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남북단일팀이 출전했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소년축구선수권대회. 한반도기가 휘날리고 아리랑이 울려 퍼진 이 두 대회를 통해 남과 북은 서로가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포츠에 이어 이번에는 게임이 나섰다. 국내 게임 업체들이 올해 북한에서 개발한 게임을 대거 선보이는 것. 스포츠가 남과 북이 서로 화해하고 신뢰를 쌓는데 일조를 했다면 게임은 이를 바탕으로 남과 북이 서로가 도움을 주고받는 동반자의 관계로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게임은 문화를 담은 상품이어서 남과 북의 동질감 회복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올해는 북한에서 개발한 게임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선보이는 등 남북한간 게임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우선 플래시게임(대표 이익준 www.flashgame.co.kr)은 현재 30종의 플래시 게임을 북한 조선육일오편집사에서 개발중이다.
계획대로라면 1월 둘째주부터 매주 1~2개씩 2월말까지 차례대로 선보인다.북남교역(대표 박영복)도 현재 북한의 삼천리총무역회사에서 20여종의 모바일 게임을 개발중이며 이중 12개를 선별해 매월 하나씩 선보일 계획이다.
# 북한 게임 올해 대거 등장
지난해 플래시게임은 ‘얼음낚시’ ‘열대림탐험’ 등 4종의 플래시게임을, 북남교역이 ‘독도를 지켜라’ ‘례성강의 장기전설’ 등 3종의 모바일 게임을 각각 남한에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게임의 소개는 시범사업 격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이에 반해 올해는 양사가 정기적인 일정을 가지고 게임을 선보이는 등 사업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플래시게임은 북한의 게임 기술이 국내 수준과 큰 차이가 나지 않다고 판단, 향후 플래시게임 이외에 온라인게임 등도 합작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플래시게임의 이익준 사장은 “개성에서 북한에서 개발된 3D MMORPG를 직접 본 적이 있었는데 썩 괜찮았다”며 “앞으로 플래시게임 이외에 다양한 북한의 게임을 국내에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남교역 역시 앞으로 북한게임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 미래를 위한 투자
국내 게이머들은 북한 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플래시게임에 따르면 이 회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북한 게임의 누적 클릭수는 2만~4만건, 하루 평균 300∼400건의 게임 실행이 이뤄지는 것으로 이는 국내 게임의 70~80% 수준이다.
이에 대해 플래시게임의 이 사장은 “북한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하지만 아직은 기대만큼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남북교역의 박영복 사장 역시 “‘독도를 지켜라’는 흑자가 났지만 다른 게임들은 그렇지 못했다”며 “북한 게임으로는 별로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이들이 북한게임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래를 위한 투자다. 즉, 북한 인력이 기본적인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이 사장은 “북한에서 컴퓨터를 다루는 이들은 대부분 엘리트들”이라며 “북한의 게임 수준은 디자인 부분은 좀 떨어지지만 기술적으로는 우리와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우리 쪽에서 기획서를 보내고 그들이 새로운 기법을 배우도록 하면 질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 법·제도 뒷받침 있어야
올해 대거 등장하는 북한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도 만만치 않게 남아 있다.
우선 북한 게임이 국내에 소개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법·제도적인 문제점이 꼽힌다.
게임은 출시 시점이 중요한데도 정부의 승인이 바로바로 이뤄지지 않아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남교역의 박 사장은 “현재 전문가들이 없는 통일부, 국정원 등에서 게임을 승인하고 있다”며 “그렇다보니 조금만 이상하다 싶으면 제동을 걸어 상품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사적인 내용이 포함되면 승인이 3~5개월 정도 걸린다”며 “모바일 게임의 경우, 이렇게 되면 새로 나온 신기종 때문에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게임업계에서는 현재 참여정부는 대북 포용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 이같은 법·제도적인 문제점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사장은 언제까지 절차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겠냐고 반문하고 앞으로 계속해서 북한 게임을 국내에 소개할 계획임을 내비췄다.
국내 게임 업계는 시장 규모는 계속 해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인난을 겪고 있어 앞으로 북한게임은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이에 따라 게이머들은 북한에서 만들어진 색다른 소재의 게임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남북한의 게이머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나는 계기를 마련해줄 ‘남북청소년 고구려게임대회’가 당초 예정됐던 때가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KTF를 비롯해 통일부까지 나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이 대회는 지난 2005년 8월말에서 9월초 북한의 평양이나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대회가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측 사정 때문이며 사실상 대회 개최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회를 추진하던 KTF측은 이에 대해 북한 사업은 워낙 변수가 많다고만 밝히고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하지만 이 대회의 실무를 맡았던 놀이인간측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북측과 계속 접촉하고 있다”며 “한창 서로 의견이 오가다 중단된 상태”라고 밝혀 대회가 열릴 일말의 가능성이 아직은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이벤트가 남북간 화해 무드 조성을 위한 재료(?)로 좋고, 당초 북한측이 의욕을 보였던터라 북측이 대승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회귀할 경우 올해 어떤식으로든 성사될 가능성이 남이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