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A 상용화 10년, 세상이 변했다.’
SK텔레콤이 지난 96년 1월 1일 세계 최초로 CDMA 이동통신 서비스를 개통한 지 꼭 10년이 흘렀다. 3일은 첫번째 CDMA 고객이 가입한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2000년 10월에는 2.5세대 기술인 cdma2000 1x 서비스 역시 처음 개시했고, 2002년 1월에는 동기식 3세대 기술인 EVDO 서비스도 처음 개통했다.
관련 업계는 매번 세계 최초라는 기록을 갈아치우며 지난 10년간 경제 고성장을 주도했던 국내 이동통신 산업의 성과에 주목하고, 향후 10년을 내다보며 또 다시 희망을 기대했다.
◇10년간의 공과=우리나라는 96년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주류였던 유럽형(GSM) 대신 CDMA 기술 방식을 과감하게 채택했다. 당시로선 어느 나라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시도라 엄청난 모험인 셈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은 CDMA 상용화 성공에 힘입어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상용화 후 불과 6년여 만에 가입자 수 30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10년이 지난 현재 4000만명 시대를 넘보고 있다. 덕분에 세계 이동통신 산업도 크게 자극받아 지난해 9월 CDMA 가입자 수는 2억8500만명을 넘어섰다. GSM 일색이었던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 CDMA가 파고들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의 영향이 컸던 것이다.
특히 CDMA는 국내 장비·단말기 산업에 결정적인 파급력을 미쳐 우리나라를 IT 강국의 반열에 올린 주역이 됐다. 휴대폰 하나만 해도 지난해 1년 동안 총수출액이 190억달러를 기록, 전세계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 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분석에 따르면 CDMA 기술은 국민 경제에 96년부터 5년간 125조원의 생산 유발과 총 142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각각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문화적 생활 패턴도 달라졌다. 휴대폰이 청소년층으로 확산되면서 이른바 ‘엄지족’ ‘모티즌’이 신세대를 지칭하는 문화 코드로 등장했고, 음악·영화·카메라·금융거래 등 다채로운 실생활을 휴대폰 하나로 해결하려는 풍속도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처럼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상당 부분 국산화를 이뤄냈지만, 아직도 칩이나 핵심 원천 기술은 미국 퀄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사업자들이 일찌감치 해외 진출에 나섰던 외국 사업자와 달리 국내 시장에만 안주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새로운 10년에 대한 기대=국내 이동통신 산업도 이제 새로운 기회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가입자 포화 및 매출 정체 시기를 맞아 그동안 국내에 만족해온 대가를 혹독히 치를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장비 업계도 날로 거세지는 중국 등 신흥 IT 강국의 위협에 긴장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 등 기간통신 사업자들이 올해를 사실상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선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상반기부터 잇달아 상용화할 휴대인터넷(와이브로)과 WCDMA(HSDPA)는 무선 데이터 서비스의 기술적 장벽을 넘어서며 새 지평을 열어줄 전망이다.
미래 10년을 내다보는 3대 키워드는 ‘글로벌’ ‘광대역 데이터 서비스’ ‘컨버전스’다. 글로벌 시장에 발을 딛고 무선 광대역 서비스의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하며, 컨버전스 기반의 서비스를 선도해야만 비로소 미래 10년의 주춧돌을 놓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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