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만도 ABS 공장](https://img.etnews.com/photonews/0601/060106104218b.jpg)
먼지 하나도 걸러내는 클린룸, 자동 온습도 조절장치 그리고 머리카락 한 올 떨어질 새라 눈만 빠끔 내놓은 하얀 방진복.
자동차 부품 생산현장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이곳은 만도의 미끄럼방지제동장치(ABS) 공장이다.
ABS 공장이 자리잡은 곳은 서해대교와 평택항을 옆에 두고 있어 남다른 경치를 자랑한다.
ABS를 비롯해 구동력제어장치(TCS), 차량자세제어장치(ESP) 등을 생산하는 만도 평택 사업장의 특징은 모든 라인이 자동화됐다는 점이다. 연 2000만개의 ABS·ESP 등을 생산하는 이곳에서 일하는 인력은 고작 19명. 직원들은 장비와 생산공정이 문제가 없는지를 관리할 뿐이다.
이 공장은 설계와 생산, 품질관리를 동시에 모니터링하는 컴퓨터 통합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품질 데이터를 10년 이상 보존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ABS·ESP에는 시리얼번호가 부여돼 개별관리되며, 생산과정의 모든 기록이 메인컴퓨터를 통해 10년간 관리되는 것. 이 때문에 제품 번호만 알면 만도 컴퓨터를 통해 그 제품의 성능·생산일·생산라인명·책임자까지 제품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정도 되면 어느 첨단 IT업체의 공장이 부럽지 않은 시설이다.
이 공장이 이런 시설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ABS나 ESP가 어떤 악조건에서도 순간의 효과를 발휘해야 하는 첨단 안전장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0.001㎜의 가공오차도 허용할 수 없다.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8만5000평 규모의 평택 사업장이 갖추고 있는 또 하나의 안전장치는 바로 실차 테스트 공간이다. 개발단계에서 실제 차량에 장착해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주행 시험장의 면적은 2만9000평. 그러나, 이곳 시험으로도 부족해 만도는 해마다 스웨덴·뉴질랜드·중국·미국으로 원정(?)을 가 혹한기 테스트를 실시한다.
만도 윤상화 부사장은 “ABS·TCS와 ESP는 첨단기술과 생산설비, 기나긴 테스트를 거친 첨단기술의 총집합체”라면서 “안전을 책임지는 제어장치인만큼 생산현장에서 먼지 하나 들어올 수 없도록 첨단 시설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최대한 테스트를 거쳐 내놓는다”고 말했다.
ABS와 ESP 등의 설비들이 그냥 탄생한 것은 아니다. 이 제품들은 독일과 미국·일본에 이어 만도가 세계에서 네번째로 개발해 관심을 모았던 제품이다. 단 하나의 정보도 노출되지 않은 이 제품을 97년 만도가 개발하기로 결심하고 개발을 위해 동원한 방법은 가장 원시적인 수작업이었다. 테스트 차량에 수동식 센서를 달아 한 연구원은 운전을 하고 다른 한 연구원은 손으로 센서를 작동해 보면서 ESP 기술을 체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로직의 원리를 터득한 연구원들은 매년 겨울이면 스웨덴으로 날아가 9주 동안 무휴로 주행시험을 하며 눈과 싸우고 데이터를 쌓아갔다. 이런 노력 끝에 찾은 ESP 기술의 해답은 ‘0.01초 이내에 차량의 이상징후를 포착해 반응을 시작해야 하고, 0.5초 이내에 브레이크와 엔진의 제어를 통해 차량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윤 부사장은 “제품 개발에서 생산공정, 품질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일이 독자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더욱 값지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만도는 이 제품 개발로 수출 대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새로운 독자 기술을 축적한 첨단 제어장치 개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운전자의 제동 의지에 따라 자동제어되는 전자신호 제동장치(EHB)를 개발한 것이다. 더 나아가 만도는 모든 제어장치를 통합하는 섀시통합제어장치 개발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