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CT가 미래다]21C 지식경제 핵심으로

올 초 극장가에서는 지난해 말 개봉된 대작영화들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체 몸값으로만 4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들이다. 2000억원과 1527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외화 ‘킹콩’과 ‘나니아 연대기’는 물론 ‘태풍’(150억원)과 ‘청연’(100억원) 등 한국산 블록버스터영화도 싸움에 가세해 치열한 관객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에 투입되는 투자비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비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문화산업이 21세기 지식경제의 핵심산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산업 패러다임이 산업 생산에서 문화 생산으로 전환되고 있어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들은 문화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상품의 개발, 제작, 생산, 유통 소비 등과 관련된 서비스 산업이라 할 수 있는 문화산업은 인간의 창의력과 지식이 집약된 분야이기 때문에 신성장 동력이자 차세대 핵심산업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세계 문화산업 규모는 2003년에 1조1480억달러이며 앞으로 연평균 5.2%의 성장을 지속해 2006년까지 1조3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이미 세계 문화산업의 종주국으로 자리잡았으며 이의 수성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영상산업을 군수산업과 함께 2대 주력산업으로 간주하고 올해 세계 영상시장의 70% 점유를 목표로 했다,

 영국도 콘텐츠산업을 창조산업으로 명명하고 GDP대비 비중 10% 달성과 100만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설정해놓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00년 100억달러에 불과했던 문화산업규모가 올해에는 160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화산업은 소비자들이 먼저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융합이 급격히 진행되고 여가 시간 증대 및 문화소비 확대로 멀티미디어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미 정보산업에서는 기기 생산의 비중이 줄어들고 콘텐츠 창출이 높아지고 있다. 2003년 선정된 디지털TV 및 방송, 디스플레이, 차세대 이동통신 등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대부분이 콘텐츠의 성공여부가 산업 자체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이미 우리사회는 문화예술, 이미지, 창의력이 기반이 되는 문화콘텐츠를 지식정보사회의 핵심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 아래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각국은 콘텐츠 시장 석권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우리로서는 창의적 콘텐츠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무형의 가치로만 인정받던 문화는 이제 기술이라는 새로운 지원군을 얻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문화산업은 이제 디지털화, 첨단화하면서 감성공학, 예술, 정보통신, 기계기술 간의 융합화 등 이른바 미래의 기술인 문화기술(CT)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산업은 통상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포함해 지식, 교육, 언론, 출판 등을 총망라하고 있다. 때문에 문화산업의 기반이 되는 CT도 단순히 IT의 응용기술로 봐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T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설계, 제작, 가공, 유통, 서비스 등 전반에 걸쳐 필요한 이공학, 인문사회학, 디자인, 예술 등 관련분야를 총망라한 지식과 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CT는 창작, 예술작업을 통해 작품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저작도구 개발,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작하기 위한 편집 및 표현기술, 콘텐츠의 효과적인 저장 및 전달을 위한 유통기술, 사용자가 콘텐츠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관련 기술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원광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CT대학원장은 “CT는 문화와 과학기술이 상호 융합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개념으로 인문사회, 예술, 공학, 경영학 등 많은 분야의 융합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민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요구 충족과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고품질의 문화콘텐츠를 제작 및 공급하기 위해서는 핵심 기술기반을 조성하고 문화콘텐츠기술의 영역별 집적화 및 전략적 극대화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인터넷의 확대, 디지털기술의 발달에 따라 CT산업은 IT 등 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가 될 것이며 향후 IT 등 기술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향후 5년 내에 전통적인 CT와 디지털이 상호융합해 디지털시네마, 디지털스토리텔링, e북, U게임, 에듀테인먼트 등이 CT전략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로서는 CT 핵심기술 및 제작툴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기술도입비용이 높고 불법복제로 인한 분쟁 및 잠재적 범죄자 양산이 우려된다.

 예를 들면 지난 1∼2년 사이 100여개의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대거 고가의 외산 게임엔진을 구입, 게임개발에 따른 로열티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만 30∼40개 업체가 사용하고 있는 리스텍사의 3D게임 엔진 ‘쥬피터’의 경우 개당 가격이 4억원이 넘어설 정도다. 또 CT분야 전문연구기관 등의 부재로 인해 기술편향적인 기술개발의 결과로 업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적용 및 콘텐츠 수요반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CT 연구개발이 대부분의 IT관련기관에서 수행되고 있어 콘텐츠업계가 필요로 하는 수요 반영이 어렵고 업계의 기술의존도도 낮은 편이다. 지금까지 국가 연구기관에서 수행한 CT연구과제가 실패했던 이유도 단지 IT기반위에서만 이루어져 업계에서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향후 문화산업은 놀이와 휴식의 양대 영역에서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오감을 즐겁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컴퓨터와 디지털미디어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일종의 수동적인 관계를 강요당해야 했던 소비자의 자기권리 회복에 따라 기술과 지식(하이테크)보다는 예술과 감성(하이터치)이 강조되는 추세가 구체화할 것이다.

 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은 “미래의 문화산업은 현재로서는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기반인 CT도 급변하는 기술환경의 능동적 대응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의 기술, 지식중심의 IT로는 인간의 감성과 예술을 중시하는 미래 문화산업의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술과 지식의 개념 이상의 감성, 예술을 위한 새로운 영역의 기술, 즉 문화산업에 특화된 CT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이드박스>기획시리즈는 이렇게 진행된다.

 문화와 기술을 접목하는 문화기술(CT)이 차세대 성장산업의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미디어 기기 및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의 성패를 좌우할 것은 바로 콘텐츠며 이러한 콘텐츠는 기술이 기반이 될 때 화려한 꽃을 피운다. 다가올 시대에 필요한 기술은 콘텐츠 기획·제작·가공·유통 및 소비과정 전반에 걸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바로 CT다.

 이에 따라 본지는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관련 학회 등과 함께 CT라는 새로운 어젠다를 설정하기 위한 연중 기획을 마련했다. 연중기획 시리즈는 매주 월요일 한면 씩을 할애해 CT 와 관련된 이슈와 정책 방향 등을 점검한다. 또 CT연구 현장 및 산업화 현장를 찾아 한국의 CT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모색해 볼 예정이다.

 아울러 해외 유수의 CT전문기관 및 연구소를 탐방,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CT지원정책 및 연구개발 현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연중기획 기사와 함께 국내의 CT가 나아갈 방향을 논의할 CT포럼을 구성하고 관계자들의 사기를 북돋아 줄 CT대상제도도 제정, 우리의 문화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공동기획:문화관광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특별기획팀> 팀장=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etnews.co.kr,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etnews.co.kr,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etnews.co.kr,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권건호@전자신문,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