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 업계, 우리가 이끈다’
IT코리아를 움직이는 ‘파워 엘리트 50인’ 가운데 컴퓨팅 분야에서는 8명이 영예를 안았다. 글로벌 기업과 국산 소프트웨어·시스템 통합(SI)업체 수장이 고르게 꼽혔다. 이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하는 인물로 연령 별로도 4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까지 고르게 포진했다.
◇소프트 파워 ‘두각’=8명 중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안철수 의장이다. 잠시 현업에 물러나 있지만 그의 인기는 여전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IT 스타’인 안 의장은 현업을 떠나 미국에 머물고 있지만 여전히 IT업계의 중심 인물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지난해 잇따라 터진 벤처 분식회계 사건으로 오히려 안 의장의 위상은 더욱 빛을 발했다. 경영자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떠날 당시 안연구소는 설립 후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냈다. 정보보호 기업 중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달성한 기업은 안연구소가 처음이다.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는 경영관은 지난 95년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최고 기술책임자(CTO)도 소프트 파워의 대표 인물이다. 지난해 정부가 주는 ‘최고 소프트웨어인’에 뽑혔다. 그가 개발한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제품은 외산 제품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박대연 CTO는 경력부터 이채롭다. 상고 출신으로 은행에서 10년 동안 일하다, 뒤늦게 미국으로 건너가 소프트웨어를 정식으로 공부한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외곬로 소문난 그는 97년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미들웨어를 개발, 티맥스 신화를 만드는 발판을 마련했다. 소프트웨어 최고봉이라 일컫는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을 개발했으며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대적하기 위해 운용체계(OS)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혜성’처럼 나타난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도 IT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003년 5월까지 프라임 벤처 캐피탈 대표였던 백 사장이 한글과컴퓨터에 합류한 것은 2003년 6월. 이후 3년 내내 연속 흑자를 이끌어 냈다. 올해부터는 GS인증 협의회 공동회장·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부회장 등 주요 SW 단체에서 활동하며 SW산업의 리더로 반경을 넓혀 가고 있다. 백 사장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한컴을 성장 발판에 올려놓았다는 점. 한컴은 지난해 매출 350억원· 경상이익 40억원 정도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각각 10%, 38% 늘어난 규모다. 백 사장은 ‘아래아 한글’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탈피해 ‘한컴 오피스’와 ‘리눅스 사업’에 투자했고, 결국 한컴의 성공을 가져 왔다.
◇간판 컴퓨팅 CEO ‘주목’=간판 IT서비스 기업 삼성SDS를 이끌고 있는 김인 사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3년 전 삼성SDS 대표로 취임할 당시만 해도, 과당 경쟁과 저가 수주로 기업 환경은 좋지 않았다. 수주 중심의 프로젝트 사업 만으로는 매출과 영업 이익률을 모두 만족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김인 사장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에 창립 20주년을 맞아 ‘2010년 글로벌 톱10 수준 IT서비스 회사’라는 새 비전을 선포했다. 7000여 명 직원에게 보내는 e메일 ‘CEO의 월요 편지’는 업계 안팎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로 벌써 150회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삼성SDS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2조원과 경상이익 2000억원을 달성했다.
벤처기업협회를 이끌고 있는 조현정 회장(비트컴퓨터 회장)도 단연 주목받는 IT 리더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대학 3학년 때 ‘벤처 1호’로 의료정보 소프트웨어 기업 비트컴퓨터를 설립한 조 회장은 직원 140여명에 매출 200억원대의 탄탄한 벤처 기업 수장이다. 의료보험 청구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그는 병원 원무 관리·처방 전달 시스템·전자 차트 분야로 확대했고 지금은 원격 진료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기술 엘리트 인력 양성을 위해 지난 90년에 설립한 비트교육센터는 IT업계 교육 사관학교로 불리며 지금까지 7000여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했다. 벤처와 소프트웨어 문화 정립을 연구하는 비이공계 교수를 지원하기 위해 ‘비트 학술상’을 제정하는 등 IT 리더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벤처협회 회장으로 새로 취임한 조 회장은 벤처산업 인프라 구축과 재도약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글로벌 IT 리더 ‘급부상’=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CEO의 인기도 여전했다. 대표 인물이 바로 최준근 한국HP 사장이다. 한국HP 전신인 ‘삼성HP’ 시절부터 HP와 인연을 맺은 그는 글로벌 기업 HP를 국내에 안착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지난 95년 한국HP 대표를 처음으로 맡은 이후 10년 넘게 HP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어떤 글로벌 기업 보다도 앞서 HP가 국내에 현지화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HP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를 키우는 데도 기여했을 뿐 아니라, 국내 수출에도 단연 돋보이는 성과를 올렸다. 최 사장이 한국HP 대표를 맡은 이후 매년 본사 구매 물량을 늘려 본사에서 지난 해에만 국내 업체를 통해 55억달러를 구매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덕분에 한국HP는 지난 2001년에 ‘한국 최고의 직장’ 부문 2위에, ‘아시아 최고의 직장’ 부문 20위에 올랐다.
최 사장은 글로벌 기업 CEO의 ‘맏형’으로 왕성한 대외 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전경련 국제 기업위원회 회장과 한국 소프트웨어 컴포넌트 컨소시엄 부회장에 이어 2003년에는 한국리눅스협의회 회장을 맡는 등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한국IBM 사령탑에 오른 이휘성 사장은 ‘혁신’을 상징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업 경영은 물론 사회·경제·정치 등 모든 문제의 해법을 ‘가치 혁신’에서 찾았고 한국IBM이 이론과 실천 사례로 무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IBM 역할론에 대해서도 명확하다. 고객사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혁신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 그가 한국IBM 사령탑으로 선임된 것 자체가 업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년 동안 외국인 사장 체제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IBM은 몇 번의 검증 과정을 거쳐 결국 이 사장을 발탁했다. 이 사장은 한국IBM 역대 최연소 CEO다. 전세계 IBM 지사장 중에서도 가장 젊은 CEO군에 속한다. 그는 한국IBM 경영혁신의 신호탄이었다. 이 사장이 지휘봉을 이어 받으면서 한국IBM은 거대한 공룡 이미지를 벗고 날렵하고 재빠른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 사장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이는 한국IBM의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IBM은 지난해 불황을 딛고 각 분야에서 눈에 띄는 매출 성장을 이뤘다. 교보생명의 3000억원대 IT 아웃소싱 사업도 수주했다.
한국오라클 선장을 맡고 있는 표삼수 사장도 관심의 대상이다. 그의 풍부한 경력은 IT업계에서 따라올 인물이 없다. 현대전자 전무와 현대정보기술·우리금융정보시스템 사장 등을 거쳐 한국오라클의 수장이 됐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미국을 오가며 금융권의 경영과 정보기술(IT)·시장 조사·교육과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가 진짜 주목받는 이유는 정작 다른 데 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업체 파트너(현대정보기술), 고객(우리금융 정보시스템) 수장으로 있어 협력업체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점.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돈만 벌어간다는 이미지를 하루 빨리 벗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는 표 사장은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