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년간 정부와 업계 간 이어져온 케이블레디DTV 도입 논의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디지털TV와 디지털방송용 셋톱박스를 모두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 당초 정부가 내세웠던 소비자 중심의 디지털방송 형태 선택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 정보통신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케이블레디DTV의 도입을 위한 정부·가전업계·케이블TV사업자(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논의가 지난해 초 한차례 이뤄진 후 그간 한번도 회의나 논의가 추진되지 않았다.
정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가구 중 70% 이상이 케이블TV를 통해 방송을 보는 상황에서 디지털케이블방송을 DTV 안에 빌트인한 케이블레디DTV은 소비자에겐 득일 수 있다”며 “그러나 DTV 제조업체들도 별다르게 찬성하지 않고 케이블TV사업자도 딱히 지지하지 않는 상황인데다 중소셋톱박스업체들은 자신들 시장을 빼앗길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방향을 결정하거나 드라이브를 걸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도 MSO들이 힘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케이블레디DTV 시장이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MSO의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이후로 아무도 거론하는 사람도 없고 우리나라에선 이미 끝난 이야기”라고 말했다. 대형 가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더는 논의도 없는 상황인데다 케이블레디DTV에 대한 별도 규정도 없다”며 “우리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야 케이블레디DTV가 상용화되면 저렴하게 디지털케이블방송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공급자인 가전업계나 SO로선 손익이 명확하지 않다”며 “정부마저 소극적이어서 국내 도입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지적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