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장기업 100대 IT기업 CEO들이 추천한 디지털산업 부문의 파워엘리트 선정에는 기업 규모와 대중적 인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예상대로 뽑혔으며, ‘디지털 르네상스’ 시대를 주도하는 최지성사장과 ‘황의 법칙’을 실현하는 황창규 사장도 당당히 명함을 내밀었다.
최근 대한민국 대표 벤처성공신화를 이룬 변대규 휴맥스 사장과 레인콤 양덕준 사장도 대열에 합류했다. 이색적인 인물로는 ‘디시폐인’ 신드롬을 일으킨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사장.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는 단순히 매출이나 실적 규모에서 결정나는 게 아니라 디지털 산업의 문화를 창조하는 인물임이 입증된 셈이다.
디지털 산업은 부품에서부터 완제품, 유통을 책임지는 전자산업의 ‘A∼Z’까지다. 이번 기업인들이 뽑은 파워엘리트는 ‘해당 산업부문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가졌는가, 업계를 주도할 만한 능력을 갖췄는가,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및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가’ 등이 평가의 잣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대한민국 디지털 산업을 이끄는 인물은 한 회사의 CEO를 넘어, 사회적으로 그 분야에서 새로운 경영 트렌드를 증명해야만 한다. 기업 규모와 제품은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혁신론자’라는 점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00년 1월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취임 후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대한민국 대표 CEO다. 그는 한국공학한림원 이사장, 전자산업진흥회 회장 등 전자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윤 부회장은 경영업적은 물론, 혁신적인 사고, 위험관리 능력, 장기적 비전, 리더십 부문이 높게 평가됐다. 37년을 ‘삼성’과 살아오면서 ‘삼성맨’의 전형이 됐다. ‘CEO 윤종용’은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동시에 대한민국 ‘디지털 산업의 키워드’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혁신의 전도사’로 불릴 만큼 LG전자를 변혁시켰다. ‘2위 콤플렉스’를 가진 LG전자 내부에 ‘1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 장본인이다. 이런 변화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내놓는 실천전략에는 ‘야성’이 묻어난다는게 주위의 평가다. 김 부회장의 혁신경영은 벤처기업 CEO들에게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혁신의 십계명은 벤처기업 CEO들에게 자주 애용된다.
‘맺고 끊음이 분명한 인물’ 구본준 LG필립LCD 부회장이 빠질 수 없다. 그의 지휘는 일사분란 하다. LPL은 올해 TV용 대형 LCD 시장에서 일본업체를 누르고 정상에 등극, 세계 LCD업계를 긴장시켰다. “지금 세계 1등을 유지하는 것은 전 협력사들과의 동반자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상생 노력의 결실”이라고 강조할 만큼, 상생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대기업 사장단에서는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과 황창규 사장, 하이닉스 회생의 주역 우의제 사장이 디지털 산업 부문 파워엘리트 집단에 올랐다.
‘디지털 보부상’ 최지성 삼성전자 DM총괄 사장은 문과 출신 영업맨으로 세계 기술 트렌드와 시장변화를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TV를 통한 디지털 르네상스의 실현’을 예측하면서 세계 가전업계의 핵심인물로 부상했다. 사회과학과 철학, 역사 등에도 조예가 깊으며, 일에 대한 열정이 남 다르다. 일년에 110일을 해외에서 살만큼 ‘악착’같다. 그가 만든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제품은 세계 가전의 코드다.
‘미스터 플래시’ 황창규 사장은 ‘메모리 신성장론(일명 황의 법칙)’을 실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88년부터 낸드플래시 진출을 주장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현재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 한달에 두번꼴로 국내외에서 강연을 하기에, 팬클럽이 많은 편이다. 그의 강연장에는 졸고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머감각이 탁월하다.
우의제 하이닉스 사장은 이천을 기적의 땅으로 바꿔 놓은 인물이다. ‘회생’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하이닉스 재기는 극적이다. 2001년 10월 부임 이후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에 있는 하이닉스를 세계 메모리업계 2위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쟁쟁한 기업들만이 달고 있는 영업이익 2조 원이라는 ‘훈장’도 거머쥐었다. 우 사장은 하이닉스 해결사로, 2005년 기적을 이룬 CEO로 꼽힌다.
중견제조업체군에서는 변대규, 양덕준 사장이 순위에 올랐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올해 회사 일에 전념했다. 대외활동을 줄이면서 회사 경영에 매진, 해외 DTV시장 진출, 셋톱박스 수출 등 숱한 실적을 만들었다. 델과 인텔리전스 분야 협력을 강화하면서 꿈에 그리던 6000억 원 대 매출 돌파를 이루게 됐다. 그는 첫 1조 원 돌파를 이끌어낼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기업인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직 경인 민방 사업권 획득이 남았다.
MP3플레이어 업체의 맹주, 양덕준 사장도 파워엘리트에 뽑혔다. ‘아이리버’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킨 그의 역량은 결코 낮게 평가할 수 없다. 1999년 1월, 7명의 직원과 자본금 3억 원으로 설립된 벤처기업을 세계가 주목하는 MP3플레이어의 핵심기업으로 성장시킨 양사장은 친화력이 뛰어난 CEO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부품업계 대표주자는 황철주, 황기수, 이성민 사장 등이 추천됐다. ‘창고에서 기업으로’라는 신화를 이끌어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겼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전공정장비를 국산화하면서, 이 분야 입지전적 인물로 성장했다. 트레이드 마크는 겸손함, 어느 누구를 만나도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그는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사실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국내 최대 팹리스 반도체 회사로 엠텍비젼을 키워낸 이성민 사장은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리더다. 국내 최초 내외장형 카메라 컨트롤 프로세서(CCP)와 메가픽셀급 칩, 3D그래픽칩 개발 등을 상용화하면서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새로운 역사를 정립하고 있다. 결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황기수 코아로직 사장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산증인이자 맏형이다. 삼성전자, 금성통신연구소, GE, 현대전자를 거쳐 98년 코아로직을 창업,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왔다. 애플리케이션 반도체 분야 주도에 이어 중국·대만·미국·유럽 등 세계 모바일 산업의 핵심거점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인터넷 세상의 ‘본좌’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사장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인터넷 세상에서 ‘본좌’라는 호칭을 붙이는 사람은 김유식 사장 외에 홍명보 등 극소수다. 이들 외에 나머지는 ‘소행’이나 ‘행자’로 치부된다. ‘디시폐인’을 주도한 김유식 사장은 이제 특정인들에게만 오르내리는 CEO가 아니다. 그가 디지털 시대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개죽이’, ‘딸녀’, ‘떨녀’ 등 대한민국은 이미 그가 만든 문화코드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회장, 구본무 LG회장, 최태원 SK회장....... 이들이 파워엘리트 집단에서 빠질 수 없다. 이들의 이름은 기업 총수인 동시에 디지털 대한민국이다. 디지털가전을 비롯해 이동통신, 반도체, 부품 등 그 발자취는 너무 크다. 선대회장부터 현재까지 3개 그룹이 걸어온 발자취는 우리 디지털 산업의 역사이고 미래다.
글로벌 삼성을 이끄는 이건희 회장은 세계 IT를 이끄는 인물. 교수 강준만의 비유처럼 ‘이건희학은 삼성학이고, 곧 한국학’이다. 긍정과 부정의 평가가 교차하지만, 그는 이미 우리나라 수준을 넘어 세계 경영의 이데올르기다. 이건희 회장의 탁월한 점은 삼성그룹을 원자재부터 완제품과 유통을 넘나드는 수직계열화를 완성시켰다는 점이다. 디자인 경영을 제시, 오늘날의 컨버전스에 대비한 소비자 트렌드를 정립시켰다. 그가 꺼내는 단어는 이제 삼성을 넘어 전세계가 긴장하는 화두가 되고 있다. IT부문 뿐만 아니라 경제학, 경영학, 심리학, 사회학에서 그는 고유명사다.
구본무 LG회장은 통 큰 사람이다. 올해 구본무 회장은 10년후 LG를 대비하는 그림 그리기를 본격화했다. 차세대 성장엔진사업을 빨리 안착시키고, 일등LG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물론 LG필립스LCD 등 성공신화에 이을 또 하나의 큰 그림 그리기가 우선 목표다. 그런 측면에서 컨버전스에 대비한 반도체 사업 진출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구본무 회장과 임직원의 버스 투어는 올해 경영인들에게는 큰 화제였다. 실무 현장 챙기기는 물론, 차세대 성장동력을 서둘러 찾으라는 그룹 총수의 버스 투어는 LG그룹 임직원의 정신무장을 강조한 ‘천리행군’인 셈이었다.
최태원 SK회장은 올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으로 그룹 이미지 재건에 성공했다. SK텔레콤, TU미디어 소유자라는 점에서 그는 IT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가 성장을 위해 기업이 해야할 역할’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해법은 기업의 R&D 강화다. 최고의 강점을 가진 정보통신과 에너지 화학에서의 미래 신규사업 개발을 찾는다는 목적도 그 속에 담겨 있다. 특히 유비쿼터스와 디지털 융복합화 추세에 맞춰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은 SK가 반드시 이뤄내 야할 과제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