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통부·방송위와 마지막 불씨

성호철

 청와대 한 관계자가 속내를 털어놓았다. “저는, 제 개인적으로는 아직 마지막 불씨를 끄지 않았습니다.”

 무슨 소린가 하니, 통신·방송구조개편위 출범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통·방구조개편위가 무엇인가. 바로 통신과 방송의 융합 추세를 이끌며 산업을 육성할 ‘올곧은 새 통·방 규제기관’를 탄생시킬 위원회다. 당위성은 누구도 부인치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시장이 필요로 한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지난해 5월께 통·방구조개편위가 출범하고 지금쯤이면 개편위에서 ‘대한민국 통·방 융합 규제기관’ 틀을 발표했어야 맞다. 정작 2005년에는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새해를 맞았다. 청와대 관계자가 ‘마지막 불씨’를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달까지 청와대·국회·국무총리실·정보통신부·방송위원회 등 관련 부처 및 기관들이 ‘해법’을 찾지 못하면 모두 ‘무능하다’거나 ‘자신의 앞가림만 한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마지막 불씨인 1월도 열흘이 지났다. 논의의 한 축인 방송위가 이번주에 통·방 융합의 단초가 될 정책방향을 밝히고 의견수렴에 나선다. 또 다른 파트너인 정통부도 ‘광대역융합서비스법’안을 마련해 방송위와 함께 논의할 뜻을 밝혔다. 두 기관은 한결같이 ‘독단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협의와 의견조율을 할 것’이란 방침이다.

 두 기관의 방안은 극단적인 차이점도 있지만 둘 다 역무 구분을 고민한다든가 규제 강화보다는 완화 쪽으로 방향이 기운다든가 하는 공통점도 있다. 그렇다면 두 기관이 이젠 속내를 털어놓아도 될 때다. 방송위 고위관계자는 이번 방송정책안을 통해 “방송위 때문에 방·통 융합이 안 된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은 사실 서로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았다. 그것도 같은 내용의 오해다. 일테면 ‘서로 정보공유를 하고 논의를 하자면서 정작 언론플레이를 한다’든지, ‘앞에선 통·방융합규제기관으로 가자고 하지만 속으론 딴생각중’이라든지 하는 식이다. 서로 논의는 하지만 돌아서면 믿지 않는 상황이다.

 원칙론으로 돌아가자.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오해를 털고 서로의 정책방안을 들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달이 마지막 기회다. 놓치면 ‘불씨’를 꺼뜨리는 정도가 아니라, 다음달 국회에서 볼썽 사나운 세 대결, 로비 게임을 해야 할 터다.

 IT산업부·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