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 플랫폼 호환성 확보 여부가 이동통신 가입자용 스마트카드(SIM) 도입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SIM은 가입자 정보가 들어 있어 이를 이동통신 단말기에 장착할 경우 사용자가 서비스 사업자의 통제 없이도 자유롭게 단말기를 교체할 수 있게 된다. 정보통신부는 3세대(G) WCDMA 환경에서 SIM 기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진대제 장관의 방침에 따라 최근 실무 방안 마련에 나섰다. 본지 2005년 12월30일자 6면 참조
그런데 SIM을 활용하더라도 무선인터넷 플랫폼이 호환되지 않는 현 환경에서는 단말기를 교체하면 음성 통화 외 대다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게다가 플랫폼 표준화를 강제할 경우 3G 시장의 핵심인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 시장을 도리어 침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단말기 ‘제한’ 푼다=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WCDMA폰은 기존 CDMA폰과 달리 사용자 인증, 글로벌 로밍 등의 정보를 담은 3G용 통합SIM(USIM)이 이미 탑재돼 있다. USIM은 사용자가 이 기능을 담은 카드만 꽂으면 휴대폰을 자유롭게 바꿔 무선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장치로 WCDMA 표준이다.
문제는 현재 공급되는 WCDMA폰은 USIM과 특정 단말기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휴대폰이 개통되지 않도록 제한기능(로크 인)을 걸어 놓았다는 것. 이에 대해 정통부는 앞으로 이 제한 기능을 풀어 가입자가 원하는 휴대폰에 USIM만 꽂으면 곧바로 서비스가 가능해지도록 한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플랫폼 호환성 확보가 관건=현재 이통 3사가 사용하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은 사실상 사업자 간 호환이 불가능하다. 표준 플랫폼(위피) 도입이 의무화됐지만 업체마다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별도 규격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름만 같을 뿐 플랫폼 구조는 상이하다. 게다가 위피에서 가동하는 버추얼머신 등 각종 응용 애플리케이션도 달라 실제 호환 가능한 콘텐츠는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USIM을 지원하는 WCDMA폰이라도 출고 때 설치된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구조가 달라 특정 이통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 USIM의 제한기능을 푼다고 해도 사실상 단말기를 교체할 수 있는 범위가 현재 2G 환경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통부도 향후 USIM 도입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플랫폼 호환성을 높이는 방안 찾기에 본격 나섰다.
정통부 관계자는 “USIM의 제한기능을 푸는 것은 WCDMA 시장의 기본 구조”라며 “다만 이통사 간 데이터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제한을 푸는 것을 의무화할지, 표준을 중심으로 호환성을 높여나갈지에 대해서는 검토사항”이라고 말했다.
◇무선인터넷 시장 침체 ‘우려’=정통부의 USIM 제한기능 해제 검토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무선데이터 시장 위축을 들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데이터 호환성 확보를 위해 USIM 개방을 의무화하면 오히려 데이터 연동 문제로 시장이 혼란을 겪는다는 것. 또 표준을 통해 데이터 연동을 높이는 것도 전체 무선인터넷 시장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와 3G 시장의 최대 강점인 초고속 무선인터넷망 효과를 살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3G 시장은 단말 성능에 따라 무선 서비스 영역에 많은 제한을 받는 구조라 반대로 USIM 제한 기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무선데이터 활성화와 USIM 제한기능 해제 정책에는 상충되는 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동통신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USIM 기능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정통부 계획의 타당성 여부는 이제 막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