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국내 보안 기업들이 까다로운 다국적 기업에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업체로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안철수연구소와 시큐아이닷컴, 소프트런 등은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연구개발 프로세스와 제품력으로 핵심기술 수출에 나선다.
특히 올 상반기 우리나라가 국제공통평가기준상호인정협정(CCRA)에 가입하면 국내 보안 시장은 완전히 개방된다.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국내 기업의 기술 및 제품력이 높게 평가되면 개방으로 인한 수입보다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기술력이 인정된 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국적 기업들, 왜 한국 기업에 손짓하나=마이크로소프트·트렌드마이크로 등 다국적 기업들은 올해 보안 서비스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반기에 무료 온라인 보안 서비스 ‘윈도 라이브 안전 센터’와 유료 서비스인 ‘원케어’를 시작한다.
조원영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보안담당 이사는 “보안 시장에 후발 주자인 MS는 각 지역의 최고 백신 엔진을 아웃소싱해 전세계 소비자들의 특성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라며 “한국과 아시아 시장의 강자인 안연구소의 V3를 테스트중”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백신 솔루션 기업인 트렌드마이크로는 패치관리솔루션(PMS)을 백신과 연동해 부가가치 창출을 노리고 있다. 백신과 PMS가 같이 설치되면 윈도 취약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웜바이러스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달한 브로드밴드 인프라와 까다로운 한국 고객의 높은 요구 수준을 맞춰온 국내 기업의 대응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핵심기술 유출 경계해야=관련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데 의미를 두면서도 핵심기술 유출에 긴장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 기술 라이선스에 나서는 것은 보안 시장에 대한 공략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들이 엄청난 물량 공세를 바탕으로 전세계 보안 시장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 시장 판도 변화도 예고된다.
김철수 안연구소 사장은 “MS의 보안 시장 진출은 네스케이프를 제치고 인터넷익스플로러를 확산시킬 때처럼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줄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핵심기술을 유출하지 않으면서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 득실이 관건=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은 서로 이해 득실을 따지며 눈치 작전을 펴고 있다. MS와 트렌드마이크로는 솔루션 테스트를 진행하며 본격적 협상에 나서는 태세다.
황태현 소프트런 사장은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 내 보안 벤처의 솔루션 확보를 위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 작업을 진행한다”며 “국내 기업의 경우 기술 협력을 제안하긴 하지만 M&A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해 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성환 한국트렌드마이크로 사장은 “다국적 기업들은 한국과 중국 기업에 비슷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기술 제휴에 나서는 쪽으로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