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가 5일 채권단 관계인 회의를 열고 법정관리에 필요한 67% 이상의 채권단 동의를 얻으면서 법정관리 인가가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삼보는 법정관리를 위한 모든 절차를 끝내고 본격적인 회생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법정관리 심의 기간이라는 이유로 유보됐던 신규 투자와 마케팅, 유통망 확보 등 일련의 사업이 탄력을 받아 ‘삼보 재기’는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경과와 의미=지난해 5월 18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삼보는 박일환 관리인이 선임되면서 6월 16일 회사 정리 절차를 개시했으며 10월 6일 1차 관계인 집회를 열고 정리 계획안과 관련한 조사와 보고를 진행했다. 삼보는 ‘대한민국 1호 PC 기업’이라는 저력과 기대를 바탕으로 비교적 순조롭게 채권단 동의를 얻어냈다. 법정관리 최종 인가까지 통상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불과 7개월 가량의 짧은 기간에 인가를 얻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는 정리 계획안 평가 결과 컴퓨터 대표 기업으로서 유지 가치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법정관리 인가 확정과 함께 외부 신용도가 높아진 삼보는 먼저 유동성 확보에 가장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생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마케팅과 영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법정관리 신청 이후 초기 불안감으로 매출이 대폭 줄기도 했지만 이번 인가 결정을 계기로 그동안 위축돼왔던 매출도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강세를 보였던 공공 PC 시장에서 공격 영업을 재개해 6개월 이내에 법정관리 신청 이전 수준으로 점유율을 회복할 것으로 삼보 측은 기대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집중 육성=재도약의 교두보를 확보한 삼보는 당장 법정관리 심사 기간에 주춤했던 제품 개발과 영업 조직 역량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삼보 위상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삼보는 먼저 브랜드 PC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데스크톱PC 부문에서는 루온 브랜드를 확대해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군을 늘리기로 했다. 삼보 측은 “‘루온 올 인 원’과 ‘리틀 루온’ 등 프리미엄 라인의 제품 판매를 월 1만대 규모로 확대해 수익성을 높여 고급형 PC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노트북PC 부문에서도 창사 이래 최대 판매를 기록한 ‘에버라텍’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지난해 돌풍을 계속 이어간다는 내부 방침을 확정한 상태다. 이를 위해 내달부터 에버라텍 라인업에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과 최신 기술을 적용한 노트북PC를 추가키로 했다. 삼보는 올 상반기 안에 월 2만대 판매를 달성해 올해 안에 노트북PC 시장 2위에 올라선다는 방침이다.
◇삼보 회생 ‘카운트다운’=삼보컴퓨터는 법정관리 인가를 받기 이전에 이미 지난해 초부터 추진해 온 구조조정을 통해 브랜드 PC 영업에 최적화한 기본 조직 형태를 갖췄다. 경영 슬림화 전략과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영업 조직 개편 및 의사 결정 슬림화를 통해 영업 담당자 개개인의 역할을 높였다. 동시에 애프터서비스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 브랜드 파워를 높여 나갈 수 있는 기본 토대를 확보한 상태다.
박일환 법정관리인은 “벤처 1호로 삼보컴퓨터가 지니는 상징성과 25년 동안 PC 시장을 이끌어 온 저력,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른 기간 내에 법정관리 인가가 확정됐다”며 “내재 불안 요소를 모두 제거한만큼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PC사업에 집중해 새로 도약하는 2006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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