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인터넷 환경 조성, 민·관·이용자가 함께 실천한다.’
2006년은 인터넷 유해 환경 개선 및 네티켓 확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지난해 정부와 기업은 그 어느 해보다 적극적으로 자율 규제 시스템 정착과 대국민 홍보 활동에 힘을 쏟았다. 그동안 정부는 일방향적인 규제에 초점을 맞췄으나 번번히 한계에 부딪쳤다. 이에 따라 기업과 이용자 스스로 인터넷을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사이버 양심운동 폭넓게 전개=지난해 정부의 클린 인터넷 활동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율 규제 시스템 정착을 위한 측면 지원이었다. 관련 정부기관들은 신규 서비스 등장에 따른 역기능 방지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기업과 핫라인 등을 구축, 자율 규제를 유도하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위원장 강지원)는 지난해 상반기 강지원 신임 위원장 취임 이후 ‘사이버 양심운동’을 적극 전개했다. 이를 통해 윤리위는 성숙한사회가꾸기모임(상임공동대표 김태길·손봉호·김경동)과 공동으로 ‘사이버양심포럼’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네티켓 지키기를 모토로 내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또 윤리위는 SK커뮤니케이션즈·다음커뮤니케이션·네오위즈 등 10여개 포털과 손을 잡고 네티즌이 매달 우수 커뮤니티를 선정, 발표하는 ‘하하넷(http://www.e-with.or.kr)’ 캠페인도 추진했다.
청소년위원회(위원장 최영희)는 학부모정보감시단(단장 주혜경)과 공동으로 월별 집중 모니터링을 꾸준히 실시했다. 특히 이동통신 3사의 무선 인터넷 성인용 만화, 게임 아이템 거래, 성인 소설 등 신규 서비스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용 행태를 조사, 공개함으로써 이통3사가 자발적으로 유해물을 차단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청소년위원회가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실시한 15개 주요 포털 및 커뮤니티 사이트의 사이버 윤리 평가도 기업의 자율 규제 시스템 정착을 촉진시켰다.
◇포털·게임 업계, 자율 규제 속속 참여=이처럼 정부의 다각적인 e클린 캠페인 속에 기업들도 지난해 인터넷 역기능 예방 및 대응 방안 실천에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 9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문화관광부가 마련한 ‘건전 게임 문화 조성 강화 대책’에 발맞춰 자율 규제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대내외에 선언했다. 이는 건전한 온라인 게임 이용 문화 조성을 위해 기업이 직접 나선 것으로, △자율적 게임 이용 시간 통제 서비스 △과도한 게임 이용에 대한 경고 문구 표시 제도 △불법 사행성 게임 근절을 위한 자율 모니터링반 운영 등을 주요 과제로 정했다.
주요 포털들도 인터넷 유해 환경 방지를 지난해 주요 사업 계획에 포함시키고 인력 및 기술 보강 등 구체적인 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가 주축이 돼 민·관 핫라인을 구축하고 현안별로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한해 청소년위원회가 실시한 사이버 윤리 평가에서 15개 평가 대상 포털 중 1위를 차지한 야후코리아는 지난 2004년에 비해 기술·제도·인력 부문에서 보완 작업에 힘을 쏟은 결과 안팎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경우 금칙어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갱신을 매주 시행하고 있다. 천리안은 청소년 보호 업무 관련 직원을 전체 직원수 대비 3%까지 늘리고 이중 80% 이상을 경력 3년차로 구성하는 등 청소년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클린 인터넷 운동 결실 맺는 한해로=지난해 민·관의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올해는 자율 규제 시스템 도입에 따른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타율 규제에 길들여져 있던 정부와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자율 규제의 효과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확산시키고자 하는 후속 작업들도 가속화할 조짐이다. 또 초·중·고등학교 등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정보통신 윤리 교육을 강화하려는 것도 매우 반가움 움직임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일선 학교에서 사용해온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 지침은 대부분 응용 소프트웨어 활용법에 치우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유해 환경을 접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온라인 게임 중독·채팅 및 P2P 등을 통한 음란물 공유 등의 문제가 사회 문제로 비화하면서 학교에서의 정보통신 윤리 교육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한국정보처리학회 등 공공·민간 단체들이 정보통신 윤리 교육을 대폭 강화한 교육 지침과 교과서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르면 올해부터 일부 학교에서는 정보통신 윤리 교과서가 채택돼 활용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이처럼 인터넷 건전 문화 확립에 대한 안팎의 움직임이 활발한 만큼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유사한 작업을 추진하는 기관·기업 간 효율적인 연계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태명 KERIS 교육정보화실장은 “윤리 교육과 e클린 캠페인을 수년간 진행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은 조직화가 덜 돼 있기 때문”이라며 “각계가 인터넷 윤리 운동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올해 이를 네트워크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etnews.co.kr
◆세이프인터넷 사업
인터넷 업계 대표 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는 최근 안전한 인터넷 환경 구현을 위한 ‘제3기 세이프 인터넷 사업’ 계획을 확정짓고 시행에 들어갔다.
세이프 인터넷 사업이란 지난 2004년부터 기업들이 직접 나서 날로 심화되는 각종 인터넷 역기능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안전한 울타리를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주목받는 것은 기업 스스로 정부와 연계한 자율(공동) 규제 시스템의 초기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현안별로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협회는 1·2기 사업에서 개인정보보호·저작권 등 이슈별 대정부 정책 협의 창구 결성 및 자율 규제 시스템의 초기 토대 마련에 힘을 쏟았다면 3기에서는 대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강화 및 더욱 파급력 있는 자율 규제 시스템 발굴에 주력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국회의원·학계·업계 전문가가 고루 참여하는 ‘인터넷정책포럼’을 연초에 구성, 정부 및 국회가 추진하는 인터넷 관련 법제도에 관한 평가 및 연구 작업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휴대폰 결제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해 주기 위한 ‘유무선 전화 결제 중재센터’도 삼성동 협회 내에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온라인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 저작권, 인터넷 실명제 등 지난해부터 인터넷 업계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달 출범한 ‘청소년보호책임자협의회(의장 천형석)’의 올해 활동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협의회는 △정부가 실시하는 청소년 보호 책임자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업무 지원 △정통부·청소년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핫라인 구축 △학부모·시민단체와의 공동 캠페인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청소년보호책임자협의회 의장사를 맡게된 야후코리아 성낙양 사장은 “청소년 보호 문제가 포털들의 주요 관심사로 부상한 것은 그만큼 인터넷 산업이 성장했다는 증거”라며 “역기능보다 순기능을 강화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함으로써 결국 이용자들을 건강하고 강하게 만드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