차 30여명, 3차 10여명으로 압축한 뒤 공군 훈련기 탑승, 고립실 등 심층 검사를 통해 5명쯤 선발한다는 게 정부안이다. 이후 러시아에서 5명을 평가한 순위를 토대로 최종 후보 2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 모든 과정을 러시아 측 일정과 계획에 따라 협의, 결정하게 된다.
◇훈련=기초훈련 6개월, 고등훈련 6개월 등 최소 1년이 필요하다.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가 전담할 기초훈련은 체력 보강, 러시아어 집중 학습, 기초 과학기술 수업으로 이뤄진다.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가 주관하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분담하는 고등훈련에서는 우주선 시스템 기기조작법, 과학 실험 매뉴얼 숙달, 무중력 체험 등을 반복한다. 1일 8시간씩 훈련하며 가족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발사·체류·귀환=2007년 4월께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한국 첫 우주인이 탑승한 소유스 티엠에이가 발사된다. 지구 궤도를 몇 차례 선회한 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하기까지 약 2일이 걸린다. 러시아 측과 협상하기에 따라 소유스 로켓 표면에 태극기를 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첫 우주인은 ISS에 도킹한 뒤 7∼8일 머물며 우주 과학 실험과 상업적 활동을 수행한다. 상업적 활동은 러시아 협상 결과에 따라 가변적이다. 경우에 따라 로켓 표면에 기업체 로고를 부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루 2∼3회씩 러시아 MCC(Mission Control Center)를 통해 우리 우주인의 ISS 내 활동 모습이 전송될 예정이다. 그는 바이코누르 우주센터 부근으로 귀환, 한국 첫 우주인으로서 관리된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