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게임시장 3대 키워드

희망에 찬 병술년 새해 벽두부터 게임업계 CEO(최고 경영자)들이 신년 구상에 여념이 없다. 다른 업종과 달리 게임은 겨울시즌이 계절적으로 최대 성수기란 점에서 이미 본격적인 ‘농번기’에 들어선 상황이다. 하지만, 게임CEO들의 머릿속은 그 어느해보다 복잡다단하다.

초고속 성장을 지속해온 게임산업이 점차 국경을 초월한 ‘무한경쟁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CEO들의 제시한 올해 ‘키워드’로 2006년 게임산업을 조명한다.

‘캐주얼, 퓨전…’ 작년 게임산업을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중 대표적인 것들이다. 캐주얼 열풍은 MMORPG 중심이었던 기존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으며, 21C 사회·문화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퓨전’ 현상은 게임 시장에서도 그 위력을 발산하며, 작년 내내 게임산업에 강력한 화두를 던졌다.

그렇다면 올해는 과연 어떤 키워드가 게임 시장을 지배하며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칠 것인가. CEO들의 최고 관심사는 무엇일까. 기업의 당면한 여건과 상황에 따라 CEO들의 관심 사항은 조금 초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한 것일까?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주요 게임CEO들이 제시하는 2006년 키워드는 ‘글로벌’ ‘캐주얼’ ‘컨버젼스’ 등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됐다.요즘 게임업계 CEO들과 얘기하다보면 십중팔구 등장하는 화두가 ‘해외’이다. 온라인, 모바일 등 플랫폼을 막론하고 게임시장이 바야흐로 도약기를 지나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이제 해외 진출은 기업 성장은 물론 생존의 ‘필요충분조건’으로 간주되는 분위기다. 특히 ‘한류’ 바람과 ‘(온라인게임)종주국’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국내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면서 해외 진출, 즉 ‘글로벌 경영’이 올해 업계 최고 관심사로 부상했다.

해외진출과 관련, 작년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키포인트는 보다 입체적인 진출이다. 그동안 게임업계의 해외 시장 공략은 일부 메이저업체를 제외하고는 단순히 특정 게임, 특정 지역에 국한됐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는 주요 거점별 다극화, 포털 사이트 등 패키지화, 수출입을 겸하는 인&아웃 바운드형, 현지법인 설립 등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자연히 이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 무대를 해외로 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NHN 최휘영 대표는 “올해는 업계의 경쟁적 ‘글로벌화’ 전략으로 국내외 시장 경쟁이 아주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CJ인터넷 정영종 대표 역시 “올해는 다양한 해외기업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해 엔씨소프트, 넥슨 등과 본격적인 경쟁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국민게임 ‘카트라이더’의 대박 여파로 불어닥친 ‘캐주얼’ 열풍은 올해도 더욱 세력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웹젠의 ‘썬’, 엔씨소프트의 ‘아이언’,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출시될 올해가 ‘정통 MMORPG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게임시장의 캐주얼 바람은 그 무엇으로도 쉽게 꺾지 못할 만큼 강력해 보인다.

‘카트라이더’ ‘팡야’ ‘프리스타일’ 등 캐주얼 시대를 활짝 열어제친 ‘빅3’ 게임이 정점을 지나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캐주얼 게임이 올해 첫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드코어 게임에 집중하던 메이저 게임업체들까지 ‘캐주얼’에 리소스를 모으고 있다. 작년부터 굳어진 ‘캐주얼이 대세’라는 새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유저층이 열살 안팍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까지 확대되고, 여성 유저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올 최고 화두로 ‘캐주얼’을 꼽게한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하드코어류에 이어 한국형 캐주얼게임이 해외시장에서도 먹혀들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박진환 네오위즈 대표는 “쉽고 대중적인 캐주얼 게임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이란 게임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다국적 콘텐츠로 해외서도 충분히 호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캐주얼게임이 건전 게임 문화 조성이란 대의 명분에 비교적 부합하고, 얼마든지 대박을 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됨에따라 앞으로 상당기간 국내 게임업계의 화두로 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작년 11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출시한 차세대 게임기 ‘X박스360’의 등장을 계기로 올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컨버젼스’이다. X박스360은 MS가 라이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을 겨냥해 개발한 것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망을 통한 네트워크 플레이를 지원하는 이 제품의 출시로 콘솔과 온라인, 궁극적으로 모바일까지 영역 구분의 의미 자체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현재 게임시장의 트렌드를 지배하고 있는 ‘장르의 컨버젼스’에 이어 플랫폼의 컨버젼스 현상이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의미이다. 김남주 웹젠 대표는 “‘컨버젼스’란 용어는 이미 IT산업 전반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게임쪽에서도 이미 차세대 콘솔 플랫폼의 네트워크 기능 강화로 전혀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앞으로는 각 개별 플랫폼간의 100% 연동을 시도하는 이른바 ‘크로스(cross) 플랫폼용’ 게임 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플랫폼간의 컨버젼스는 게임 개발 패턴은 물론 게임 이용 환경에도 적지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콘솔 유저와 온라인 등 다른 플랫폼의 유저들을 융합함으로써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MS 김대진상무도 “차세대 게임기의 등장은 새로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함으로써 게임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