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서수길 액토즈소프트 대표이사

호사가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는 메뉴 가운데 액토즈소프트가 있다. 최초의 성인 전용 온라인게임을 표방했던 ‘A3’를 비롯해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정복한 ‘미르의 전설2’가 이 회사 작품이다. 또 중국 샨다에 지분을 매각하고, 위메이드와의 오랜 갈등이 이어지는 등 남 얘기 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거론하는 회사가 바로 액토즈소프트다.

그러다 지난 8월 국내 굴지의 대기업 SK C&C의 최연소 상무 서수길(38)씨가 액토즈소프트의 대표이사로 전격 영입됐다. 또 많은 말이 나돌았지만 서 대표는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밀고 나갔다. 5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내부 직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글로벌 기업’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앞으로 액토즈소프트는 달라 집니다. 특히 2006년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이고 내후년에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활동이 가시화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제품발표회의 규모도 크게 했습니다. 저희들 스스로 느끼는 의미도 높게 부여하기 위한거였죠.”

서 대표는 평온한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으나 단어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넘쳤다. 마흔 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지만 그의 눈빛과 말투에는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베테랑의 경험이 배어 나왔다.

# 미사일 만든 기술자 출신

그는 2006년을 액토즈소프트의 재도약의 해로 만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일단 이미 발표한 작품 3개를 만들고 다듬어 서비스하는게 최우선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며 해외 비니스니도 열심히 할 계획이다. 또 액토즈소프트가 추진했던 개발과 퍼블리싱 사업을 그대로 양립시킬 생각이다. 개발 경험이 있어야 퍼블리셔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액토즈소프트를 게임 산업의 브레인과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회사로 키워 나갈 욕심이다. 그래서 일단 자체적으로 성장 동력을 가진 회사로 바닥을 다지고 있다.

“국내에는 홀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드물어요. 그래서 외부에서 위험 요소가 생기면 흔들리기 쉽죠. 그걸 방지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액토즈소프트는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것입니다.”

이것이 서 대표의 결론이었다.

그는 기술자 출신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가장 먼저 사회 생활을 시작한 곳은 국방과학연구소였다. 대부분의 국가가 군사와 관련된 사항은 모조리 극비로 분류한다. 서 사장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바로 지대공미사일 개발. 미사일 개발은 어떤 나라든 가장 중요한 전략적 무기로 취급한다. 6년을 비밀에 파묻혀 일했다. 그러나 차츰 경제와 경영에 눈길이 갔고 마침내 굳은 결심을 하고 펜실베니아 대학의 와튼 스쿨로 유학을 갔다. 그 어렵다는 MBA를 취득했고 시카고에 위치한 보스턴 컨설팅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일년을 시카고에서 지냈는데 정말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젊은 혈기에 시카고에서 직장을 잡았지만 예상과 달리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 SK C&C 최연소 상무

그러던 중 한국에서 IMF 사태가 터지고 구조조정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 대표는 보스턴컨설팅의 한국 사무소로 자리를 옮겨 은행과 IT 기업, 전자계열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손을 댔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잠시 창업도 했었지만 오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했다. 시대에 너무 앞서 나간 것이 파산의 이유였다.

그러나 2002년 SK 그룹에서 함께 일을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나이가 너무 어려 고민을 했지만 그룹사에서 경험을 쌓고 싶은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이를 받아 들였다. 그래서 SK C&C에 상무로 전격 발탁됐다. 당시 그의 나이가 불과 35살이었으니 파격도 이런 파격이 없었다.

이런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이 샨다의 첸텐차오 회장이었다. 중국 출장 차 북경에 방문한 그를 첸텐차오 회장이 직접 만나 액토즈소프트 CEO 자리를 제의했다. 서 대표는 처음에는 달갑지 않았다고 말했다. 게임은 솔직히 낯선 분야였고 게임에 대한 자신의 인식도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게임 산업의 눈부신 성장세와 수준을 직접 확인하고는 생각이 바꼈다.

“만약 단순한 게임 개발사였으면 안 왔을 것입니다.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가지고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앞으로 더욱 성장시킬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알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게임회사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도 “어렵습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 대표가 전자, 자동차, 통신 등 여러 분야를 경험한 이력이 있어 적응하기가 쉬웠다는 점이다. 또 그 자신이 기술자 출신이었기 때문에 개발자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던 이유도 있었다.

# 내 손으로 세계적인 기업 만든다

“게임은 어렵지만 재밌어요. 그리고 글로벌하게 가는 것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 제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액토즈소프트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 영어 교육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문화 산업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를 알아야 하고 우리 문화는 외국 문화를 알아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며 외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는 외국어가 필수라는 것이다. 외국어는 상대방을 파악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반드시 익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액토즈소프트는 외국어 강좌를 지원자에게 무료로 개설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호응도 무척 높다. 뿐만 아니라 단체 영화 관람 등 문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 대표는 문화를 생산하는 회사는 항상 문화 콘텐츠를 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액토즈소프트는 게임산업의 허브 역할을 할 것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비지니스를 수행하고 조율하는 것이죠. 그리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겁니다.”

<김성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