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곽성신 코스닥본부장](https://img.etnews.com/photonews/0601/060106104146b.jpg)
‘서울대―하버드.’
곽성신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56)의 약력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대목 중 하나다. 본인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그는 한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역시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지난 85년 한국개발투자금융에 입사해 상무까지 올랐고 이후 우리기술투자 대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성공가도를 밟았다. 이는 지난해 1월 코스닥본부장으로 옮긴 후에도 계속됐다. 그의 취임 이후 코스닥지수는 300포인트 가까이 올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수 상승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보다는 코스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것에 더 만족한다.
“취임 이후 시장을 띄우기보다는 제대로 평가를 받도록 하는 데 힘썼습니다. 좋은 기업은 좋은 기업대로, 부실기업은 그 나름대로 적절한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 그의 구상대로 지난해 코스닥은 벤처 1세대의 분식회계와 황우석 교수 논란에 따른 바이오테마주 폭락 등 안팎으로 적지 않은 부침이 있었지만 일시적인 흔들림에 그쳤다.
곽 본부장은 이를 이미 투자자들이 관련 기업을 정확히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분식회계로 문제가 된 A사는 시가총액이 자본총액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회사가 실제 가치보다 세 배 이상 높게 평가됐다면 후폭풍이 상당했겠죠. 하지만 다행히 투자자들은 현명하게 판단했었고 코스닥도 단기 조정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곽 본부장은 코스닥에 몸담기 전 20년 가까이 벤처캐피털업계에서 활약했다. 85년 한국투자개발금융 심사역으로 발을 내디딘 후 수많은 벤처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이때 삼보컴퓨터 투자를 통해 공장건립을 도왔고, 우리기술투자로 옮긴 이후에는 옥션과 연을 맺었다. 물론 그가 투자를 결정한 기업 중에는 기업공개(IPO)는 고사하고 이름도 알리지 못한 채 문을 닫은 회사도 많았다.
코스닥과의 인연도 이 무렵 시작됐다. 90년대 중반 그는 동료들과 함께 코스닥 개설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당시 벤처를 위한 장외시장이 존재했지만 매매방식과 차익과세 문제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그는 관계부처를 찾아다니며 끝없는 설득작업을 벌였다.
“코스닥 같은 신흥 증시가 활성화되면 벤처캐피털의 투자 회수가 쉬워지고, 이는 곧 벤처에 대한 투자증가로 이어져 기업활동 여건 개선을 가져옵니다. 이 같은 확신 아래 당국자들을 설득했죠.”
그렇다면 20년간 몸담았던 벤처캐피털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 “내 소유의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남의 돈을 관리하고, 수익 창출을 지원하는 역할이 맞습니다. 미국에서는 백발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직접 벤처기업을 찾아다니며 우량기업을 발굴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에게 그런 선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그는 술이 꽤 센 편으로 알려져 있다. 거래소 직원들에 따르면 회식자리에서 가장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 곽 본부장이라고 한다. 물론 본인은 이를 부인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술을 마시면 취하게 마련이고, 술 앞에 자신감을 갖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는 게 그의 ‘주관(酒觀)’이다.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10대 시절을 보낸 그는 중학교에서는 검도선수로 활약했다. 요즘은 죽도 대신 골프채를 잡지만 언제부턴가 골프도 주말이면 해야 하는 ‘일’이 돼버려 아쉬워한다.
화가인 부인 덕에 서양화에 대한 안목도 갖게 됐다는 그는 심사역 시절에는 관상에 심취하기도 했다. “수많은 경영인을 만나다 보니 그 사람의 얼굴만 봐도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사기꾼인지 구분이 가더군요. 물론 백발백중은 아니지만.”
성공한 CEO에다가 운동, 미술, 관상까지 참 다양한 것을 섭렵했다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인터뷰 말미에 본인 얘기 말고 코스닥 얘기를 주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코스닥본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겸손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연스레 인터뷰는 코스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강조로 마무리됐다.
“과대평가 속에 거품이 커지면 꼭 문제가 생깁니다. 코스닥기업에 대해 적절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힘쓰겠습니다.” 곽 본부장의 마지막 멘트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