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세자릿수 환율, IT업계 대응은…

원달러 환율 하락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 당국은 물론 수출 비중이 높은 IT기업들도 환율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재정경제부·한국은행 등 관계 당국이 가진 공동 환율대책회의 모습.
원달러 환율 하락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 당국은 물론 수출 비중이 높은 IT기업들도 환율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재정경제부·한국은행 등 관계 당국이 가진 공동 환율대책회의 모습.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말 정부 당국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990원선 회복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수출비중이 높은 IT기업은 사실상 환율 세 자릿수 시대 고착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으며 정부도 추가 대책을 통해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키로 했다.

◇환율피해, 제한적=8일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하이닉스·LG필립스LCD·삼성SDI 등 주요 IT기업 5개사의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원화 가치가 10원 올라가면 각각 최저 2.1%에서 많게는 6.7%까지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는 각 사의 예상 실적에 환율 하락폭을 단순 적용한 것일 뿐 환율 헤지 및 IT수요 확대 정도에 따라 원화절상의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명섭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각 업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환율 하락의 실제 타격은 크지 않았다”며 “더욱이 원화절상의 주 원인이었던 미국 금리인상 종결 소식이 미국내 IT 소비 진작으로 이어진다면 매출 증가를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IT업계, 발빠른 대응=수출 경험이 많은 IT기업은 과거 수차례 환율 급락 과정에서 ‘학습효과’를 습득한 만큼 지난 연말부터 환율 세 자릿수 진입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준비해왔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환율 950∼1000원선에서 올해 경영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LG전자는 평균 950원선에서 경영계획을 마련했다. LG전자는 환율 헤지 및 유로화 결제 비율을 확대하는 한편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 감소를 막기 위해 제품원가를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덱트론·하스퍼 등 수출비중이 높은 중소 디지털TV업체들도 이미 환변동보험에 가입해 환율변동에 대비한 상태다. 이들 기업은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경우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감수하기보다는 환율 인상분만큼 가격을 올리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수익성을 지킬 계획이다.

◇정부, 적극적 대응=원달러 환율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도 해외직접투자 완전 자유화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6일 대책회의를 열어 개인 및 개인사업자의 해외직접투자 한도를 현행 3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로 즉시 확대키로 했으며 연내에 투자한도를 아예 없앨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도 불구하고 환율 990원을 회복하지 못했던 만큼 정부 대책에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환율 예측 없이 단기 환율 대응에 머물고 있는 일부 중소기업은 사업손실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중소 멀티미디어기기업체 A사 대표는 “환율 하락으로 해외 매출이 줄어들고 있지만 향후 추이를 예측하기 힘들어 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고심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