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송영길 엔컴퓨팅 사장](https://img.etnews.com/photonews/0601/060102032917b.jpg)
송영길 엔컴퓨팅 사장(39)은 ‘연말’이 없다. 그 흔한 송년회도 한 번 참석하지 못했다. 2005년 마지막 날이 바로 코 앞이지만 수출 물량이 몰리면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거래를 트고 있는 국가는 무려 22개에 달한다.
하지만 회사 외형을 보면 이 실적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직원이라고 해 봐야 이제 20명을 갓 넘었다. 생산 공장도 없다. 핵심 기술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외주로 돌리고 있다. 기업 이력도 짧다. 지난 2003년에 창업한 신출내기 기업이다. 비결은 하나다. 바로 앞선 기술력이다.
엔컴퓨팅 핵심 사업은 ‘네트워크 컴퓨터 기술’. 송 사장은 “한 개의 컴퓨팅 자원을 분산해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쉽게 이야기해 한 대 PC로 여러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 별 편차가 있지만 개인이 사용하는 CPU는 전체 성능 중 불과 20% 정도”라며 “나머지를 서로 공유하면 최대 10대까지도 PC자원을 나누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송 사장이 개발한 PC자원과 네트워크를 공유할 수 있는 단말기는 대만·브라질·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에서 최고 인기상품이다. 비싼 PC를 사지 않고도 PC 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이점이 먹힌 셈.
“이미 22개 국가에서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순 샘플 공급이 아니라 대량으로 수입하는 상황입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에서 나서 생산 공장을 건립해 줄 정도로 호의적 입니다.”
엔컴퓨팅은 신흥 시장뿐 아니라 미국 최대 소비자 유통망인 ‘베스트바이’에도 자사 브랜드로 공급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내년 시장도 밝다. 수출 국가를 50개 이상으로 늘려 잡았으며 매출도 올해의 두 배인 130억원 정도를 장담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라는 약점에도 해외 시장에서 엔컴퓨팅이 선전한 데는 송 사장의 이력도 한 몫 했다. 송 사장은 창업 이전에 삼보컴퓨터 해외 마케팅을 줄곧 맡아 왔다. 창업 바로 전 삼보 미국 법인인 이머신즈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당시 알았던 해외 인맥이 창업 후 큰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베스트바이에 납품한 것은 그동안 쌓은 해외 마케팅 노하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사장은 “PC업계에서 퀄컴과 같이 라이선스 비즈니스로 승부를 겨루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2006년은 이 가능성을 실제 실현해 보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