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점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는 우주기술개발사업이 ‘러시아 딜레마’에 빠졌다. 러시아 측이 우주 관련 협력사업을 주도하면서 매년 국내 예산집행실적이 낮고 이월액이 많아 국회로부터 예산삭감 압박에 시달리는 데다 국가적 이벤트(우주인 선발) 일정도 불투명한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3일 과학기술부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우주센터건설사업을 비롯한 다목적실용위성 3호와 5호 개발사업, 통신해양기상위성 개발사업, 우주발사체 개발사업 관련 2005년도 예산 중에서 당해연도에 모두 집행하지 못해 새해로 이월될 금액이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표>
특히 우주발사체 개발사업과 같이 러시아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에서는 2004년 175억여원, 2005년 64억여원이 잇따라 이월되면서 예산주기와 기술개발협약기간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수행실적을 평가할 수 없어 차기연도 사업계획에 따른 예산심의가 어렵고, 당해연도에 집행하지 못한 예산이 1년여 간 사업집행기관에서 대기자금화하는 등 기회비용적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첫 우주인 선발사업의 경우도 지난해 11월 선발작업을 본격화했어야 했으나 아직 선발 공고조차 내지 못했다. 한국 첫 우주인 탄생시점으로 잡았던 2007년 4월에 발사될 로켓(소유즈) 탑승권도 러시아 측의 국제우주정거장(ISS) 회원국 우대정책으로 말미암아 미국에 내줄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현상은 러시아와의 협력사업이 지연될 경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우주 관련 기초·원천기술력이 빈약한 우리나라로서는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관계자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일본, 미국 등 우주 기술 선진국의 대부분은 기술이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며 “그나마 러시아가 우주기술 상업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기술이전이 가능하다”고 우주기술개발사업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을 2002년에 시작했지만 2004년 9월에야 러시아와 협력협정을 체결하는 등 사업 중간에 발생하는 공백이 많아 예산 이월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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