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전유물’로 간주돼왔던 온라인 게임 시장의 ‘우먼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들어 여성 게이머들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남녀 성비가 역전된 게임까지 나올 정도다. ‘소수의 여성 마니아’란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되레 여성들이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까지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심지어 ‘게임도 여심(女心)을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한때 게임시장에서 만큼은 소외 계층으로까지 분류됐던 여성들이 온라인게임으로 몰려들고 있다. 게임이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문화코드로 자리 잡으면서 여성 유저 분포도가 가파른 상승 커브를 그리기 시작했다. ‘오디션’ ‘알투비트’ ‘카트라이더’ ‘열혈강호’ ‘서든어택’ 등 대부분의 히트작품을 보더라도 여성 게이머들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심지어 ‘오디션’을 비롯한 여성 코드에 맞는 몇몇 게임들은 남녀 비율의 역전 현상까지 나타난다.
여성유저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전체적인 회원이 늘고, 동접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로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아래로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저변을 뻗치고 있는 G세대의 영역이 여성 유저들의 유입으로 수평적으로까지 대폭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 성비 역전 게임도 등장
‘리듬 액션 게임’을 표방하는 T3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 음악과 댄스라는 여성 선호 소재를 근간으로하는 이 게임은 여성 유저 비중이 높은 게임으로 유명하다. 오픈 초기에 무려 여성 비중이 60%에 육박했을 정도. ‘여성들이 많다’는 입소문을 타고 남성 유저들이 대거 유입했으나 지금도 여성대 남성비율은 51대 49수준이다.
네오위즈의 ‘알투비트’역시 여성 게이머가 40%에 이른다. 특히 여성 비중이 높아지면서 동접이 꾸준히 상승하는 등 여성 게이머들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사 신현근 차장은 “게임은 남자들의 전유물이었고 여성이 게임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으나 앞으로는 마케팅 정책과 게임 개발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네오위즈 입장에서는) 여성 게이머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앞으로 커플 마케팅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남녀비율을 동등한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 유저들이 즐기는 게임에는 자연스럽게 남자들이 몰려 동접 상승 효과가 큰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게임 ‘카트라이더’도 무려 36%가 여성들이다. 넥슨의 윤대근 홍보팀장은 “여성 비중도 중요하지만, 1500만명의 회원중 36%란 것은 540만명 이상이 여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대한민국게임대상 수상작‘열혈강호’의 회원 33%가 여성들이다. ‘팡야’(골프) ‘프리스타일’(농구) 등 비교적 여성들이 꺼려하는 스포츠 게임도 여성 비중이 20% 안팎까지 올라왔다.
# RPG 등 하드코어류도 급증세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캐주얼 게임은 물론이고 게임 진행방식이 복잡한 하드코어류 게임에까지 여성유저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남성게임으로 알려졌던 ‘리니지2’의 경우 여성 유저들이 꾸준히 늘어나 30%까지 도달했으며, ‘뮤’ 역시 초기 12%에서 지금은 20%에 육박한다. 최근 상용화한 CJ인터넷의 ‘대항해시대’도 25%가 여성이다.
캐주얼적 요소를 가미한 하드코어게임은 더욱 여성비중이 높다. ‘큐링’ ‘메이플스토리’ 등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그래픽을 기반으로하는 캐주얼 MMORPG의 경우 이미 여성비가 30∼40%에 달한다. 서든어택’ ‘건스터’ 등 여성들이 플레이하기 힘든 FPS와 액션 슈팅 역시 3분의 1정도를 여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CJ인터넷 장재혁 홍보팀장은 “‘서든 어택’의 여성 게이머가 대폭 늘어나 남녀비율이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성 유저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다소 어둡고 칙칙했던 하드코어 게임들의 색깔이 점차 밝은톤으로 바뀌고 있다. 여성 취향의 업데이트를 통해 여심을 움직이기 위한 전략이다. 웹젠의 한 관계자는 “‘뮤’의 여성인구가 현재 19%까지 늘어나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2006년에는 여성 유저만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다양성·단순화가 변화 주도
게임시장에서 우먼파워가 갈수록 강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우선 온라인게임의 다양화와 플레이의 단순화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최근 개발자들은 일반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플레이 자체를 쉽게 만들고 짧은 플레이 타임만으로도 많은 재미를 느끼도록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리니지’로 대표되는 MMMORPG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일부 작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귀여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가볍고 부담없는 플레이 시스템을 지향한다.
손노리의 이원술 사장은 “개발자들이 시각적으로 귀여움과 아기자기한 부분을 강조하는 것은 국내 유저들의 취향을 따라가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여성 유저에게도 어필할 수 있어 이중 효과를 가질 수 있다”며 “폭력과 선정성 아이템에서 벗어나는 작품이 특히 인기있다는 점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적극적인 도전 현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실제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벽이 무너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즉, 여성들이 게임의 관람자적 입장에서 최근엔 직접 이용자로 변신하고 있는 것. 가장 다양한 계층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는 스타크래프트의 경우도 여성 유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프로게이머까지 등장한 실정이다.
# 여성은 게임시장의 보고
여성 게이머들의 증가는 게임 시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우선 게임 소재의 다양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유저를 타깃으로 하거나 커플을 겨냥한 게임 등의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마케팅 면에서도 여심을 움직이는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기에 유리해졌다.
물론 아직도 과제는 남아있다. 여성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사용빈도, 평균 이용시간 등 유저 로열티가 남성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게임전문가는 “게임이 대중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연령층이 즐기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들이 느끼는 장벽은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게임시장의 우먼파워는 이미 대세로 굳어졌으며, 이로인해 게임시장은 다시한번 성장 모멘텀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애견게임 ‘도그미’개발사인 게이트아이디의 문지용대표는 “인구의 반이 여자인데도 그동안 여성을 겨냥한 게임이 크게 부족했던게 사실이었다”며 “여성은 우리 게임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마지막 남은 보고”라고 강조했다.
귀혼 남자 75% 여자 25%
대항해시대 남자 75% 여자 25%
리니지2 남자 70% 여자 30%
마비노기 남자 70% 여자 30%
메이플스토리 남자 55% 여자 45%
뮤 남자 81% 여자 19%
알투비트 남자 59.6% 여자 40.4%
오디션 남자 49% 여자 51%
큐링 남자 62% 여자 38%
게임명 서비스 초기 현재
건스터 남자 80% 여자 20% 남자 70% 여자 30%
서든어택 남자 90% 여자 10% 남자 70% 여자 30%
열혈강호 남자 78% 여자 22% 남자 67% 여자 33%
카트라이더 남자 80% 여자20% 남자 65% 여자36%
팡야 남자 82% 여자 18% 남자 76% 여자 24%
프리스타일 남자 86% 여자 14% 남자 82% 여자 18%
테일즈런너 남자 70.7% 여자 29.3% 남자 58.9% 여자 41.1%
(가나다 순)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